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내가 살았던 까막골에는 호랑이가 자주 내려와서 염소나 송아지 혹은 개를
물고 갔다고 한다. 그래서 해가 지면 개집도 문을 잠가야 하고 사람들도 바깥출입을
삼갔다고 한다. 우리집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진외가집 대나무숲이 전골담 동네를 타고
죽 뻗어 내려와 있었는데 캄캄한 밤중에 화장실 가려고 방문을 열고 나서면 대나무숲에서
호랑이불이 훤히 비추더라고 할머니께서 이야기를 하셨다.
전골담 끝집에 양동할매가 딸린 식구도 없이 혼자 사셨는데 밤중에 호랑이가 내려와 덥썩
물고 가다가 안골 밭둑에 떨어뜨리고 갔다고 들었다. 새벽에 밭일 하려고 밭에 나갔던
남정네가 밭둑에 뭔가 허연 물체가 눈에 띄여 가까이 다가가 보니 사람이 기절한채 누워
있더라는 것이었다. 얼른 덥쳐 업고 동네로 내려와 머리에 찬물을 퍼 붓고 온몸을 흘들어 깨우니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셨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은 자식도 없이 혼자 사는 할매가 불쌍해서
떨어뜨리고 간 것이라고 했다.
어제 신문기사에 잉어와 같은 큰 물고기가 작은 실뱀장어를 잡아 삼켰는데 이 실뱀장어가
물고기의 소화기관으로 들어가서 빠져나갈 구멍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꼬리를 아가미쪽
구멍으로 밀어넣어 유유히 바깥으로 빠져 나가는 광경을 X선 사진촬영으로 규명했다고 한다.
'장어는 꼬리가 힘이 세다'는 말이 있다. 장어구이를 먹을 때 꼬리를 먹으면 한마리 다 먹는 셈
이라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사실에서 우리는 '무슨 일이든지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살길이 열린다'는 것을 명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