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동식물들은 체내시계를 갖고 있지만 전체적인 통일성을 갖지 못하므로
해시계나 물시계가 등장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1200년대에 기계식 시계가
나오게 된 것으로 보인다. 내 어릴 때만 하더라도 시골에서 부잣집 아니면 벽시계가
걸려 있었던 집은 보지 못했다. 정시가 되면 '뎅뎅' 하는 소리가 마당가로 울려퍼졌다.
지금 우리집은 부자가 아니라도 시계가 몇개나 된다. 고장난 손목시계까지 합치면 열개도
넘는다. 결혼예물시계로 산 오메가도 고장이 나서 책상 서랍속에 처박혀 있고 배 탈 때
미드위치 당직 시간에 맞춰 일어나도록 알람 설정을 할 수 있는 탁상시계도 고장이
났는지 아니면 배터리가 다 방전이 돼서 안가는지 서 있다.
그런데 물시계는 작동이 잘 되고 있다. 얼마전부터 목욕탕 샤워기가 물이 한방울씩 새기
시작했다. 욕조로 떨어지는 낙수가 얼마나 되는지 가능해 보기 위해 그 밑에 세숫대야를
받쳐 놓았더니 한나절 있다가 보면 한 대야 가득 차는 것이었다. 그냥 흘려 보내기 아까워
계속 세숫대야를 받쳐 놓고 있다. 소변을 보고나면 세숫대야 물을 변기에 부어 내린다.
가을이 돼도 계속되는 열대야에 방문을 열어놓고 자면 잠이 들때까지 세숫대야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가 깜깜한 어둠을 타고 내 귓가로 전달된다. 하나 둘 세어보면 1초에 두어방을
떨어지는 것 같다. '낙숫물이 단단한 바위를 뚫는다'는 말이 있다. '아파트에서 떨어지는 낙수물은
무엇을 뚫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만간에 샤워기를 바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