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반도 횡단철도를 통해 한국을 중국과 러시아, 유럽으로 연결하는 것이 나의 오랜 구상임을 설명했다. 현재 한반도에서
유럽 최대의 항구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선박으로 2만 6천6백 킬로미터지만 유라시아 횡단철도로는 1만 2천2백 킬로미터로 거리가 64퍼센트나
단축되고, 수송료도 36퍼센트나 줄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동북아는 물론 유라시아 대륙이 하나가 되어 대대적인 물류혁명을 가져올 것이라는 그림도 그려 보였다.
메르켈 총리도 내 말에 맞장구를
치며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꼭 여행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함께 그 꿈을 실현해보자고 마음을
맞추었다.
■전문■
“총리의 오랜 꿈이 유라시아
횡단열차를 타고 대륙을 횡단하며 여행하는 거라고 들었습니다.”
“맞아요, 어떻게 아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꼭 해보고 싶은 일입니다.”
“앞으로 한국에서 유럽까지
연결되는 유라시아 횡단열차를 타고 독일에서 한국까지 오갈 수 있도록 해봅시다.”
“좋습니다. 할 수 있다면 해봅시다.”
6년 만에 다시 만난 독일의
메르켈 총리와 나는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2006년 9월 메르켈 총리와의 만남은 오랜 친구와 재회한 듯한 기쁨을 주었다. 지난 2000년 내가 한나라당 부총재였을 때 독일 기민당 최초의
여성당수로 뽑힌 메르켈 총리를 만났다. 그 후로 우리는 선거에서 승리하거나 대표에 취임하거나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서로 축하편지를 주고받으며 인연을 이어왔다. 메르켈 총리는 2006년 내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피습을 당했을 때 가장 먼저 위로편지를 보내온 외국 친구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메르켈 총리와 내가
여러 점에서 참 많이 닮았다고 한다. 메르켈 총리는 2004년
4월 비자금 스캔들로 추락하던 기민당의 당수가 되어 1년
반 뒤에 총선을 승리로 이끌며 기민당을 지켜냈다. 나 또한 비슷한 경우였고, 둘 다 보수정당의 당수라는 점 그리고 이공계 출신이라는 점에서 마음이 잘 통하는 것 같다. 메르켈 총리가 추구하는 경제정책이나 외교정책의 노선이 내가 추구하는 것과 비슷하고, 원칙과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나와 꼭 닮았다.
나는 독일 기민당의 싱크탱크인
아데나워재단의 초청으로 EU본부와 나토사령부, 독일을 방문하고
있었다. 메르켈 총리와 만나기로 한 그 시각, 독일 의회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독일군의 아프가니스탄 파병 연장 동의안을 처리하면서 의원들이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었다. 그 때문에 총리실도 분주해 보였다. 메르켈
총리가 조금 늦어질지도 모르겠다며 총리실 직원이 먼저 양해를 구했다. 그런데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메르켈 총리가 직접 총리실로 들어와 나에게 “미안합니다. 중요한
투표가 있어서 투표가 끝나는 대로 곧장 올 테니 양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라고 하고는 다시 사라졌다. 친구에 대한 배려였다. 그러고는 20~30분이
지나 그녀는 다시 나타났다. 우리는 손을 덥석 잡았다. 메르켈
총리는 모여 있는 우리 기자들을 보자 갑자기 포즈를 취했다. 독일 총리실 관례상 국가원수들끼리의 만남이
아니면 상대 국가의 기자들에게 촬영을 허락하지 않는데, 그녀는 그런 것을 무시해버렸다.
우리는 배석자 없이 대화를
나눴다. 경제개혁부터 동맹국과의 공동방위 체제까지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었다. 메르켈 총리는 최근 독일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규제 완화, 외국인 투자 유치, 의료개혁, 연금개혁, 실리 외교, 친자유시장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개혁을 추진하면서 부딪히는
어려움들을 어떻게 극복해가고 있는지 솔직 담백하게 얘기했다.
나는 대한민국이 다시 한
번 성장엔진에 불을 붙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메르켈 총리와 같은 개혁이 필요하다고 평소 나의 생각을 얘기했다. 내가 한반도 횡단철도와 유라시아 횡단철도로 독일과 한국을 연결시켜보고 싶다는 얘기를 꺼냈을 때, 우리가 참 마음이 통한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나는 한반도 횡단철도를 통해
한국을 중국과 러시아, 유럽으로 연결하는 것이 나의 오랜 구상임을 설명했다. 현재 한반도에서 유럽 최대의 항구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선박으로 2만
6천6백 킬로미터지만 유라시아 횡단철도로는 1만 2천2백 킬로미터로
거리가 64퍼센트나 단축되고, 수송료도 36퍼센트나 줄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동북아는 물론 유라시아 대륙이
하나가 되어 대대적인 물류혁명을 가져올 것이라는 그림도 그려 보였다.
메르켈 총리도 내 말에 맞장구를
치며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꼭 여행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함께 그 꿈을 실현해보자고 마음을
맞추었다.
우리는 한마음이 되어 충실한
대화를 나누었다. 서로 비전을 나누면서, 그 비전을 함께
만들어가자는 약속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