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생가 ▲
영동 고속도로 여주 인터체인지로 들어서면 오래지 않아 명성황후의 생가에 도착할 수 있다. 부유치 못해서였을까 건너편에 건립된 명성황후기념관이 없다면 다소 쓸쓸해 보일 듯도 하다.
입구에는 국어, 일어, 영어로 안내되는 음성안내기가 놓여있고
전형적인 조선시대의 민간 가옥구조가 시작된다. 안으로 들어서면 대청마루에 명성황후의 초상이 있고 분향소가 설치되어, 향을
피우는 냄새가 가득하다. 대청마루를 보면서 왼편으로 안방과 부엌이 있고 반대편으로 마당을 질러 별당채로 통한 문이 있다. 그리로 별당채 방안에 어린시절 공부하는 명성황후의 인형이 앉아
있다.
인형의 모습이지만, 이후 왕비가 되어 일본낭인의 손에 처참히
죽어갈 때까지의 일대기가 시작된 모습이라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 뭉클한 감정이 술렁거린다.
생가 밖 주위는 야외 조각공원으로 꾸며져 크진 않지만 여러 조각품들이 흩어져 있다. 다양한 조각작품들이 생가에서 기념관 주위에 이르기까지 제 각각의 의미를 호소하고 있는 것도 즐거움이다. 길을 건너면 막 개장하여 아직 입장료도 받지 않는 명성황후기념관이 있다.
넓진 않지만 아담하고 꼭 필요한 내용으로 꾸며져 있어 아이들의
학습효과나, 짧은 시간에 명성황후를 알기에는 적당하단 생각이
들었다. 궁중 복식으로 잘 만들어진 밀납인형과 명성황후의 친필
서예품들 그리고 옥호루에서의 시해 사건을 매직비전으로 구성하고 있으며, 국장장면이 미니어쳐로 만들어져 있다. 무엇보다
근대사가 자료화보와 함께 알기쉽게 구성되어 있어 거의 잊었던
근대사를 다시 되새길 수 있어서 좋았다. 처음에는 다소 황량하게 펼쳐진 모습이 눈에 들어와 별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2시간 가까운 시간이 금새 흘러갔다. 명성황후 생가와 고종의 친필로 세워진 명성황후탄강구리비, 야외 조각공원, 기념관
등, 의외로 다양한 볼거리를 주고 있다. 그리고 곧 공연장 건립이
끝나고 공연 일정들이 잡힌다면, 이곳의 방문이 더 풍요로워질
것 같다. 떠나기 전, 기념관 밖 추모비 앞에서 혼란스러웠던 근대의 수모와 고통을 당한 명성황후와 우리 역사를 잠시 되뇌여 보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먼 곳만을 바라보고 있을 명성황후의 입상을 뒤로한 채 다시 여주 인터체인지로 향했다.
어른이 되고 바쁜 일상에 매이면서 어느덧 마음 속에 역사와 우리 민족의 과거는 잊고 산지 오래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학창시절 배웠던 국사의 내용들이 언뜻언뜻 떠오르는 걸 보면 아주
망각한 것은 아닌 듯하다. 비록 지형과 환경은 모두 바뀌었지만,
책에서 벗어나 역사의 현장에서 남아있는 흔적을 통해 다시 생각해 본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한다.
자연과 휴식을 쫓아가는 여행도 충분한 의미가 있지만, ‘조용히
일상의 시간을 벗어나 역사의 시간속에 멈추어 보는 여행은 어떨까’ 감히 권해보고 싶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