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게임넷 차기 스타리그는 '2006 신한은행 스타리그'로 결정됐다. 이번 대회의 가장 큰 변화는 작년 12월 열린 스타리그의 후원을 맡았던 신한은행이 2006년 열리는 모든 스타리그를 주최한다는 것.
16강에서 24강으로 확대, 개편되는 2006 신한은행 스타리그는 기존 스타리그가 온게임넷이 주최하고 스폰사가 후원을 맡았던 것과 달리 신한은행이 주최하고 온게임넷이 주관 방송사로 선정되는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방송사 주최에서 후원사 주최로 바뀐 첫 번째 스타리그, 그리고 한 시즌 전체를 같은 후원사가 맡게 되는 첫 번째 스타리그인 ‘2006 신한은행 스타리그’의 남다른 의미를 짚어보자.
◆ 높아진 e-스포츠 위상을 확인하는 계기 작년 12월 열린 스타리그에서 후원을 맡아 금융권 최초로 e-스포츠에 발을 들여놓은 신한은행이 차기 스타리그를 1년 동안 후원하게 된 것에 대해 많은 관계자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보통 1년에 3번 정도 열리는 스타리그는 매번 다른 후원사를 통해 열려 왔다. 후원사들이 아직 e-스포츠를 통한 홍보효과에 확신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장기적인 후원을 기피했기 때문이다. 주최사인 온게임넷이 매번 후원사를 선정하기 위해 많은 고생을 했던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일.
신한은행이 스타리그의 1년 후원을 맡았다는 사실은 여기에서 바로 여기서 큰 의미를 가진다. 작년 스타리그를 통해 e-스포츠가 갖고 있는 무궁한 잠재력을 금융권에서 확인했고, 이번 1년 후원을 통해 정식으로 e-스포츠 마케팅을 인정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또 신한은행의 1년 후원은 이후 다른 메이저 업체들의 후원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물론 2006년 스타리그가 무사히 끝나고 주최사에도 좋은 결과를 남겨야 한다는 조건이 붙긴 하지만, 신한은행이라는 메이저 업체가 1년 후원을 맡은 만큼 다른 메이저 업체들도 2006 스타리그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 터. 앞으로 계속 메이저 업체들이 장기 후원을 맡아준다면 e-스포츠 발전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 새로운 방식으로 대회 흥미도 UP! 신한은행의 2006 스타리그 전체 후원은 경기방식의 변화도 이끌어냈다. 신한은행은 같은 회사가 후원하는 만큼 매번 이름을 바꿀 필요가 없으므로 3번 열리는 스타리그를 1차, 2차, 3차로 명명해 각기 독립적인 대회를 진행하고, 각 리그의 상위 입상자들만 선발해 왕중왕을 가리는 ‘신한 마스터즈(가칭)’ 대회를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서로 다른 대회의 입상자를 모아 왕중왕을 선발하는 방식이 아니라 장기적인 스케쥴 속에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 가운데 왕중왕을 뽑는 ‘신한 마스터즈(가칭)’는 한 해 동안 가장 우수한 e-스포츠 선수를 뽑는다는 본래의 취지에도 적합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온게임넷 역시 든든한 후원사를 믿고 경기진행과 방송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 향후 스타리그의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면에서 이번 2006 스타리그의 의미가 큰 만큼 리그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원조 게임방송국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 신한은행이 주최하는 스타리그!? 앞서 설명한 것처럼 '2006 신한은행 스타리그'는 신한은행이 주최하고 온게임넷이 주관방송사로 참여하는 대회다. 하지만 밝은 전망과 의의와 달리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신한은행이 가장 오랫동안 지속돼 온 온게임넷 스타리그의 주최권을 가지면서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e-스포츠 발전에 노력해온 업체들은 뒷길로 물러가고 풍부한 현금을 제시할 수 있는 후원사 위주로 업계가 재편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현재 대회의 주최권은 주관방송사나 대회조직위원회, 한국 e-스포츠협회가 가지고 있다. 즉 '2006 신한은행 스타리그'처럼 방송사가 대회의 주최권을 후원사에 양도해 대회를 진행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e-스포츠협회와 주관방송사가 주최해오던 스타리그를 협회와 아무 관계없는 기업이 주최권을 가지게 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기존 스타리그는 방송사를 중심으로 대회의 운영, 리그 일정관리 등 여러 부분에서 회의를 걸쳐 결정돼 왔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아직 협회와 자세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상황이라 이후 문제발생의 소지가 많다. 실제로 2006 신한은행 스타리그도 명칭만 정해졌을 뿐 리그에 관한 세부 결정사항이나 리그 운영방침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런 우려에 대해 주관방송사 온게임넷의 관계자는 "리그 운영이나 방송에 관한 문제는 기존 스타리그와 크게 달라질 것은 없으나 세부 결정권이 온게임넷에서 신한은행 쪽으로 이전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대부분의 리그 운영 및 결정은 온게임넷에서 담당하며 신한은행이 주관하는 대회이니 만큼 기업 측에 무게감을 준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이런 업계 일각의 우려에 대해 다각적인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변화는 혁신을 가져온다 1999부터 시작된 스타리그는 벌써 8년째를 맞았다. 그동안 프로게이머들의 억대 연봉시대, 양방송사 통합리그 출범, 유명그룹의 프로게임단 창단 등 국내 e-스포츠는 해를 지나며 꾸준한 발전을 이뤄왔다.
또한 2006 신한은행 스타리그는 2000년 '프리챌 스타리그' 이후 햇수로 6년만에 다시 24강으로 확대되며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어디에서건 변화를 모색할 때에는 이해 당사자들의 마찰과 예기치 못한 잡음 등 여러 문제가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변화의 끝에는 혁신과 개선으로 이뤄낸 또 다른 성공이 기다리고 있음은 역사가 증명해왔다. 신한은행, 온게임넷, 한국 e-스포츠협회는 보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합의점을 도출해 변화가 혁신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