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 하순이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지 벌써 2년이 됩니다. 일주일이면 끝난다던 그 전쟁이 이제 2년이 되는 것입니다. 이제 와서 이 전쟁이 왜 발발하게 됐는지를 언급하는 것도 허망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이 전쟁을 보면 볼수록 왜 70년도 더 된 한국전쟁이 생각이 날까요. 한국전쟁도 속전속결로 이뤄질 것 같았지만 결국 미국과 소련 그리고 중국이 개입하게 되면서 그야말로 국제적으로 비하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한국전쟁은 3년동안 지리하게 이어졌고 지금 러시아 우크라 전쟁도 2년을 맞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11월 미국 대선을 치르고 나서야 끝날 것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잘못하면 한국전쟁처럼 3년이 지나간다는 말입니다. 한국전쟁때도 처음에는 국제적인 이목이 한반도에 모아졌습니다. 미소의 대리전 양상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일년정도 지나자 국제사회에서는 휴전하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피곤해진 것이죠. 미국도 소련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대통령이 극구 반대했습니다. 어떻게 시작된 전쟁인데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고 말이죠. 그때 한국의 대통령은 미국을 엄청나게 믿었습니다. 원자폭탄도 가진 미국이 개입했는데 전쟁에서 질 수는 없다는 믿음때문입니다. 그래서 휴전에 강력하게 반대했습니다. 지금 우크라 대통령인 젤렌스키가 비슷한 행동과 판단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아니 거의 그런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믿었던 미국은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닙니다. 미국 의회가운데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하원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공화당이 거부하면 법안 통과가 불가합니다. 그래서 지금 우크라 지원이 사실상 중단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 공화당의 리더인 트럼프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당일날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공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 말이 허언같이 들리지 않습니다. 러시아 푸틴과 트럼프는 그야말로 막역한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배짱이 맞는다는 의미이지요. 트럼프의 말을 푸틴이 잘 들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푸틴은 이 전쟁을 즐기면서 그때까지 끌고갈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꽃놀이패로 여기는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지요.
이런 상황에 우크라의 젤렌스키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거의 없습니다. 애초 우크라이나가 자국의 군사장비로 전쟁에 나선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미국을 비롯한 나토국들의 무기로 러시아에 대항하는 수준 아닙니까. 그런데 미국에서 지원이 쉽지않고 유럽의 나토국들도 지금 우크라를 도울 그런 처지도 아닙니다. 나토의 맹주인 독일과 프랑스가 지금 자신들의 코가 석자입니다. 독일은 경제난으로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프랑스는 농민 시위로 나라가 흔들흔들합니다. 그런데 이런 시기에 무슨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겠습니까.
그러면 우크라이나는 자력갱생을 해야 하는데 그게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무기 등은 모조리 나토의 지원을 받아 이뤄지는데 나토중요국이 지금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 군병력이 똘똘 뭉쳐 러시아에 대항해야 하지만 우크라 군부는 지금 그야말로 붕괴 일보직전입니다. 바로 부정부패때문입니다. 지금뿐만 아니라 원래 그랬습니다. 현재 전쟁중에도 군관계자 상당수가 부정부패로 구속되거나 지휘봉을 놓아야 했습니다. 참으로 답답한 모양이지 않습니까. 전쟁중에 이런 일이 일어나면 사실상 전쟁 중단해야 합니다. 대통령 젤렌스키의 말발이 요즘들어 전혀 먹혀들지 않는 모습입니다.
그런 와중에 젤렌스키와 우크라 총사령관의 반목까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우크라 대통령 젤렌스키는 최근 잘루즈니 총사령관을 만나 직접 해임을 통보했다고 합니다. 젤렌스키의 보좌진이 전황을 현실보다 낙관적으로 판단한다는 의견을 총사령관이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전쟁을 직접 진두지휘하는 총사령관의 이런 의견을 보좌진을 비롯한 대통령이 묵살하고 당사자를 쫓아내려 한 것입니다. 대신 뒤로 물러나서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역할을 맡으라 한 것입니다. 하지만 총사령관은 대통령의 명령을 거부합니다.
이런 상황에 나토국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하다 하다 이제 내분까지 생기고 그것도 우크라 1인자와 2인자의 권력투쟁으로 비화되는 모습에 나토국들은 당황합니다.부랴부랴 중재에 나섰고 젤렌스키가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지만 1인자와 2인자 사이의 관계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서방 언론들은 판단하고 있는 듯 합니다.
사실 이번 젤렌스키의 결정은 정치적 함수관계와 밀접히 연관돼 있습니다. 지난해인 2023년 가을 이후 여론조사에서 잘루즈니 총사령관의 지지율이 대통령 젤렌스키를 추월한 것이 양측의 갈등을 키운 결정적인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젤렌스키가 총사령관의 지지율 상승에 브레이크를 건 것으로 보입니다. 총사령관은 정치 참여설을 부인하고 전쟁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젤렌스키는 후환을 없애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전쟁중에 대선을 치르는 것이 정말 이상하게 생각이 들지만 하여튼 우크라이나는 오는 3월 대선이 예정돼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젤렌스키 현 대통령의 유력한 경쟁자로 부상하는 양상입니다. 그러니 누가 봐도 지금 우크라에서 벌어지는 전쟁 수행 1인자와 2인자의 갈등은 대통령직을 놓고 이전투구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젤렌스키가 대통령선거에서 재선을 하기위해 무리한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는 지적도 그동안 끊임없이 나왔습니다. 서방국가들도 젤렌스키의 일방적인 요구와 강압적인 주장에 대해 무리하다고 판단하고 있었지만 그동안 대안이 없었던 탓에 지금 참고 여기까지 온 것으로 분석됩니다. 한국전쟁 당시 한국 대통령의 대안이 없어 그냥 시간만 보낸 것과도 흡사합니다.
사실 지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의 우위를 점치는 나토국은 없습니다. 정말 힘들게 전쟁을 끌고 가는 것입니다. 러시아가 힘이 없는 우크라이나를 침범한데 대해 국제사회가 분노한 것일 뿐입니다. 하지만 우크라는 군내부가 썪어 있었습니다. 정치권도 무능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냥 구멍난 항아리에 물붓기식 방어였습니다. 그런 와중에 대선을 앞두고 서로 치고 받는 모습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결국은 그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그많은 국민들을 희생시킨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음흉하게 웃고 있는 러시아의 푸틴의 모습뒤에 야욕만 가득한 우크라 젤렌스키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은 왜일까요. 조금 쌩뚱맞지만 속된 표현으로 이 전쟁도 짜고치는 고스톱이 아닌가 그렇게도 여겨집니다.
2024년 2월 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