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때 가정용 대형금고가 불티나듯 팔린 적이 있다. 부자들은 돈이나 귀중품을
은행에 예금하거나 귀중품 보관창고에 맡기기도 했지만 이율도 얼마되지 않아
집에다 금고를 두고 그 안에 보관했다가 필요시 꺼내 쓰기가 편리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서민들은 금비녀나 금반지 등 금붙이를 보관할 데가 마땅치 않아 장농 깊숙히
감춰 놓거나 그것도 도둑이 들까봐 겁이 나서 부엌의 깨소금 단지 속이나 양념통 빈통
속에 감춰 놓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귀중품을 베갯속에 감춰 놓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기억세포도 줄어들어 기억력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처럼 총총하던 기억세포도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하면 금세 했던 일도 곧잘 잊어버린다.
하물며 예전에 아무도 모르게 감춰 놓았던 일도 까마득히 잊어버리 쉽다. 베개도 오래 쓰면
낡아서 바꿔야만 한다. 특히 젊은 아이들은 부모들이 쓰던 물건들을 케케묵은 고물로 취급하여
새로운 소재에다 산뜻한 디자인으로 된 베개로 바꾸고는 헌 것은 쓰레기장으로 내던져 버린다.
나이 든 노인들은 자신이 베개 속에 금붙이를 감춰 놓았던 사실조차 잊어 버리거나 기억한다해도
베개를 내버린지 한 참 지나서야 기억한들 아무런 소용이 없다.
지난달 26일 SBS뉴스에는 '여행경비 실수로 버렸다. 2톤 스레기 뒤진 시청직원들'이란 기사가
났었다. 사연인즉, 지난 8월23일 안동시청에 한 시민으로부터 다급한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해외여행경비로 마련해 둔 1500달러(한화 약200만원)를 실수로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렸다고 했다.
그는 뒤늦게 이 사실을 깨닫고 쓰레기봉투를 버렸던 곳으로 내려가 봤지만 이미 청소차가 수거해
간 뒤였다. 시민도움 요청을 받은 시청 직원은 해당구역 청소업체에 연락해 청소차가 아직 운행중인
것을 확인하고 업체 주차장으로 향해 다른 직원들과 2톤가량의 쓰레기 더미를 뒤져 여행경비가
들어있는 봉투를 찾아냈다고 한다.현장에서 돈을 돌려받은 시민은 여행을 포기할 뻔했는데 정말 감사
하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고 한다.
건망증은 나이 많은 사람에게만 오는 것은 아니다. 약 10여년 전 영국 웨일스 지방 뉴포트지역에 사는
제임스 하웰스(39)는 컴퓨터에 암호화폐의 일종인 비트코인을 저장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하드디스크를 내다 버렸다. 현재 그 드라이브에 저장된 비트코인의 가치는 1억5천만 파운드(한화 약
2390억원)로 추산된다. 잃어버린 하드디스크를 찾기 위해 하웰스는 수백만 파운드를 들여 뉴포트 매립지
를 파 헤칠계획이라고 하나 시 당국에서는 환경적인 문제를 야기한다며 이를 불허하고 있다고 한다.
뉴포트는 내가 살았던 카디프와 붙은 도시인데 골프장이 있어 자주 갔던 곳이다. 나도 이 친구와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PC가 고장나서 수리점에 갔더니 전원장치가 고장이 났다며 오래되어 수리하는 것보다
새것을 하나 사는게 났다고 해서 그냥 버렸는데 그 속에 천만원짜리 소프트웨어가 깔려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