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 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 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 질 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해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 순덕
밥을 차려 줄 때도 엄마가 차려주는 게 좋아서 해 달라 하고
배달시켜 달라 할 때도 엄마가 시켜 주는 게 편해서 항상 해달라 하였는데
엄마는 항상 생떼도 다 받아주기에 엄마한테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엄마는 나보다 오래 살아서 다 할 줄 알고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항상 물어보고 만들어 달라 하고
엄마는 거의 다 해주기에 다 괜찮은 줄 알았다. 엄마가 고기를 다 굽기 전에 먹어도 엄마는 괜찮을 줄 알았다.
내가 아파 병원에 입원하였을 때 밤과 새벽 사이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엄마랑 이야기할 때
거의 처음으로 보이는 엄마의 눈물이었다
나는 엄마가 다 괜찮고 다 덤덤하게 넘길 수 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그때를 떠올리면 엄마는 나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기에는 내가 너무 어렸고,
말한다 해서 해결된다는 것도 아니기에 그랬던 거 아닐까.
내가 속을 썩였을 때 엄마의 표정은 어땠는지 마음은 얼마나 상하였을지 감도 안 간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더 철이 없고 장난꾸러기에 말도 안 듣는 그런 아이였는데
그때는 왜 엄마는 다 그래도 될 줄 알았는지 나도 모르겠지만,
엄마가 힘들고 울지 않도록 지금처럼 살 수 있게 해 준 것도 도와준 것도 다 엄마인데,
맛있는 것도 나 먼저 챙겨주고 먹여주는 엄마인데, 다른 거는 몰라도 나 먼저 챙겨주는 엄마가 있어 기쁘다.
지금이라도 엄마의 속이 아프지 않게 노력하고 엄마랑 추억 쌓을 생각을 하며 알바도 해보고
좋은 음식들로 엄마가 배불러 이제는 먹지 못한다라고 할 때까지 먹이고,
오래오래 같이 있을 수 있도록 계획도 세우면서 엄마랑 행복하게 살 준비도 하면서
원하는 거는 들어줄 수 있을 때까지 돈도 벌어보면서, 엄마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걸 보고 싶어 하는지
알아가면서, 엄마가 아프지 않고 웃기만 하는 삶을 기대하면서 나의 문제점도 고쳐 엄마에게 효도하면서
마사지도 하고 심부름도 하면서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빵이랑 과일도 사다 주고, 오순도순 즐겁게 뽀독 뽀독
족욕도 시켜드리고, 마사지도 같이 받으러 가면서 영화도 보러 가고 시원하면서 청량감이 펑펑 터지는 곳들도
찾아가면서 먹거리도 맛집 찾아다니는 그런 엄마의 노후 생활을 할 수 있게 이 마음 잊지 않고 기억하여
돈을 빨리 모아서 실천하여야겠다.
20112 문은지 의정부광동고 mej2@daum.net
<받은 글 옮김>
첫댓글 이 글은 작자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간 우리 모두가 저지른 잘못을 지적하며 일깨워 주는 글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그러고 살았습니다. 엎드려 뉘우침을 깨달으며 "엄마 사랑해요." 속삭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