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5일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보장된 임기를 채우지 않고 지난달 28일 중도 사퇴한 지 17일 만이다. 퇴임으로 정치 참여를 시사하고 이달 초 부친상 직전 결심을 굳힌 데 이어 전날 국힘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을 만나 입당 가능성까지 암시한 터다. 저간의 정황으로 미뤄 보아 그리 놀랍지 않은 선택이다. 그러나 누구나 정치할 자유는 있다지만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의 필요에서 임기가 규정된 자리를 내놓은 지 갓 보름을 넘겨 특정 정당에 투신하는 모양새란 백번을 양보해도 적절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국민의 부름이니 정권교체의 열망이니 하는 그 어떤 이유를 대도 바람직하지 않은 처신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최 전 원장은 자신이 정치적으로 의심을 받아 조직에 누가 될까 봐 사임했다는 취지를 밝혔는데, 이날의 입당식은 결과적으로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결정적 장면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이어 그 역시 집권세력과 갈등을 이어가다 임기직을 중간에 놓고 정치로 직행함으로써 대의민주공화정의 운영원리에 흠이 난 데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 또한 일정한 책임을 느껴야 마땅하다. 결국 최종의 정치적 판단은 국민의 몫으로 넘겨질 공산이 커졌다.
국힘 지지자들로부터 보수 야권의 대선 다크호스로 지목받는 최 전 원장은 입당의 변에서 몇 가지를 말했다. 사회가 너무 분열되어 있어서 새 변화와 공존이 요구되고 정권 교체가 필요하며 중심은 국힘이라는 것이 요지이다. 선한 뜻으로 정책을 시작했어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국민 피해가 생기고 정책의 지속가능성에도 많은 의문이 있어서 정부가 지금 방향대로 계속 가면 어려움이 닥치리란 우려도 보탰다고 한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진단과 처방이다. 그 내용에 대한 동의 여부와 수준을 떠나서 말이다.
다만 그가 정치 초년생임을 감안할 때 이를 구체성의 결여나 대안의 부족을 들어 비판하는 것은 부당한 것일 수 있겠다. 하지만 성찰의 메시지를 동반하지 않은 것까지 면벌부를 받을 수는 없다. 비록 본격적인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행정권자는 아니었어도 그는 이 정부 감사 부문 최고위직을 지낸 신분이기 때문이다.
그는 아마도 정부의 압력에도 버티며 원전 감사를 했던 자신의 공직 태도와 정향을 들어 이에 맞선 일종의 알리바이를 찾을는지 모르겠지만, 이젠 그 감사마저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는 쪽으로 더 기울게 됐음을 알아야 한다.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그는 또한 중립성 훼손 비판에 관한 질문에 즉답하지 않은 채 주변 조언을 많이 듣고 한국의 미래를 만들려고 입당을 결심했다고만 대답했다.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는 또 다른 미흡한 언급이다.
6ㆍ25 전쟁에서 전과를 올린 예비역 해군 대령을 선친으로 두고 경기고와 서울법대를 나와 판사를 지낸 최 전 원장의 경력과 이념색은 누가 봐도 국힘 주류와 유사한 결이다. 학창 시절 소아마비를 앓던 친구를 업어 등하교시킨 일화 등 회자하는 스토리 또한 있다. 차별성 있는 대선 예비 주자의 입당이 국힘의 대선 전선에 전환점을 제공할지 관심이 가는 건 그래서일 것이다.
국힘은 지지율 높은 주자군 가뭄에 시달리며 당밖 윤 전 총장을 주로 쳐다보던 참이다. 자강론에 터 잡은 당내 주자 육성에 힘쓰고 있지만, 아직 성과는 약하다. 설상가상으로 장외 단독정치를 고수하는 윤 전 총장은 지지율이 속락하고 있다. 우편향 비전과 행보, 처가의 도덕성 문제 등으로 중도층을 잃으면서다. 최 전 원장의 대안 가치는 윤 전 총장의 부진에 비례할 거라는 전망은 계속된다. 최 전 원장의 입당 결정이 시사하는 바 그대로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이고 변수는 지천이다.
최 전 원장은 스스로 밝히듯 반사이익이 아니라 자기 정책과 비전, 도덕성에 대한 혹독한 검증 허들을 넘어 자체 발광해야 한다. 정체성 면에서 중도 확장성은 윤 전 총장보다 못하다는 지지층의 우려도 불식할 수 있어야 한다. 당내 기반이 전무하니 당에 뿌리내리는 일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모든 게 도전이다. 이른 경선을 치르는 여당에 비해 국힘 쪽의 대선판은 당내 경선과 후보 확정, 당밖 의미 있는 후보 존속 시 단일화 여부 등 유동성이 커서 속단을 불허한다. 최 전 원장의 정치 운명도 다를 것은 없을 듯하다.
https://www.yna.co.kr/view/AKR20210715156000022?input=1179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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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도 내 것이라 하지 마소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일 뿐인데...
묶어 둔다고 그냥 있겠소
흐르는 세월 붙 잡는 다고 아니 가겠소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오겠지요.
건강 잘 챙기시고 즐거운 금요일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