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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힘, 믿어주는 힘
창세기 24:1-12
하나님의 평화가 말씀을 듣는 우리 가운데 함께 하시길 빈다.
주현 후 첫 주일이다. 주현절은 이 세상에 오신 그리스도가 바로 나의 주님이심을 일깨워 주는 절기이다. 색동교회가 주현절 요절로 이 말씀을 고백하는 이유다.
“믿음의 주요 또 온전하게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히 12:2).
아직도 주현절은 낯설다. 그 첫 날인 주현일은 1월 6일인데 예수 탄생 후 12일이 지나 동방박사가 찾아온 날이다. 러시아정교회는 이 날 다음날을 성탄일로 축하한다.
요즘 손흥민 선수가 맹활약하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연말 박싱데이 일정’을 자주 말하던데 그 박싱데이가 바로 주현일이다. 박싱은 선물상자를 말하는데 바로 동방박사 세 사람의 선물을 말한다. 이 날이 바로 주현일이다.
동방박사는 페르시아에서 온 이방인들이다. 그들은 별을 따라서 먼 여행을 하였다. 주현절은 마치 동방에서 별을 따라 먼 길을 여행 온 현인들의 이야기처럼 우리도 하나님과 동행하는 날이다.
누구나 새해를 맞아 다시 여행을 시작한다. 마침 책칼럼 ‘오늘의 책’에 김종일 집사님의 ‘여행 이야기’가 실렸다. 요즘같은 코로나19 시대에 몸에 맞는 여행체험을 소개하고 있다.
올해 내 인생의 여행길에 하나님께서 은총의 별빛을 허락하시기를 바란다. 그리고 날마다 새로운 삶을 고쳐가며 살 수 있도록 따듯한 길동무가 되어 주시기를 소망한다.
1)
동방박사 보다 훨씬 그 전에 아주 먼 길을 여행한 인물이 있었다. 오늘의 주인공은 아브라함 시대에 이름조차 기록되지 않은 무명의 인물이다. 성경은 그를 아브라함 집의 “자기 집 모든 소유를 맡은 늙은 종”(2)이라고 소개한다.
요즘 톨레레게가 한참 아브라함 시대이다. 나는 올해 설교를 톨레레게 진도에 맞춰서 진행하기로 마음 먹었다. 지난 주 창세기 1장에 이어, 여러분의 톨레레게 여행에 호응하여 길동무가 되려는 것이다. 아직 출발하지 않은 분이 있다면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오늘부터 톨레레게를 시작해도 참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동방에서 온 세 박사든, 아브라함의 늙은 종이든 인간의 삶은 ‘믿음의 힘, 믿어주는 힘“이 있는 한 계속된다. 먼 여행에는 고달픔과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나와 동행하시는 주님과 함께 길을 간다.
“여호와께서 너를 지켜 모든 환난을 면하게 하시며 또 네 영혼을 지키시리로다”(시 121:7).
사람들은 날마다 여행을 꿈꾸는데 코로나19로 모든 여행이 정지되었다. 정말 그럴까? 그렇지 않다. 여전히 출근을 하고, 결혼을 하고, 이사를 하고, 돌아오지 못할 세상으로 떠난다. 먼 길을 떠났던 유림이가 돌아오고, 또 소현이가 먼 길을 떠난다. 여행이란 의미로서 인생여정은 변함없이 계속된다.
모든 여행에는 목적이 있다. 아브라함의 늙은 종에게도 여행의 목적이 있었다. 신실한 아브라함의 늙은 종은 주인이 떠나온 원적지로 가서 이삭의 신부 감을 구하는 막중한 혼사 책임을 맡았다.
늙은 종의 여행 행보를 보면 그의 믿음과 행동이 얼마나 진실한가를 느낄 수 있다. 때마다 하나님을 의지하고 의뢰한 늙은 종의 여행 경로를 보면서 두 가지 단어를 생각하였다. ‘순간순간’과 ‘더듬더듬’이다. 기도에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기도란 순간순간 하나님을 의지하고, 더듬더듬 하나님을 의뢰하는 일이다.
마더 테레사 기도문의 일부이다.
“기도는 여러분 모두와 나를 위해서 타오르는 하나님 사랑의 불꽃입니다. 서로를 위해 기도합시다/ 이것이 가장 훌륭한 사랑의 방법이니까요/ 오늘 하루도 하나님의 사랑의 빛으로 가득하기를!”
올해 여러분의 믿음의 순례에도 순간순간 하나님을 의지하고, 더듬더듬 길을 찾기를 바란다. 서로 기도하며 도우면서 모두 힘내길 바란다.
2)
본문은 이삭의 결혼 이야기다. 결혼의 의미는 아브라함에서 이삭으로 한 세대가 다음 세대로 계승되는 과정 중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창세기의 족장사는 4명의 족장 이야기로 구성되었는데, 이제 드라마 2막을 시작한다.
늙은 아브라함에 이어서 아들 이삭이 무대에 등장할 차례이다. 하나님의 언약은 이삭을 통해 보존되고, 계승되고 있다. 이를 위해 아브라함은 이방인이 아닌 고향의 친척 중에서 며느리를 삼고자 했다.
이삭의 혼인 과정은 한편의 아름다운 드라마이다. 아브라함은 고향 메소보다미아의 친척 중에서 며느리를 찾기 위해 늙은 종을 파견한다. 가나안의 이방인들 가운데서 혼인 상대를 구하지 않았다. 우상을 따르지 않고, 하나님만을 섬기려는 마음이었다.
아브라함의 신실한 종은 이삭의 신부감을 구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았다. 종의 행보를 보면 참 충성스럽다. 주인이 신실하니 그의 종도 충성스러운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버지가 형통하니 아들 이삭의 혼인 과정도 평탄하다.
늙은 종은 처음부터 기도로 준비하였고, 철저하게 하나님을 의지하였다.
“그가 이르되 우리 주인 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여 원하건대 오늘 나에게 순조롭게 만나게 하사 내 주인 아브라함에게 은혜를 베푸시옵소서”(12).
그는 자기 마음속에 그림을 그려두고 하나님께서 알맞은 사람을 찾아주시길 소원했다. 기도란 마음속에 믿음으로 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늙은 종은 일의 추진 과정에서 순간순간 하나님을 의지하였다.
결국 아브라함의 친척 중에서 ‘나홀의 아내 밀가의 아들 브두엘의 딸 리브가’를 만났다. 그는 주인의 친척인 리브가를 만나게 하신 하나님께 경배하고 감사드린다.
“이에 그 사람이 머리를 숙여 여호와께 경배하고”(26).
주인에게 모든 결정을 위임받은 늙은 종은 혼주인 리브가의 아버지 라반과 혼담을 성실하게 진행한다. 늙은 종은 자신의 본분을 다하여 주인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였다. 그리고 혼약 후에는 즉시 귀가를 서둘러 주인과 기쁨을 나누려고 하였다.
결과적으로 늙은 종이 하는 일은 순조로웠고, 평탄하였으며, 형통하였다. 그는 충성되고 세심한 노종이었다. 그는 겸손하고 경건한 노종이었다.
또 며느리 감인 리브가는 어떤가? 그 처녀는 두려움 없이 새로운 삶을 선택하였다. 이러한 리브가의 용기는 훗날 아들 야곱의 선택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창 27:13).
마침내 리브가는 가족의 축복을 받고, 그 역시 고향을 떠나 먼 길 아브라함의 나그네 길에 합류하였다. 여행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그의 부모는 이렇게 축복한다.
“너는 천만인의 어머니가 될지어다 네 씨로 그 원수의 성 문을 얻게 할지어다”(창 24:60).
3)
한 세대는 지나가고, 또 한 세대가 등장한다. 하루해가 뜨고 하루해가 지는 일이 반복한 결과이다. 영화 ‘지붕 위의 바이얼린’의 주제곡인 ‘썬 라이즈 썬 셋’이 두고두고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것은 누구나 그 세월 속에 포함된 인생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1905년 러시아 우크라이나 지방의 유대인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주제곡은 맏딸의 결혼식에 부모와 친척들이 모여 어느새 아이들이 자라 혼인하는 모습을 보면서 복잡한 심경을 표현한 내용이다. 아이였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언제 저렇게 컸는지, 정말 세월이 빠르구나!
이제 신혼부부도 기쁨과 슬픔이 이어지는 날들을 보내겠지. 내가 어떤 조언을 해주면 인생이 좀 더 순탄해질까 하는 고민을 담고 있다. 결혼식 음악이지만 당시 유대인들의 힘겨운 생활상을 반영한 듯 무겁다.
“해가 뜨고 해가 지고 해가 뜨고 해가 지고/ 쏜살 같이 흘러가는 나날들/ 한 계절이 지나면 다른 계절이 오지/ 행복과 눈물로 가득 찬 (계절이).”
작사를 한 셸든 하닉은 노래 가사를 써서 작곡가의 아내에게 처음 들려주었는데 듣던 그 부인이 우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후에 자기 누이에게도 들려주었는데 누이도 울었다고 하였다. 인생은 즐겁고 또 서러운 것이다. 우리가 맞는 생애는 기쁘고 또 아픈 일이다.
혼인은 얼마나 소중한가? 어머니의 죽음으로 늙은 아버지가 자신의 혼인을 다급히 여기는 것을 잘 알던 이삭은 늙은 종으로부터 자초지종 신부를 데리고 온 사연을 듣고, 아내로 맞아들였다.
“이삭이 리브가를 인도하여 그의 어머니 사라의 장막으로 들이고 그를 맞이하여 아내로 삼고 사랑하였으니 이삭이 그의 어머니를 장례한 후에 위로를 얻었더라”(창 24:67).
늙은 종은 임무를 잘 수행하였다. 늙은 종은 누구일까? 본문에 이름은 나타나지 않으나 학자들은 그가 엘리에셀이라고 추정한다. 아직 이스마엘도, 이삭도 태어나지 않고, 아들에 대한 아무 희망이 없던 시절에 아브람은 엘리에셀을 상속자로 마음먹은 적이 있었다.
“아브람이 이르되 주 여호와여 무엇을 내게 주시려 하나이까 나는 자식이 없사오니 나의 상속자는 이 다메섹 사람 엘리에셀이니이다”(창 15:2).
본문의 주제어는 ‘평탄’ 혹은 ‘형통’이다(21. 40. 42, 56절). 마치 후렴구처럼 하나님이 그에게 ‘평탄한 길’을 주시고, ‘형통’하게 하셨다고 한다. 종의 형통함은 순간순간 하나님을 의지했기 때문이다. 종의 평탄함은 더듬더듬 하나님을 의뢰했기 때문이다.
주인 아브라함의 믿음이 훌륭하니 그 종의 믿음도 훌륭하다. 믿음은 반드시 선한 영향을 준다. 우리가 날마다 선을 행해야 하는 이유이다. 선을 행하는 그 사람의 주변은 맑다. 따듯하고, 평화롭고, 행복하다.
우리가 톨레게게를 하듯, 이삭은 평소 하나님을 묵상하던 모범이 된 인물이다.
“이삭이 저물 때에 들에 나가 묵상하다가”(창 24:63).
이삭의 경건한 생활은 일마다 때마다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게 하였다.
연말연시에 나는 모처럼 선한 일을 몇 가지하였다. 사실 아주 작은 일이지만, 우리 사회의 평화를 위해 작은 참여를 한 일로 흐믓하다. 청와대 앞에 두 번 가고, 국회 앞에도 한 번 갔다. 정의를 호소하는 사람들을 응원하러 찾아갔다.
가장 춥다는 1월 7일 저녁에 청와대 앞에 가서 그곳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가족들과 기도회를 했다. 지붕 없는 울타리 안에 앉아 겨우 담요를 덮고 예배를 드렸다. 참석한 가족은 무려 두 명이었다. 승묵이 어머니와 수진이 아버지는 7주기가 되는 올해 4.16에는 진상이 규명될 것을 기도하였다.
우리 역사는 지금도 먼 길을 가는 중이다. 역사의 길도 인생의 길처럼 순탄하지 않다. 나는 걷기도를 하면서 신학생이 된 스무 살부터 지난 40년 동안을 파노라마처럼 묵상해보았다. 순간순간 하나님을 의지하고, 더듬더듬 길을 찾아왔던 시간들이다.
내 경험에 따르면 순간순간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좋지 않다. 순간순간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너무 급히 결정하지 않아도 된다. 더듬더듬 길을 찾고 모색하는 과정은 참으로 귀하다. 내게 믿음의 힘이 있다면, 나를 믿어주는 힘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런 생각이 든다. 청와대 앞이던, 국회 앞이든 그 추위에서도 한데 잠을 자게 한 용기와 사랑은 과연 무엇일까? 역사의 길에 대한 믿음과 신뢰일 것이다.
무슨 거창한 일들이 내 인생을, 우리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다. ‘해가 뜨고 해가 지고’, 그 일상의 계속, 그 삶의 소소한 흐름이 만들어 간다. 그러기에 내게 주어진 매일매일에 최선을 다하는 일상의 경건, 일용할 영성이 중요하다.
톨레레게가 그렇다. 말씀을 읽고 내게 주신 말씀을 요절로 찾고, 그런 삶을 결단할 힘을 달라고 간구를 하라. 다른 사람들과 요절을 함께 나누면서 그들의 삶을 응원하고 축복하라.
홀로코스트 생존자로 유명한 노벨문학상 수상자 엘리 위젤의 회고담을 담은 <나의 기억을 보라>는 그의 제자가 쓴 기록이다. 이런 내용이 있다.
랍비 심카 부님에게 그의 제자 하녹이 물었다.
“저는 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입니까?”
랍비 심카 부님은 대답하였다.
“나도 평생 매일같이 그 문제로 씨름하고 있다. 우선 나랑 같이 저녁밥부터 먹자꾸나.”
그렇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은 매일매일, 순간순간, 더듬더듬 할 일이다. 그런 한해가 내 영혼을 부요하게 하고, 인생의 자취를 아름답게 한다. 날마다 최선을 다해 씨름하고 하루 세끼 감사하며 밥을 먹는 이유이다. 그렇게 정성스레 쌓아온 인생이 흐믓하고 행복한 법이다.
올해도 그런 인생의 여정을 빛나게 살기 바란다. 하나님의 은총의 별빛이 여러분의 그늘과 응달을 비추시고, 더욱 따듯하고 용기있게 살 용기를 주시길 소망한다. 그리하여 믿음의 힘, 믿어주는 힘에 의지하여 늘 만세를 부르기를 기대한다.
나를 향하신 하나님의 빛이 내 삶 한 가운데 늘 임재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드린다.
첫댓글 저의 신앙의 길잡이.. 멘토이신 목사님..! 오늘도 말씀을 통해 제 영혼을 만져주고 위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활자로 설교말씀을 읽었는데도 눈물이 주륵주륵 났네요 ㅠㅡㅠ 늘 귀한 말씀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