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던 행인 부엌칼로 목 찔러 살해, 묻지마살인 ‘충격!’...
범인 “그냥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서 죽였다”
대낮에 길가던 행인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흉기로 찔러 살해한 이른바 `묻지마 살인`이 또다시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강원도 동해시청 민원실에서 묻지마 살인으로 공무원 1명이 희생된 이후 한달 만이다.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김모(25)씨가 지난 15일 오후 4시께 서대문구 홍제동 H초등학교 후문 앞에서 근처를 지나던 오모(41)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19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무직으로 5년 동안 집에서만 지내던 ‘은둔형 외톨이’였다. 김씨가 범행을 저지른 것은 단순히 사건 당일 `오늘은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집 근처 슈퍼마켓에서 부엌칼을 산 김씨는 흉기를 가방에 넣고 집에서 300m쯤 떨어진 H초등학교 후문 근처에서 범행 대상자를 찾았다.
결국 김씨는 이날 오후 4시께 이곳을 지나던 오씨의 목을 찔러 무참히 살해한 것이다. 오씨는 생수배달업을 하는 평범한 40대 남성이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처음엔 초등학교 수위를 죽이려고 뒤따라갔는데 수위와 눈이 마주치고 주변에 여학생 몇명이 있어 포기하고 지나가던 다른 남성을 죽였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2002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경기도 성남의 한 전문대에 진학했지만 피해망상성 정신분열증으로 학교를 중퇴하고 지난 5년 간 집에서만 지내온 것으로 밝혀졌다. 집에서만 지내는 이른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였던 것이다.
경찰은 "김씨가 이전에도 할머니의 손발을 묶거나 입을 막고, 여동생의 목에 흉기로 상처를 내는 등 상태가 심각해 부모가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적이 있다"며 "애인이나 친구를 사귀지 않는 것은 물론 휴대전화와 PC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에 대한 정신분석을 의뢰하는 한편 여죄를 수사하고 있다.
[사진=밤행 현장 CCTV 캡쳐] ⓒ 부채질 / 부채질 기자
<히키코모리 란?>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병적인 사람들.
<현황>
일본
사이토 타마키는 약 100만명의 히키코모리가 일본에 있다고 추산했지만(일본 남자 청소년의 20%, 전 인구의 1%에 달하는 숫자), 이후 그의 자서전《박사의 기묘한 사춘기》(博士の奇妙な思春期에서 이 숫자는 관심을 끌려고 자신이 만든 숫자이고 사실적인 근거는 없다고 했다. 히키코모리 현상이 공식적으로 인식된 후 보고된 사례는 몇 천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 등교거부는 성비가 같다. 하지만 성숙해가는 소년과 소녀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다르기 때문에 널리 보고된 사례에서 많은 경우 히키코모리는 남자 아이들이다.
2008년 현재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고 하여 문제가 되고 있다.
그밖의 국가 전격적인 사회거부는 주로 일본의 현상이지만 유사한 현상이 대한민국, 타이완,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영국 등 영어권 자료에서도 히키코모리와 근본적으로 같은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 영국 BBC의 프로그램에서 일본의 히키코모리 현상에 대해 방영했을 때 BBC 홈페이지에는 시청자의 많은 글이 올라왔다. 그들이 개인적으로 히키코모리를 경험한 적이 있으며 일본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란 글이었다.
<원인>
히키코모리가 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학교·회사에서 당하는 육체적·정신적 고통(왕따 등의)을 피하기 위해 -가족들과의 관계에서 발생한 트라우마, 가족들로부터의 지나친 간섭으로 인해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성장한 경우 -사회에 압도되어 인생에 절망해 벌이는 자해 행위의 일종 -자신이 보기 싫어하는 현실, 사람(들), 장소 등을 보지 않기 위해 -속(本音)을 겉(建前)이라고 합리화시켜 사회나 어떤 상황이 기대하는 역할을 찾아내는 것이 어려운 경우
<히키코모리가 되는 시기> 주로 책임감이 부여되는 등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청소년부터 젊은 성년들이 히키코모리가 되는데, 이 때 히키코모리가 된 사람이 사회로 복귀하지 못한 채 중년이 되기도 한다. 진학이나 취직 적령기에 놓인 사람 외에도 사회인으로서 자립한 사람들도 히키코모리가 될 수 있다. 성인 히키코모리들은 부모가 죽은 뒤가 걱정되어 부모의 죽음을 숨기고 연금을 부당하게 수급하는 등의 사건을 일으키기도 한다.
<생활 습관> 히키코모리는 방이나 집에서 나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모든 히키코모리가 그런 것은 아니다. 방이나 집에서 전혀 나가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장보기 같은 이유로 외출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도 사회 생활은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밖에 나가지 않기 때문에 주야가 바뀐 생활을 하거나 인터넷 중독에 빠지는 등의 문제도 있다. 또 이런 생활 습관으로 인해 타인이나 사회와의 접촉이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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