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공보물에 박근혜 대통령과 악수하는 장면의 사진을 합성해 사용했던 새누리당 정만규(73) 사천시장 후보가 "청와대에 물어봤는데,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을 잘 활용하라고 격려까지 해주었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고 있다.
정 후보는 선거공보물 3면에 합성한 사진을 사용해 경남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허위사실유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을 당했다. 2일 선관위는 "자신과 대통령이 악수하는 합성사진을 선거공보에 게재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정 후보가 합성한 원본 사진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때인 2012년 12월 18일 탤런트 김민씨로부터 '대선 승리 기원 기념품'을 받았을 때 사진으로 확인되었다. 정 후보의 사진 합성 사실은 지난 5월 28일 상대인 무소속 송도근(66) 사천시장 후보가 의혹을 제기하면서 비롯되었다(관련 기사 : 새누리당 후보, 박근혜 대통령 사진 합성 의혹).
정만규 후보 "청와대에 물어봤더니... 오히려 박 대통령 잘 활용하라"
사진 합성이 사천시장 선거에서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속에, 정만규 후보는 선거유세에서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청와대를 언급했다. 정 후보는 2일 삼천포 서부시장에서 유세하면서 청와대를 언급한 것으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정만규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잘 활용하라고 격려해줬다" 새누리당 정만규 사천시장 후보가 2일 삼천포서부시장 앞에서 유세하면서 "청와대에 물어봤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을 잘 활용하라고 격려까지 해주었다"고 발언했다.
"작금에 와서 박근혜 대통령을 홍보물에 사용한 것에 대해서, 사진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하고, 선거법 위반 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저는 박근혜 대통령을, 그 앞에 이명박 대통령과 경선에서 패배했습니다만, 그때부터 지난번 대통령 후보까지 약 7년을, 경남에 오면 모시고 했습니다. 그동안에 제가 얼마나 사진을 찍었겠습니까. 그중에 몇 가지를 시민 여러분 가가호호 보낸 홍보물로 제작사에 보냈는데, 제작사에서 조금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 조금 변형을 시킨 것 같습니다. 그거요 아무 아무 죄가 되지 않고, 청와대 물어봤습니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을 잘 활용하라고 격려까지 해주었습니다."
정만규 후보의 주장대로라면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을 잘 활용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뿐만 아니라 청와대 공무원들은 선거에 개입할 수 없고 선거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하는데, 정 후보의 발언은 청와대가 이를 어긴 셈이 된다.
그런데 사진합성 논란과 관련해, 새누리당 사천시당 강권수 사무장도 청와대를 언급한 것이다. 새누리당 사천시당원협의회는 2일 사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송도근 후보는 선거가 끝나면 새누리당에 재입당을 할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절대 입당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은 새누리당 당원인 이상의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송도근 후보 지원유세를 벌이자 해당 행위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날 기자회견 때 강권수 사무장이 사진합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청와대를 언급한 것이다.
강 사무장은 청와대 비서실 '고위공직자'와 전화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 고위공직자 비서실에서 전화가 와서 사진이 있으면 보내달라고 해서 카톡으로 보내주었고, 밤에 전화가 와서 어떻게 되었는지 물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자기들(청와대)이 회의한 결과, 박근혜 대통령 초상권은 대통령이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 한, 더 이상 선거에 악용되지 않게끔 정당 사무소에서 마무리해달라는 당부를 하더라"라며 "전혀 사진을 찍지 않고 했으면 문제가 되는데, 사진이 있는데 오해를 받는 합성 사진을 왜 했느냐고 해서, 상황 보고를 마쳤다"고 밝혔다.
▲ 새누리당 정만규 사천시장 후보는 선거공보물 3쪽에 박근혜 대통령과 악수하는 장면의 사진을 실었는데, 합성한 것으로 밝혔다.
송도근 후보는 보도자료를 통해 "마치 청와대가 이번 선거를 개입하고 있다는 인상과 사진합성에 관해 면죄부를 준 것인 양 말하는 것은 매우 경솔한 표현"이라며 "이 같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을 공적 기자회견에서 밝히는 것은 또 한 번 대통령을 위험에 빠뜨리는 경솔한 행동"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송 후보는 "대통령께서는 지방선거는 지방의 의원과 대표자를 뽑는 선거로서 대통령실은 엄격히 중립을 지킬 것을 천명하신 바 있다"며 "기자들 앞에 밝힌 청와대의 고위공직자 누가 이 같은 대통령의 말씀을 어겼는지 소상히 밝혀 이 부분에 오해가 없도록 분명히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