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을 품에 안은 공주는 백제의 옛 서울답게 곳곳에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다. 공주 답사는 천안-논산 고속도로의 중간 기점인 남공주 나들목으로 빠져나오면서부터 시작된다.
공주 답사는 시내와 외곽으로 나누어 둘러보면 편하다. 시내권은 유적지가 시청을 중심으로 차로 20~30분 거리에 있어 하루 코스로 무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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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무덤이 모여 있는 송산리고분군. | 모처럼 공주를 찾았다면 시내권에서 가까운 공산성(사적 제12호)에 먼저 들러보자. 백제의 공주 도읍지 웅진성이 바로 이곳이다. 의자왕이 나당 연합군에 항복하기 앞서 마지막 항전을 펼친 곳이다. 금강 줄기를 옆에 두고 나지막하게 들어선 공산성은 원래 토성이었지만 나중에 석성(石城)으로 바뀌었다. 토성의 흔적은 동문지 쪽에 일부분 남아 있다. 백제의 대표적인 성곽으로 문주왕에서 성왕에 이르기까지 64년간 백제의 도읍을 지킨 산성이다. 총 길이가 2.6km이며 성의 정문인 진남루를 비롯하여 공북루, 동문루, 금서루 등 4개의 문이 복원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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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성의 성문 중 가장 빼어난 공북루, 옆으로 금강이 흐른다. | 발 아래로 금강이 유장하게 흐르는 공북루는 공산성 중에서도 경관이 가장 빼어나다. 특히 강변의 하얀 모래밭은 마치 해변의 그것처럼 서정미가 물씬 풍기고 철탑 모자를 쓴 금강대교는 한강 다리처럼 늘씬하다. 원래 이름은 망북루였으나 1603년 관찰사 유근이 새로 성을 쌓으면서 공북루로 고쳤다고 한다. 강변에 들어선 공북루는 예나 지금이나 강남과 강북을 왕래하는 남북 통로의 관문이다. 성벽을 따라 동쪽으로 2백 미터쯤 가면 우리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연못인 연지(蓮池)를 만나게 된다. 연지는 금강의 물을 성안으로 끌어 쓰기 위해 만든 연못으로 백제시대 건축의 백미로 꼽힌다. 동, 서 양측에 넓은 통로를 두었고 연못과 금강 사이에 만하루(挽河樓)라는 정자를 세웠다. 공산성 안에는 5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도 들어서 있다. 이곳이 오래 전부터 생활 근거지였음을 말해준다. 마을은 금강과 산성이 둘러싸고 있어 아늑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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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성의 우람한 모습. | 매년 봄과 가을에는 공산성 금서루에서 수문병 교대식이 열린다. 고증을 거친 백제왕의 행렬과 위풍당당한 장수, 절도 있는 수문병의 근무교대 모습 등이 사실적으로 재현된다. 성이 잘 복원돼 있어 둘러보는 데 2시간이면 충분하다. 공산성은 그 역사성으로 인해 종종 사극 촬영지로도 이용되고 있다.
공산성 서쪽에는 무령왕릉을 비롯해 백제 시대의 왕실 무덤 10여 기가 자리잡고 있다. 백제 제25대 무령왕과 왕비를 합장한 무령왕릉은 백제문화의 실체를 입증하는 유물의 보고다. 이 왕릉에서 출토된 유물은 금관, 청동신수경, 석수, 베개, 돌짐승(진묘수) 등등 108종에 이르며 국보급 유물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여기서 나온 유물은 대부분 신축 이전한 국립공주박물관(공주시 웅진동, www. gongju.museum.go.kr)에 전시돼 있다. 새 박물관이 들어선 곳은 금강과 연미산이 바라보이는 곰나루 근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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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사로 가는길, 흰눈이 덮여 겨울 정취를 자아낸다. | 한편, 송산 언덕에서 발굴된 무덤은 모두 일곱 기(1호 분~7호 분)로 이중 7호 분이 무령왕릉인데, 5호 분과 6호 분의 침수를 막기 위해 배수로 공사를 하던 중 우연히 발견했다고 한다. 1호 분부터 5호 분까지는 돌을 쌓아 만든 석실분이며, 6호 분과 7호 분은 벽돌을 쌓아 만든 전축분이다. 고분군이 있는 송산은 북으로는 금강, 남으로는 탁 트인 분지가 시원스럽고, 동쪽으로 보이는 공산성과 함께 백제 문화를 더듬어보기에 제격이다. 솔숲이 우거지고 길이 널찍해 산책 삼아 고분군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좋다. 언덕이라 전망도 비교적 좋은 편으로, 멀리 공산성의 서문인 금서루도 눈에 잡힌다. 고분군 입구에 있는 무열왕릉 모형관에 들어가면 왕실 무덤에서 출토된 각종 유물과 역사 자료를 볼 수 있다.
송산리 고분군 서쪽 금강변에 있는 곰나루도 한번 들러볼 만한 곳이다. 수신제를 지내던 사당 자리이자 ‘곰나루 전설’의 발원지다. 먼 옛날, 암곰 한 마리가 곰냇골(웅천) 깊숙한 동굴에서 살고 있었다. 짝을 찾아 헤매던 어느 날, 암곰은 지금의 웅진동 일대인 곰나루에서 고기를 잡는 한 남자를 보고 강제로 납치해 동굴에서 함께 살았다. 곰은 남자가 도망갈 것을 대비해 굴문을 큰 바위로 막아 놓았다. 여러 해가 흘렀다. 암곰은 새끼 두 마리를 낳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암곰은 남자가 도망갈 것 같지 않아 하루는 굴문을 열어놓은 채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돌아와 보니 동굴을 몰래 빠져나온 남자가 막 곰나루를 건너 도망치고 있었다. 당황한 암곰은 강가에서 돌아오라고 외쳤지만 남자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남자를 잃은 암곰은 이에 너무 슬픈 나머지 새끼들과 함께 강물에 몸을 던지고 말았다는 얘기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 후로 곰나루 일대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자주 일어났다고 한다. 주민들은 이런 일이 사랑을 이루지 못한 암곰의 한 때문이라 생각하고 매년 이곳에 곰사당(웅신단)을 짓고 제사를 지내고 있다. 곰나루 뒤편은 소나무 숲이 우거져 삼림욕하기에 그만이다. 이것으로 공주 시내권 답사는 얼추 끝마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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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사의 겨울,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는 충남의 대표적인 사찰이다. | 시내권에서 백제문화의 진수를 맛보았다면 이번에는 공주 외곽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먼저 갈 곳은 민속학자 심우성 선생이 1996년 설립한 민속극박물관(공주시 의당면 청룡리)이다. 말 그대로 민속 자료가 빼곡하게 모여 있다. 민속극자료관에 들어서면 다양한 인형, 탈, 악기들이 반긴다. 양주별산대, 하회별신굿, 통영오관대, 봉산탈춤 등에 쓰이던 탈들은 살아서 움직이는 듯 하다. 미얀마, 일본, 인도네시아, 베트남, 브라질, 중국 등지에서 건너온 외국 탈들도 전시돼 있다. 조상들이 쓰던 각종 농기구와 목수, 대장장이, 미장이 등이 쓰던 연장들이 모여 있는 농기구자료관은 아이들의 학습장으로 안성맞춤이다. 공주는 역사의 도시답게 박물관이 여러 개 있다. 40번 강변도로를 타고 금강교를 건너 5분쯤 더 가면 웅진교육박물관(우성면 내산리)이 나타난다. 조선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교과서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어린이잡지, 만화, 고문서, 고대소설 등 각종 교육자료를 전시 보관하고 있다.
공주 하면 마곡사를 빼놓을 수 없다. 일제시대 때 김구 선생이 숨어 지내기도 했던 마곡사는 사철 그윽한 분위기를 풍긴다. 계룡산의 갑사와 빗대 ‘춘마곡(春麻谷) 추갑사(秋甲寺)’라고 한다. 마곡사에서 풍광이 가장 뛰어난 곳은 해탈문과 천왕문을 통과하면 나오는 극락교 일대. 이 다리를 건너야 부처가 있는 대광보전과 대웅보전에 이른다. 절을 에두른 계곡길은 태극 모양으로 그냥 서 있거나 가볍게 걷기만 해도 막힌 가슴이 탁 트인다. 현재는 조계종 6교구 본사로서 갑사 등 충남도 70여 개의 말사를 거느리고 있다. 마곡사는 김대승 감독이 연출한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촬영했던 곳이다.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진 두 남녀의 얘기를 담고 있는 순정 멜로 영화로, 인우(이병헌 분)와 태희(이은주 분)가 야외의 평상 위에서 같이 밥을 먹으면서 숟가락과 젓가락의 ‘ᄃ’과 ‘ᄉ’의 차이점을 가지고 설명하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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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빛 완연한 금강줄기. | 이밖에 동학 농민군의 좌절이 서려 있는 우금치 전적지와 박동진판소리전시관, 석장리 구석기 유적지, 이성계가 창업 개국의 야망을 품고 기도처로 삼았던 신원사, 충남 제일의 명산인 계룡산, 충남산림박물관, 금강자연휴양림, 계룡산 도예촌, 김옥균 생가지, 김종서 장군 묘 등도 공주 외곽에 있다. 공주 관광 지도를 가져가면 여행이 한결 수월하다.
같은 백제 문화권인 부여는 공주에서 40번 국도를 타고 30㎞쯤 가면 나온다. 공주와 부여를 잇는 이른바 ‘백제큰길’은 백마강과 함께 달려 경치가 아름답다. 무령왕릉에서 백마강 쪽 곰나루로 나오면 백제큰길과 만난다. 부여는 사방이 1㎞도 안 되는 소읍이어서 어디든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여행길잡이(지역번호 041)=경부 고속도로 천안 나들목을 조금 지나면 천안-논산 고속도로가 나온다. 남공주IC를 빠져나와 40번 국도를 타고 공주시내로 들어선다. 서울서 승용차로 1시간30분쯤 걸린다. 경부고속도로 천안 IC(23번 국도)->공주대교->중앙극장->공산성 입구->공산성 금서루(30분 소요), 호남고속도로 유성 IC(32번 국도, 동학사 방향)->조광주유소(23번 국도)-> 중앙극장 ->공산성 입구->공산성 금서루(30분 소요). 열차:천안역 하차 ->공주행 시외버스 이용(수시 운행, 40분 소요). 대부분의 유적지들이 시내권에 모여 있다. 공주에서 마곡사까지 시내버스가 40~50분 간격 운행, 40분 소요(종점에서 하차). 천안-논산 고속도로 정안 나들목-23번 국도-마곡사. 공주-사곡면 소재지 삼거리에서 우측도로-마곡사. 마곡사 종무소(841-6221), 민속극박물관(856-7700), 계룡문화회(855-751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