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우의 눈으로 본 문화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한 번쯤 들어보았거나 읽어 보았을 것이다.
오래전 고서점에서 사 둔 이 책을 꺼냈다. 당연히 작은(10포인트쯤) 글자라 안경을 버티고 읽어 내려갔지만 400쪽이 넘는 분량에 기가 질리고 말았다. 여러 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건축, 불상, 청자, 백자 등 네 분야만 골라 책에 실린 흑백사진을 천연색으로 바꾸고 작가가 가장 핵심(?)으로 지적한 부분만 인용해서 ‘최순우의 눈으로 본 문화재’란 제목을 붙여 보았다.
최순우(1916∼1984)는 송도고등보통학교가 최종학력이다. 일제 강점기 중등교육만 받았지만, 국립중앙박물관장, 문화재위원, 한국미술사학회 회장을 역임하며, 여러 권의 책을 내는 등 우리 문화에 끼친 그의 공을 다시 새기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은 그 첫 순서로 건축 관련 글 7편을 소개한다. 혹 현장을 찾을 경우 참고하시기 바라며, 그의 안목이 탁월하다는 말은 그냥 해본 소리가 아님을 절실히 느낀다.
1.불국사의 대석단(보물)
"불국사의 대석단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범영루 발밑에 쌓인 자연석 돌각담이었다. 우람스럽게 큰 기둥이 의좋게 짜여서 이 세상 태초의 숨소리리들과 하모니를 아낌없이 들려준다. 이 세계에 나라도 많고 민족도 많지만, 누가 원형 그대로의 지지리도 못생긴(잘생긴) 돌들을 이렇게도 멋지게 다루고 쌓을 수 있었을 것인가."
<사진, 네이버 범영루 검색 사진>
2.부석사의 무량수전(국보)
" 소백산 기슭 부석사의 한낮, 스님도 마을 사람도 인기척이 끊어진 마당에는 오색 낙엽이 그림처럼 깔려 초겨울 안개비에 촉촉히 젖고 있다. 무량수전, 안양문, 조사당, 응향각들이 마치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번이고 자문자답했다."
<사진 2011년 6월 25일 부석사 탐방 시 촬영>
3.통도사 (대웅전 국보)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5칸의 삼포작 다포집으로 그 구조가 매우 건실할 뿐더러 금강계단 불전으로서 내진 구조도 매우 특이하다. 즉 후방 사리단에 대해 장엄한 대고양 불단이 남향해서 놓였고, 이채의 합각 옥개에 대응하는 내진천개(內陳天蓋)도 매우 변화있는 구조를 보여 주고 있어서 조선 후기 불전으로서는 가장 이채로운 양식을 지난 수작임을 알 수 있다."
<사진: 2011년 경 답사시 촬영>
4.속리산 법주사 팔상전(국보)
"우리나라의 탑이라면 보통 석탑을 연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이미 삼국시대에 웅장한 목조탑이 있었다는 것의 대표적인 예로 경주의 황룡사지, 평양 청암리 폐사지의 팔각전지, 부여 군수리의 폐사지 등 많은 목조탑지를 들 수 있는데 현존한 목조 탑파로서 그 형식과 체제를 갖추고 있는 곳은 오로지 이 법주사 팔상전뿐이다.
일본에는 이러한 종류의 목조탑이 많이 유존되고 있으나 일본 건축이 지니는 깔끔한 맛이나 경묘한 맛과는 비길 수 없는 무게를 우리 팔상전은 의젓하게 자랑하고 있다."
<사진; 2018년 10월 19일 문지회 심화학습 시 촬영>
5.비원의 연경당(보물)
"다행히 창덕궁 비원이나 경운동 운현궁 같은 곳에는 가장 전형적이고 가장 본질적인 한국 주택미의 기조를 간직한 건물들이 남아있다. 그 중에서도 비원 안에 정원의 정서를 살려서 지은 연경당 같은 조선의 주택 건물은 '내가 바로 한국이노라' 하고 소리없는 외침을 부르짖고 있다. 연경당의 아름다움은 바로 겸허와 실질과 소박의 아름다움이며, 그 속에서 우리는 그다지 흥겨울 것도 없고 그다지 초라할 것도 없는 한국적인 품위와 조국에 대한 안온한 즐거움 같은 담담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한국은 과거에는 멋진 건축가를 지녔노라'는 말을 나는 이 연경당 대청에 앉아 또 생각해 보았고, 오늘 참다운 이 한국 주택미를 멋지게 이어줄 우리 건축가의 탄생을 절절한 마음으로 대망해 본다."
<사진;연경당, 문화재청 홈피>
6.비원의 부용정(보물)
"비록 이 부용정이 왕가의 규원 속에 자리잡았다 해도 결코 장대한 것도 아니요, 필요 이상으로 화려한 것도 아니지만 그 이름이 지닌 대로 조촐한 꽃처럼 연연하면서도 맵자한 앳된 맵시를 지닌 것은 이 정자의 아름다움을 여성미에 비긴 설계자의 의도가 너무나 잘 살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사진: 문화재청 홈피>
7.경회루(국보)의 돌기둥
앞 부분에 화강석 건축물을 소개한 뒤 "그 중에서도 가장 멋진 건축물은 경회루다. 이 거대한 경회루 집채를 떠받치고 있는 화강석 돌기둥의 우람한 주열을 보고 있으면 잔재주를 부릴 줄 모르는 한국인의 성정과 솜씨가 너무나 잘 나타나 있어서 바로 이런 것이 실질미와 단순미를 아울러 지닌 한국의 멋이로구나 싶어 진다."
<사진: 2018년 6월 21일 문지회 경복궁 탐방시 촬영>
*위 7곳 이외에 경복궁의 옛담장, 백제의 화상전(벽돌무늬), 백제의 전돌무늬, 신라의 막새기와, 신라보상화문전(벽돌무늬), 통일신라의 전돌(건물 바닥에 깔리는 돌) 등이 있으나 건축물의 일부로 쓰인 부자재이기에 여시서는 제외했습니다.
도움이 되셨습니
[출처] 최순우의 눈으로 본 문화재|작성자 주윤 jooyun
첫댓글 이 명예회장님의 글 방 (이 종원)을 드려다 본 후 -네이버 불로그 방에 들어가서 직접 "본인-나"가 울 카페 방으로 옮겨 놓았습니다. 본인의 글을 절대 문지회카페방으로 옮겨 주지 않는 분은 - 이 종원 명예회장님 한 분 뿐인 줄 알았는 데... 아이구뭬 또 한 사람 늘었습니다.
안영선 (목1팀) - 시니어메일 기자됩니다. 이 두 분은 자기가 쓴 기사들을 옮겨 하기를 모르시 나? 아님,날 괴롭힐 작전일까? 그것이 알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우리 건축의 미를 즐겨 볼 수 있는 국보와 보물, 탐방은 했습니다마는 흑백사진을 바꾸셔서 작가가 가장 핵심으로 지적하신 부분들을 올려주신 명예회장님 애쓰심을 조금이나마 성의를 생각해서 더 자세하게 문화재에 관하여 참고하겠습니다.
최순우 눈으로본 문화재 기억하겠습니다.
회장님 노고에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