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책 광고를 보고 책을 사면 판판이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 책 저자와 인터뷰한 시사월간지의 소개를 보고는 속는 셈 치고 꼭 사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586 운동권 출신 정치판 주인공들의 성추행 고발소설이었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1965년생으로 한신대 철학과를 나왔으며 한 때 운동권에 몸 담았던 사람이었다. 소설가는 아니지만
이미 에세이집을 두 권이나 낸 저명한 칼럼니스트로 굿소사이어티 조사연구소 공동대표였다.
소살을 쓰게된 동기는?
- 새대교체입니다. 불순한 목적 혹은 탐욕으로 권력을 획책한 586의 민낯은 민주와는 거리가 멈니다.
'독재타도'를 외치지만 독재보다 더 나쁜 행태들이죠. 그럼에도 버젓이 얼굴을 드러낸 586들은 학생운동 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슨 훈장이라도 받듯 장관도 하고 국회의원도 하고 있어요.
지금 정치는 서로 그냥 생떼만 쓰고 있어 걱정입니다. 나라의 안위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지나간 시사월간지도 살겸 오랜만에 보수동 책방골목을 찾아갔다. 시사월간지는 2~3개월만 지나면 2~3 천 원에
살 수 있다. 그러나 <86학번 승연이>는 책방골목을 다 뒤져도 찾을 수 없었다. 출판된지 몇 개월 되지 않아 아직 헌책방에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하는 수 없이 국제시장을 걸어서 남포동에 있는 남포문고로 갔다. 활인카드도 없어 억울하지만 정가
17,000원을 다 지불하고 샀다. 자갈치 역에서 지하철을 탄 뒤 잠시 책을 훑어봤다.
- 586의 민낯은 민주와는 거리 멀어
- 데모하던 그 언니의 비참한 末路...
- 性的 소모품으로 이용된 운동권 여성의 삶
서면역에서 내려 2호선으로 갈아타야 했다. 환승 게단을 내려가다가 그만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머리 속에 운동권 마초들을
생각하다가 핸드레일을 붙잡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작년 4월에 고관절 골절상을 입어 아직도 절뚝거리는데 그런 실수를
한 것이다. 바닥에 넘어져 금방 일어나지 못하고 버둥거리고 있으니 지나가던 젊은이 둘이서 붙잡아 일으켜주었다.
다행히 골절상을 입은 다리는 걸을 만했고 급하게 바닥을 짚은 팔목이 시큰거렸다. 속으로 자책이 절로 나왔다.
' 이놈아, 니가 뭔데 그런데 정신이 팔려 길바닥에 넘어지나! 똑똑한 사람 천지삐까린데. 제발 정신차려라!'
집에 오니 팔목이 아파 책장을 넘기기도 힘들었다. 얼음 찜질을 하니 조금 참을 만했다.
소설은 2021년 10월 23일 작가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데모하던 그 언니는?' 이란 글 때문에 쓰게 되었다.
원고지 10장 분량의 짧은 이 글을 보고 운동권 출신들의 제보가 쏟아졌던 것이다. 1년 동안 취재하여 장편소설을 썼다.
'그 언니'는 작가가 다니던 교회에서 알게된 은지(가명) 언니다. 얼굴이 예뻤던 은지 언니는 운동권에서 성적 소모품이 되고 말았다.
결국 은지 언니의 말로는 비참하게 된다.
- 누구, 누구처럼 잘 버텨서 시장자리, 장관자리 하나쯤은 꿰어차지 그랬어....견뎌냈으면 전두환 때보다 지금 삶이 나았을 텐데....
장관, 국회의원 등 높은자리를 꿰차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큰소리 탕, 탕 치고 있는 운동권 실세들은 '소설쓰고 있네' 하고 코웃음
치겠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제보를 받아 쓴 소설이라 결코 부인할 수 없는 내용들이다. 그래서 좀 분량이 많지만 2회에 나누어서
책을 소개할까 한다. 본문에는 좀 원색적인 표현이 많지만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그대로 인용하겠다.
- 소설의 주인공 변태섭은 몇 년 전 광주의 어느 노래방에서 운동권 정치인 우 某 씨가 임 某 씨란 유명한 운동권 출신 여성에게 '너 같은 게 어떻게 이 자리에 끼냐!'고 큰소리 친 것처럼 '너랑 나랑은 동급이 아니다'라는 계급의식으로 대했다.
- 소설에는 '개딸'도 등장한다.
' 얼굴이 못생긴 강윤희는 과거 운동권이었을 때 외모로 계급을 매기는 분위기에서 남자들이 아무도 거덜떠보지 않았다. 선택받지
못한 데 대한 억울함 때문에 나중에 성형수술을 해서 돈 많이 버는 변호사 남편을 만났다.
< 남정욱 교수의 서평 >
당시 운동권에서는,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논리가 있었고 군사정권을 작살낼 수 있다면 시시한 도덕적 위반 정도는 얼마든지 저질러도 되는 하찮은 일로 여겼다. 그러면서도 착한 척, 선한 척, 정의로운 척하는 인간들을, 이 소설은 고발한다.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의 선민의식이 얼마나 허상이고, 사기이고, 기만인지 사정없이 폭로한다.
위선과 정신질환이 뒤석인 변태섭의 정신 세계는 그들의 입장에서는 보편이고 일상이다. 그래서 자기를 좋아하고 순종하는 애인을 선배에게 상납하고 선배는 태연히 후배의 애인을 끌어안고 욕망을 채운다.
도덕적 우월감이 저지르는 범죄는 한 마디로, 너와 나는 같지 않으며 자신들은 타인의 삶을 깔아뭉개도 좋다는 놀라운 발상이다.
- 서평자는 말한다. 80년대가 궁금하다고요? 그럼 이 작가를 만나보세요! (1편 끝, 2편에서는 본문을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