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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文選 제113권
소(疏)
1.탄일을 축하하는 상소[誕日祝上疏]
2.소문(疏文)
3.개경사 관음전 행법화 법석 소(開慶寺觀音殿行法華法席疏)
4.졸 성녕대군 법화 법석 소(卒誠寧大君法華法席疏)
5.탄일 축수 소(誕日祝壽疏)
6.흥천사 기우 소(興天寺祈雨疏)
7.성녕대군 법화 법석 소(誠寧大君法華法席疏)
8.탄 일 소(誕日疏)
9.우(又)
10.우(又)
11.탄일 축상재 소(誕日祝上齋疏)
12.낙산사 행 소재 법석 소(洛山寺行消災法席疏)
13.탄일 축 상 재소(誕日祝上齋疏)
14.정릉에서 태상왕의 병을 구하고자 약사 정근을 거행하는 소 [貞陵行太上王救病藥師精勤疏]
15.탄일 축수재 소(誕日祝壽齋疏)
16.원주 각림사를 중창하고 경찬하는 범화경 법회를 여는 소 [原州覺林寺重創慶讚法華法席疏]
17.동전(同前)
18.연경사 법화 법석 소(演慶寺法華法席疏)
19.왕대비께서 성녕대군을 천도하는 백일재의 소 [王大妃薦誠寧大君百齋疏]
20.관음굴을 낙성하고 경찬하여 화엄경 법회를 하는 소 [觀音窟落成慶讚華嚴經疏]
21.금광경 법석 소(金光經法席疏)
22.회암사 문수회 소(檜岩寺文殊會疏)
23.수륙재 소(水陸齋疏)
24.사신으로 간 유구 정총 정신의 등의 재액이 없어져서 속히 본국에 돌아오기를 원하는 소 [使臣柳玽鄭摠鄭臣義等災厄消除速還本國之願疏]
25.일심진여 법석 소(一心眞如法席疏)
26.사신 유구 정총 정신의 등 속환 본국지원 사사행 (使臣柳玽鄭摠鄭臣義等速還本國之願 使司行)
27.수륙재 소(水陸齋疏)
28.관음굴 행 수륙재 소(觀音窟行水陸齋疏)
29.현비전 행 소(顯妃殿行疏)
30.연복사에서 대장경의 열람을 행하는 소 [演福寺行大藏經披覽疏]
31.창 신도 소(剏新都疏)
32.남편이 처의 소상재를 천도하는 소 [夫薦妻小祥齋疏]
33.참경 법석 소(懺經法席疏)
34.천부소 대조부윤서작 (薦父疏) (代曹府尹庶作)
35.법화 삼매의 참회하는 법회의 소 [法華三昧懺法席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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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疏)
1.탄일을 축하하는 상소[誕日祝上疏]
변계량(卞季良)
거룩합니다. 부처님의 큰 자비는 굽어 살피시어 사람의 뜻을 들어 주시나니, 원하옵건대 우리 임금께서 백성의 부모로서 길이 만년을 누리게 하소서. 정성은 저녁노을을 쥐어 짠 것처럼 간절하오니, 징험이 햇빛이 옮겨지지도 않은 짧은 시각에 나타나리다. 운운 임금께서 총명하시며 슬기로우시고, 강건하시며 정밀하시와 옛 것을 참고하여 지금에 맞도록 하여, 예악과 문물이 크게 갖추어졌으며, 인을 베풀어 정사를 다스리니, 날짐승ㆍ물고기ㆍ동식물들이 모두 편안함을 얻었습니다. 덕은 임금 노릇하기에 알맞고, 공은 화육(化育)에 참(參)하나이다. 신하와 백성들이 서로 즐거워하고 초목들까지도 모두 기뻐하게 합니다. 하물며 신등은 어릴 때부터 맹약에 모시어 비상한 돌보심을 입었으며, 장성해서는 신하되어 몸을 바치니, 망극한 은혜를 받고 있사오나 털끌만한 보답을 못했삽기에 다만 성심껏 수(壽)하심을 뿐입니다. 이제 탄신을 맞이하여 어찌 정성껏 불공의 예식을 베풀지 아니하리까. 시설한 것이 약소하여 물방울이나 티끌처럼 작은 것이오나, 비추면 물 속에 달이 분명하듯 아시리로다. 엎드려 원하옵건대 부처님의 가지(加持)와 보살님의 은밀한 보호하심으로 더욱 창성하게 하고, 불꽃 일 듯하게 하라는 노송(魯頌)의 비는 것에 맞게 하시고, 강녕하고 수하심은 기주의 복을 누리게 하소서. 바람과 비가 철에 맞고 전란은 그치고 시절이 태평하여지이다.
[주-D001] 가지(加持) :
가는 가피(加被)의 뜻이요, 지는 섭지(攝持)의 뜻이다. 부처님의 자비가 중생에게 베풀어지고, 중생의 신심이 부처님의 마음에 감명되어 서로 어울리는 것. 또는 부처님의 가피력을 입어 병ㆍ재난 등을 없애기 위하여 수행하는 기도법이다.
2.소문(疏文)
변계량(卞季良)
천백억 화신(化身)의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경전이 만축(萬軸)이나 많지만 6백 권의 반야경(般若經)이 실로 이공(二空)의 이치를 지극히 밝혔습니다. 공덕은 가장 거룩하여 티끌과 모래[微塵數]처럼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영왕(寧王)께서 반야경 전부를 출판하시었습니다. 청정(淸淨)한 스님들을 모아서 열람하게 하시려다가 문득 마지막의 유언을 하시는 지경에 이르렀나이다. 슬프다. 나의 마음은 선왕께서 신선놀이에서 돌아오시지 않고 오래 되셨음을 애통히 여기오며 그 뜻을 계승하는 데는 감히 자식의 해야 할 도리를 잊으오리까. 하물며 돌아가신 날을 맞이하여, 마땅히 불공의 예식을 삼가 행할 것임이랴. 영취산(靈鷲山)의 참다운 중들을 초청하여서 용궁(龍宮)에 간직했던 경전을 연설하나이다. 선고(先考)께서 신앙 하셨던 정성이야 살아계실 때나 돌아가신 뒤에나 다름이 없을 것이며, 소자(小子)가 추수(追修)하는 간절함은 잠깐 동안도 변함이 없나이다. 바라옵건대 감응이 헛되지 않아 이익을 주심이 빠르게 하옵소서. 엎드려 원하옵건대, 운운. 부처님의 인가(印可)하심을 얻고 보살님의 가지(加持)하심을 입어서 티끌 인연을 씻어 버리고, 진리의 공성(空性)을 증득(證得)하여 밝히시어 언덕에 올라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 귀의(歸依)하옵고, 하늘에 밝게 계시사 만대의 후손에까지 덕택을 내려 주소서. 일체 중생들이 함께 불과(佛果)가 이루어지도록 닦으오리다.
[주-D001] 천백억 화신(化身) :
부처의 삼신(三身) 가운데 하나인 화신불(化身佛)을 말함. 천백억 세계에 여러 가지 색신(色身)을 나타내어 교화하기 때문임. 이것은 중생들이 보는 바가 각각 다르므로 천백억 화신이라 함.
[주-D002] 반야경(般若經) :
불교의 대승경전(大乘經典)의 하나로서, 소극적인 제법실상론(諸法實相論)을 말한 경의 총칭임. 반야(盤若 : 智慧)로 관조하여 보면 만유(萬有)는 실물처럼 보는 것과 같은 존재가 아니고 공(空)한 것이라 말함.
[주-D003] 이공(二空) :
아공(我空)과 법공(法空)을 말함. 아공이라 함은 중생은 오온(五蘊 : 色ㆍ受ㆍ想ㆍ行ㆍ識)이 화합하여 된 것이므로 아(我)라고 할 실체가 없다는 것이요, 법공이라 함은 오온의 자성(自性)도 공하였다는 것.
[주-D004] 티끌과 모래[微塵數] :
미(微)는, 색법(色法)의 극히 작은 것을 극미(極微)라 하고, 극미를 일곱 배 한 것을 미라한다. 미진(微塵)은 미세한 티끌이니, 미진수(微塵數)는 이 세계를 깨어 미진을 만들고, 그 미진을 세는 수 즉, 한량 없는 수를 말한다. 불교 용어로 무한의 수를 말할 적에 항하사(恒河沙)니 미진수니 하는 술어를 씀.
[주-D005] 용궁(龍宮) :
용왕의 궁전임. 현세에 불법(佛法)이 유행하지 않게 될 때에는 용궁에서 불교의 경전을 수호한다 함.
[주-D006] 인가(印可) :
스승이 제자의 법을 얻은 것이나 법을 설하는 것을 증명하고 인정하여 주는 것.
[주-D007] 귀의(歸依) :
나의 신명(身命)을 던져서 훌륭한 분에게 돌아가 의지한다는 뜻임. 나무(南無)ㆍ귀명(歸命)ㆍ귀경(歸敬)과 동일하게 쓰는 불교의 술어임.
3.개경사 관음전 행법화 법석 소(開慶寺觀音殿行法華法席疏)
변계량(卞季良)
부모님이 돌아가셨으니 어디에 믿고 의지하리까. 다만 영원토록 슬픔을 머금었사오며 자식을 기르실 제 재우시고 일으켜 준 은혜 보답할 길 없음을 슬퍼하며. 불교에 의지해서 저승의 길을 천도하려 하옵니다. 아버지 강헌대왕(康獻大王)과 어머니 신의왕후(伸懿王后)께서 고생으로 국가를 창업하셨는데, 문득 신선되어 가심을 재촉하셨고, 자식을 키워 장성하였는데, 영화로운 봉양을 누리지 못하셨으니, 내 마음이 몹시 애통하여 세월이 오래될 수록 더욱 잊을 수 없습니다. 때는 또 돌아가신 날이 가까워오니 애모하는 생각이 더욱 간절하옵니다. 국(羮)과 담(墻)에서 뵈옵는 것 같으나 음성과 용모를 찾을길 없음이 슬프나이다. 오직 부처님께서 자비(慈悲)를 움직여 저승의 명복(冥福)을 주시옵니다. 부처는 시방과 삼세(三世)에 가득하나 관세음보살의 가피(加被)가 가장 신통하다 하오며, 불경이 일만 축과 일천 함(函)이 있으나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이 참으로 중요하다 하옵기에, 일찍이 법화경 2부를 금자(金字)로 썼고, 또 관음전 한 채를 능 옆에 지었습니다. 자존(慈尊 관세음(觀世音))을 봉안하며, 비전(秘典 법화경(法華經))을 모셔 두고, 좋은 향을 태워 예배하며, 청정(淸淨)한 스님들을 모아 경(經)을 선양합니다. 수월(水月)의 진용(眞容)은 티끌마다 세계마다[刹刹塵塵] 널리 나타나시고, 연화(蓮華)의 실상은 말씀마다 글자마다 분명하오니, 그림자와 메아리처럼 감(感)하면 통해져서 항하사(恒河沙)같은 공덕이 되옵니다. 엎드려 원하옵건대, 과거의 업장(業障)을 모두 없애고 근본의 진리를 증득하여서 극락당(極樂堂) 가운데 미륵보살의 인도를 받고, 보리수(菩提樹) 아래에 마야부인(摩耶夫人)과 함께 소요하소서. 후세의 자손을 무궁토록 도와주시어 큰 복이 다함이 없도록 뻗어나가게 하여 주시며, 모든 보고 들음이 미치는 바에 모두 이익을 두루 입어지이다.
[주-D001] 가피(加被) :
부처님이 자비의 힘을 베풀어 중생에게 이롭게 하는 것임.
[주-D002] 업장(業障) :
악업의 장애. 업장이라 함은 악한 업의 장애이니, 즉 언어 동작 또는 마음으로 악업을 지어서 정도(正道)에 방해가 되는 것임.
4.졸 성녕대군 법화 법석 소(卒誠寧大君法華法席疏)
변계량(卞季良)
부처께서 사람을 구제하시어, 구하는 이는 반드시 응해 주시며, 부모가 죽은 자식을 천도하는 것은 오래 될 수록 더욱 부지런하다 합니다. 이에 붉은 정성을 다하여 망령이 흰 과보[白報]를 받기를 바랍니다. 음성과 용모가 영영 막히어 다시는 보고 들을 수 없음이 슬프고, 혹시 영혼이 오히려 있으며 어두운 데에 방황할까 염려됩니다. 애통만 한들 무슨 이익이 있으리오. 천도하여 주기에 힘쓸 뿐이로소이다. 이에 죽은 아들의 재산을 가지고 세 불상을 조성하오니, 가만히 도와서 좋은 곳으로 인도하여 주소서. 또 법화경은 마음을 밝히는 것이요, 범망경(梵網經)은 오로지 계(戒) 받는 것을 논하는 것으로 모두 구제하여 주는 보배로운 교훈이므로 이에 기한을 정하여 금자로 썼습니다. 무덤 곁에 새로 지은 암자에, 산중에서 오래 공부한 스님들을 모아서 골고루 가사와 바리[衣鉢]를 보시(布施)하며 향과 꽃으로 장엄하게 갖추었습니다. 존용(尊容)에 예배하니 곧 서방 극락세계의 승한 모임이요, 비전(秘典)을 선양하니 실로 상승(上乘)의 진종(眞宗)이라, 능례(能禮)와 소례(所禮)가 모두 공하였다 하지만, 감(感)하면 통하는 것은 속일 수 없습니다. 가련한 신세는 14세가 겨우 지났고, 어느덧 벌써 백일재(百日齋)가 되었습니다. 생각하오니, 죽은 아들은 타고난 성품이 온공(溫恭)하고, 그 마음이 효도하고 공경하였습니다. 금생(今生)에 지은 망령된 인연은 없었으나 피하기 어려운 전생의 업장이 혹 있었는가. 엎드려 원하옵건대 모든 경(經)이 옹호하고, 대성(大聖)이 돌보시어 혼기(魂氣)가 소명(昭明)하고 성령(性靈)이 깨달아서, 계(戒)ㆍ정(定)혜(慧)가 구족(具足)하여 다생(多生)의 괴로움을 버리고, 법(法)ㆍ보(報)ㆍ화(化)에 귀의하여 구품(九品) 연대(蓮臺)의 자리에 오르게 하여 주소서. 여러 고(苦)를 받는 무리들도 함께 이 공덕이 입혀지이다.
[주-D001] 흰 과보[白報] :
과보는 착한 업이나 악한 업의 인행(因行)에 따라 받는 과보이다. 흰 과보는 깨끗한 업인에 의하여 얻는 좋은 과보를 말함.
[주-D002] 능례(能禮)와 소례(所禮) :
능(能)은 능동으로서 동작하는 것이고, 소(所)는 피동으로서 동작을 받는 것, 능례(能禮)는 예경(禮敬)을 하는 중생이요, 소례는 예경을 받는 부처님인 것.
[주-D003] 계(戒)ㆍ정(定)ㆍ혜(慧) :
계율(戒律)ㆍ선정(禪定)ㆍ지혜(智慧)를 말함. 계율은 불교의 윤리 도덕의 총칭임. 소극적으로는 잘못을 막고, 악을 그치게 하는 힘이요, 적극적으로는 만선(萬善) 발생의 근본임. 불교 삼학(三學)의 하나요, 육바라밀다(六波羅密多)의 하나이며, 삼장(三藏)의 하나임. 선정은 범어의 선나의 준말임. 정려(靜慮) 사유수(思惟修)라 번역함. 진정한 이치를 사유하고 생각을 고요히 하여 산란하지 않게 하는 것임. 불교의 삼학의 하나요, 육바라밀다의 하나임. 지혜는 범어 반야바라밀다의 번역인데, 실상(實相)을 비춰 보는 지혜로서, 나고 죽는 이 언덕을 건너서 열반의 저 언덕에 이르게 하는 것임. 불교의 삼학 가운데 하나요, 육바라밀다 가운데 하나임.
[주-D004] 법(法)ㆍ보(報)ㆍ화(化) :
법신(法身)ㆍ보신ㆍ화신 즉 삼신(三身)을 말함. 법신은 법계(法界)의 이(理)와 일치한 부처의 진신(眞身)임. 빛깔도 형상도 없는 부처의 본체신(本體身)임. 인간에 출현한 부처 이상의 영원한 부처의 본체인 것임. 보신은 인위(因位)에서 지은 한량없는 원(願)과 행(行)의 과보(果報)로 나타난 만덕(萬德)이 원만한 부처의 몸인 것. 화신은 변화신(變化身)이라는 뜻임. 오취(五趣)의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알맞은 대상(對象)으로 화현하는 것. 보통 천백억화신(千百億化身)이라 한다.
5.탄일 축수 소(誕日祝壽疏)
변계량(卞季良)
제자가 불(佛)에 귀의하고 승(僧)에 귀의한지가 한두 해가 아니오니, 오직 소원은 우리 임금께서 우리의 부가 되고 모가 되어지이다. 크게 자비하신 부처님께서 굽어 저희들의 정성을 들어주시옵소서. 공손히 생각하옵건대 우리 임금께서 큰 밝음으로 두루 비우시고, 지극히 인자함으로 널리 포용하여 날짐승ㆍ물고기ㆍ동식물이 모두 편안함을 얻었으며, 예악과 문물이 전부 갖추어졌습니다. 삼왕(三王) 이상 시대를 상고하면 융성함을 견줄 수 있으나, 양한(兩漢) 시대이후에서 구한다면 실로 아주 없다가 이제 겨우 있다고 하겠습니다. 마땅히 일백 신령의 옹호함을 얻고, 삼보(三寶)의 보우하여 주심을 받을 만합니다. 생각하옵건대, 신등은 일찍이 임술년 봄에 성균관(成均館)의 시험에 모시고 응하였더니, 어리석고 미련한 자질들이 외람되게 반부(攀附)하던 끝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방중(牓中)에서 모시고 맹세하던 것을 생각하오면, 황홀하기 마치 꿈에 천상에 노니는 듯하옵니다. 하늘이 덮어주고 땅이 실어주는 듯한 한없는 은혜를 입었으나, 하수(河水)와 산악의 물방울 하나 티 하나 만큼도, 다만 축원만 부지런히 할 뿐입니다. 이제 탄신을 맞이하여 신묘하온 가피(加被)를 비나이다. 마련한 것은 구구(區區)하여 실끝이나 털끝처럼 작사오나 비춰주심을 분명하여 그림자나 메아리처럼 응하여 주소서. 운운(云云). 길이 아름다운 복을 받아서 움직일 때마다 길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번창하고 치성하기를 소나무 잣나무가 한창 새로운 것처럼 되고, 수(壽)하고 강녕(康寧)하여 산이나 언덕처럼 오래 가게 하여 주소서. 바람과 비가 순조롭고 전란이 없고 풍년이 들게 되어지이다.
[주-D001] 삼보(三寶) :
불보(佛寶)ㆍ법보(法寶)ㆍ승보(僧寶)를 삼보라 하여, 불교에서 가장 존중하는 대상으로 한다. 보(寶)는 귀중하다는 뜻이다. 불보는 부처님 진리를 깨달으셨고 중생을 교화하는 교화주(敎化主)인 것. 법보는 부처님이 말씀하신 교법(敎法 : 眞理)인 것. 승보는 부처님을 믿고 배우고 교법대로 수행하는 분인 것.
6.흥천사 기우 소(興天寺祈雨疏)
변계량(卞季良)
대자대비로 중생을 구제하심은 모든 부처의 본심이요, 불에 타듯 남은 백성들을 해치니 과인(寡人)의 깊은 걱정입니다. 이에 정성을 다하여 부처님의 이끌어 주심을 비나이다. 생각하옵건대, 이 조그마한 몸이 큰 계통을 이어 받아서, 아래로는 민정(民情)을 보존하기 어려울까 근심되오며, 위로는 천명이 길지 않을까 두려워하나이다. 더욱이 여러 해 동안 재난을 만났으므로 깊이 반성하던 차에 또 달이 차도록 비가 오지 않으니, 더욱 두려워지나이다. 하물며 농사가 벌써 성숙한 시기이므로 국민들이 큰 흉년이 될까 염려하나이다. 이는 모두 덕이 없는 나의 소치(所致)인데, 뭇 백성들이야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어떻게 할지를 몰라 부처님께서 가만히 도와주심을 기다릴 뿐입니다. 저 흥천사 탑은 선고(先考)께서 세우신 것입니다. 이에 지극히 존숭(尊崇)하와 일찍이 수축하였나이다. 이제 일천 명의 중을 모아서 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예배하옵니다. 지극한 정성은 금석(金石)도 뚫는다 하였으니, 부처님의 밝으신 응감(應感)이 그림자와 메아리처럼 빨리 이루어지옵소서. 엎드려 원하옵건대 삼보께서 통찰(洞察)하여 아시고, 모든 천왕(天王)이 은밀히 보호하시어 모든 생물이 의지할 데 없을 생각하고, 소자(小子)의 간절하옴을 불쌍히 여기소서. 재앙을 돌리어 상서를 내려 길이 《주역(周易)》의 회린(悔吝)을 제거해 주시며, 구름을 만들어 비를 내려 곧 《시경(詩經)》에 이른바 방타(滂沱)함을 이루어 온갖 곡식이 성숙되고, 사방에 침략이 없게 하여 주소서.
7.성녕대군 법화 법석 소(誠寧大君法華法席疏)
변계량(卞季良)
일천 함(函)의 대장경이 모두 중생을 건네주는 배이지만은, 8권의 법화경이 모든 부처의 가장 근본이 됩니다. 일찍이 죽은 아들의 명복을 빌기 위하여 전부를 금자(金字)로 쓰게 하였습니다. 간절히 생각하옵건대, 죽은 아들 대군(大君) 모(某)는 온(溫)하고 문(文)함을 타고났으며, 효도와 우애를 돈독하게 행하였나이다. 정을 쏟아 사랑하여 천상에서 온 기린(麒麟)으로 여겼더니 꿈속의 나비처럼 갑자기 죽을 줄 알았으리요. 비록 죽고 사는 것이 명이 있다 하나, 가이없는 슬픔을 참을 수 없나이다. 세월이 지날수록 자나 깨나 애달픔만 더할 뿐이요, 저승과 이승이 영영 막히어 다시는 보고 들을 수 없습니다. 작년의 이 날은 여전하건만 화락한 안색 부드러운 얼굴은 어디에 있는고. 말이 이에 미치고 보니, 마음을 걷잡을 수 없나이다. 그러나 슬퍼만한들 무엇하리, 천도하기만 힘쓸 뿐입니다. 죽은 날이 돌아오니 마땅히 불사(佛事)를 베풀 것입니다. 산중의 청정한 중들을 청하고, 무덤 옆 새절에서 부처님 전에 예배하며 법화경을 읽으니, 글자마다 광명을 나타내고 말씀마다 진리를 발휘(發揮)하나이다. 이 21명 중의 정진(精進)으로 이 천백억신(千百億身)의 응감(應感)에 사무치어 5일 동안의 설법(說法)으로 다생(多生)의 죄(罪)를 씻고, 육시(六時)의 맑은 범음(梵音)이 일만 겁(劫)의 어두움을 열게 하여지이다. 엎드려 원하옵건대, 혼기(魂氣)가 밝아지고 본원(本原)이 맑아져서 공관(空觀)과 가관(假觀)과 중관(中觀)의 이치를 갑자기 깨달아서[頓悟] 큰 보리(菩提)를 성취하고, 법신과 보신과 화신께 친히 참알(參謁)하여 모든 쾌락이 받아지이다. 모든 괴로움을 받는 중생들에게 함께 이 공덕을 입어지이다.
[주-D001] 공관 …… 중관(中觀) :
관법(觀法)의 내용을 삼종으로 나누어 진리를 설명한 것임. 천태종(天台宗)에서 법화경의 제법실상(諸法實相)의 뜻을 밝힌 것으로서 현상적으로 본다면 가유(假有)요, 본체적(本體的)으로 보면 공(空)이다. 그러나 제법은 현상도 본체도 아니다. 현상과 본체가 서로 의지하는 데서 존재하는 것이니, 이를 중(中)이라 한다. 이 공과 가와 중은 각각 독립한 것이 아니다. 셋은 셋이면서 하나요 하나이면서 셋인 것.
8.탄 일 소(誕日疏)
변계량(卞季良)
부처님의 크신 덕은, 모두 중생을 이롭게 함에 있고, 신하의 지극한 마음은 오직 임금의 수(壽)를 부지런히 비는 것입니다. 귀의 숭배함이 간절하니 감응(感應)이 곧 일게하소서. 생각호옵건대, 옛날 안탑(雁塔)에서 맹약에 모실 때부터 정(情)은 아교와 칠[膠漆]처럼 깊었사오며, 용상(龍床)에 오르신 뒤부터는 하늘과 땅보다도 은혜가 크옵니다. 신등은 모두 어리석고 미련한 자질에다 보잘 것 없는 학식으로서 다만 반부(攀附)함으로 인하여 함께 생성(生成)하는 은혜를 입었습니다. 개와 말[大馬]의 정성만을 품었을 뿐 실로 물방울과 티끌만큼의 조그마한 보답도 못하였습니다. 이제 탄생하신 좋을 날을 맞이하여 다만 하늘보다는 오래[後天] 갈 수(壽)를 비옵니다. 차린 것이 적사오니 밝게 비추어 살피소서. 엎드려 원하옵건대 많은 복을 받으시어 소나무ㆍ잣나무가 늘 한창 새로운 것 같으시고, 천만 년에 산이나 언덕같이 오래 가소서.
9.우(又)
변계량(卞季良)
임금의 은덕은 하늘이 만물을 덮어주듯 하니 보답하려 하여도 길이 없는데, 부처님의 감응하심은 달이 연못에 비추듯 하옵기에 이제 정성을 바쳐 임금의 수(壽)를 비옵니다. 그윽이 생각하오니, 임금께서 지극한 인자하심으로 낳고 길러 주시며, 크신 도량으로 포용하여 주십니다. 선조가 이루어 놓은 것을 잘 계승하시고 날로 학문을 밝히시와, 마음가짐과 일을 처리하심이 더 논할 것이 없도록 순수하시고,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을 사랑하심에 항상 부족함이 있는 것같이 여기십니다. 그러므로 신하와 백성들의 즐거워함을 얻어서 초목까지도 모두 기뻐하는 데에 이르렀습니다. 하물며 신등은 젊을 때부터 맹약에 모시어 이미 비상한 교분이 있었으며, 장성하여서는 벼슬하여 특수한 영광을 입었사오니, 의(義)로는 임금과 신하요 은혜로는 부모보다 더하옵니다. 이것이 어찌 한 때의 경사요, 다행만이겠습니까. 실은 여러 겁(劫)의 좋은 인연입니다. 하늘과 해를 두고 맹세하여 어찌 잊으리까마는, 아직 물방울과 티끌만큼의 조그마한 보답도 못했습니다. 듣자오니 부처님의 자비하신 교(敎)는 원하는 것을 반드시 들어 주신다 합니다. 이제 임금의 탄신을 맞아 부처님의 가만히 가호하심을 얻고자 합니다. 하물며 우리 임금께서 바른 법[佛法]을 크게 드날리어 국가 초창의 큰 규모를 따르심은 진실로 효행이 돈독함에 말미암은 것이요, 역시 신심(信心)이 견고하기 때문입니다. 마땅히 부처님의 음덕을 받으시어 좋은 상서를 누리실 것입니다. 이에 건원릉(健元陵)의 동쪽에 있는 개경사(開慶寺)에 나아가서 삼보(三寶)께 귀의합니다. 부처님의 밝게 비추심으로 조성(祖聖)의 영령(英靈)과 함께 진실히 보우하고 묵묵히 도와주소서. 많은 복을 누리어 모든 재앙의 싹을 소멸시키고 만년 동안 살아 계시어 태평 세상을 누리게 하시며, 움직이면 길하지 않음이 없고 길이 아름다운 천명에 맞게 하소서
10.우(又)
변계량(卞季良)
제자들이 부처님께 귀의한 것이 한두 해가 아니온데, 소원은 오직 우리 임금께서 백성의 부모로서 억만 년을 누리심입니다. 대자(大慈)하신 부처님께서 굽어 살피시어 저희들의 간청을 들어주소서. 생각하옵건대, 임금께서 총명은 옛 글을 상고하시고, 효성과 우애는 신명(神明)에 통하시며, 하늘을 섬기는 마음은 오직 공경으로 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정사는 지극한 인자로 합니다. 마땅히 많은 복 내리심을 받아 오래 수하심을 얻을 것입니다. 신 등은 못난 바람으로 외람되게 맹약에 모시어 하늘과 땅이 덮고 실어 주듯이 큰 은혜를 함께 흐뭇하게 입었으면서 물방울이나 티끌만한 작은 보탬도 드리지 못했으니 오직 두렵고 부끄럽습니다. 아마 다생(多生)에 심은 인연인가 참으로 만나기 어려운 아름다운 만남입니다. 항상 성심으로 축수하옵는데, 어찌 부처님의 자비에 의하지 않으리까. 이제 탄신을 맞이하여 삼가 불교의 의식을 베풉니다. 모든 시설한 것이 지극히 작사오나 밝게 감응하기를 물에 달이 비치듯 하소서. 엎드려 원하나이다. 모든 천신(天神)이 옹호하고 삼보께서 알아주셔서, 더 성하게 하고 번창하게 하기를 노후의 송[魯頌]과 맞게 하시고, 수하고 부하기를 기자의 구주[箕子九疇]와 맞게 하소서. 해 쬐고 비옴이 때를 맞추어 백성과 만물이 모두 자라게 하여지이다.
11.탄일 축상재 소(誕日祝上齋疏)
변계량(卞季良)
군부(君父)의 지극하신 은혜는 하늘ㆍ땅과 함께 가이없고, 부처님의 신묘한 감응은 그림자와 메아리가 형체와 소리를 따름과 같습니다. 간절히 정성을 바치오면 곧 소원을 들어주시리다. 삼가 생각하옵건대 임금께서는 총명하고 밝고 지혜로우며, 신성하시어 문과 무를 겸하였습니다. 지성으로 하늘을 섬기어서 하루라도 게을리 함이 없으며, 은혜로 백성을 사랑하는데 어찌 한 사람이라도 제자리를 못 얻은 자가 있으리까. 억만 백성들의 환심을 얻었고, 날짐승 물고기까지도 모두 즐거워합니다. 임금 노릇하는 도(道)는 고금에 비길 이가 없습니다. 일백 귀신이 의지하는 바이니, 마땅히 삼보의 은밀한 보살핌을 받으리다. 신등은 일찍이 임술년 과시(科詩)에 임금과 함께 성균관에 나가서 어리석고 미련한 자질로서 반부(攀附)하는 막석에 참예하였으니, 당일 맹약에 모셨던 일을 생각하면 마치 중에 하늘에서 놀던 것 같습니다. 하물며 왕위에 오르신 이래로 비상한 은총을 입었습니다. 보답하기를 도모하려니 창해(滄海)가 가이없고, 오직 간절히 빌고 원하기는 남산처럼 오래 수하시기를 바랄뿐입니다. 이 참된 성심이 쌓인 바를 부처님의 밝은 거울로 비춰주소서. 이제 탄신을 맞이하여 불전에 의식을 올리오니, 장만한 것은 적지만은 감통을 두루할 것입니다. 엎드려 원하나이다. 부처님의 자비와 보살의 가피(加被)로 길이 불길한 것이 없어져서 아름다움만을 맞고, 천만년 하늘을 공경하여 주공(周公)의 교훈을 쫓고 억만년 부모가 되시어, 한자(韓子)의 시(詩)와 같으소서. 비 오고 해가 나는 것이 시절에 맞아서 백성과 물건들이 모두 길러지이다.
12.낙산사 행 소재 법석 소(洛山寺行消災法席疏)
변계량(卞季良)
거룩합니다. 부처님께서 나라를 보호하는 자비(慈悲)가 어찌 다함이 있으리까. 소자가 재앙을 만나 두려워서 어찌 할 줄을 모르나이다. 이에 간절히 귀의(歸依)하와 큰 이익을 받자옵기 바랍니다. 생각하옵건대 이 조그마한 몸이 외람되게 큰 자리를 차지하였습니다. 비록 윗자리에 있어 능히 밝지는 못하오나 그래도 임금노릇이 쉽지 않은 줄은 아나이다. 사냥이나 놀이를 줄이고 음악이나 여색의 즐김을 조심하오며, 두려운 것은 백성이니 썩은 줄로 말을 다루 듯하고, 임금의 자리를 편안히 여김이 없이 깊은 연못에 임한 듯 하나이다. 그래도 혹 정치의 잘못됨이 있었을 것이며, 형벌의 지나침이 없었겠습니까. 이를 상제(上帝)께서 검열하시매 마땅히 하늘의 꾸지람이 많으시리이다. 비가 많이 와 산이 무너져서 호구(戶口)의 손실을 가져 왔고, 폭풍이 불어 나무를 뽑아서 곡식의 피해도 많았습니다. 불상(佛像)에 땀흐르는 비상한 일이 있었으며 금성(金星)이 낮에 나타났습니다. 괴변이 거듭 이르니, 근심이 너무나 깊습니다. 먹을 때를 당하여도 밥먹을 것을 잊으며 누웠다가도 다시 일어납니다. 이에 청정한 곳을 가려서 재앙 없애는 기도의 자리를 베푸나이다. 자비하신 법신(法身)은 30가지의 묘한 상(相)을 갖추셨고, 길상(吉祥)의 신비한 주문[呪]은 8만 가지의 재앙을 녹인다 합니다. 환란이 나기 전에 막자면, 오직 가피(加被)에 의지할 뿐이옵니다. 엎드려 원하옵건대, 주시(周詩)의 순수한 복을 받아서, 더욱 수하며 어질어지고 기범(箕範)의 나쁜 징조는 없어져 길이 편안하여서, 백성이 안락하고 물질이 풍부하고 병란이 끝나고 시절이 태평하여지이다.
13.탄일 축 상 재소(誕日祝上齋疏)
변계량(卞季良)
거룩합니다. 부처님의 자비하신 마음은 모든 소원을 굽어 살피십니다. 지성으로 한 분의 수하심을 비는 것은 오직 한결같은 정성에 있나이다. 진실로 간절히 귀의(歸依)하면 이익을 얻으리다. 생각하옵건대 신등이 일찍이 임술년의 과거에 합격하였으며, 성상(聖上)께서 주신 공신(功臣)의 맹약(盟約)에 모시게 되었사오니, 외람되게 하늘과 땅같은 은혜와 영광을 입어서 참으로 분수에 넘치나 생성(生成)하여 주심에 대한 보답은 털끝만큼의 도움도 없었나이다. 자신을 돌아보매 더욱 부끄러워 몸을 바치어 보답하기를 맹세하나이다. 그러나 티끌처럼 작은 것이 어떻게 태산 같이 높은 것을 도우리까. 다만 해바라기의 마음이 스스로 태양이 비치는 데로 기울 뿐입니다. 이에 탄신을 맞이하여 기도의 정성을 다하려고, 절에 나아가서 법석(法席)을 베풉니다. 장만한 것은 적사오나 감응은 곧 두루 하시리이다. 엎드려 원하나이다. 삼보(三寶)께서 통찰하여 아시고, 모든 천신[諸天]들이 옹호하여서, 복을 많이 받음은 소나무ㆍ잣나무가 한창 새로움과 같고, 억만년 동안 하늘과 땅처럼 오래 수하여지이다.
14.정릉에서 태상왕의 병을 구하고자 약사 정근을 거행하는 소 [貞陵行太上王救病藥師精勤疏]
변계량(卞季良)
신자(臣子)가 정성을 쌓으매 구하는 것은 꼭 이루어질 것이며, 부처와 천신[天]께서 약을 주시매 병이 낫지 않음이 없으리다. 이에 붉은 정성을 다하여 가만히 도우심을 바라나이다.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태상왕께서 해가 바뀔 때부터 병에 시달리셨다가, 전번에 하늘의 도우심을 받아, 잠시 차도가 있었습니다. 건강해지실 희망이 있다 하여 놀라운 기쁨이 평시보다 배(倍)가 더하였었는데, 나았다 더했다 서로 뒤치니, 두려워서 어쩔 줄을 모르겠나이다. 중생들의 생각은 대개 질병만을 걱정하나이다. 장년(壯年)의 때라도 오히려 위태롭고, 하루를 넘어도 벌써 괴로운데, 하물며 70세의 노쇠기에다 석 달이 넘는 오랜 병이겠습니까. 좋은 의술이 없음을 탄식하고, 부처님의 힘에 의탁하려 합니다. 듣자오니 석가모니께서 경(經)을 설(說)하실 때에 특별히 약사여래(藥師如來)의 발원(發願)이 깊은 것을 말씀하시되, “맹세코 병고(病苦)에 신음하는 이를 구제하려고 손바닥에 바리[鉢]를 들고 다닌다.” 하였으니, 부처께서 어찌 헛말을 하시겠습니다. 내가 이에 징험하리다. 이에 중들을 모아 법회의 자리를 베풉니다. 이 1천 열 손가락[千名合掌]의 정진(精進)이 백억 신(身) 부처님의 돌보심을 얻으리다. 엎드려 원하나이다. 부처께서 태상왕이 여러 해 동안 귀의한 간절함을 어여삐 여기시고, 소자(小子)가 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정성을 생각하시와 굽어 큰 자비를 내리어 본래의 서원(誓願)을 어기지 마소서. 그리하여 우리 태상왕으로 하여금 몸이 경쾌하고 기식이 순조로와 모든 병의 뿌리를 말끔히 소멸시켜, 음식이 맛있고 잠이 편안하여 길이 만년의 수명을 누리게 하사이다.
15.탄일 축수재 소(誕日祝壽齋疏)
변계량(卞季良)
거룩합니다. 부처님은 대자대비(大慈大悲)하시어 모든 근기(根機)에 그림자와 메아리처럼 응해 주시나니, 원하옵건대, 우리 임금께서 백성의 아버지 되고, 어머니 되시어 건강한 몸으로 오래 수하여지이다. 귀의하고 숭배함을 부지런히 하오니, 감응이 곧 효험이 있도다. 삼가 생각하오니, 임금께서 총명(聰明)하셔서 때에 맞추어 모범이 되고, 성스러움이 날로 진보되시어 모든 사람의 제도가 화평하매 예악과 문장이 크게 갖추었고, 깊은 덕택이 널리 입혀져서 날짐승ㆍ물고기와 동식물들도 모두 편안하니, 덕은 천지가 만물을 생성하는 것과 합하고, 공은 전시대에 뛰어났습니다. 삼왕(三王) 이상과 비교하여 보매 시대는 다르면서 서로 합하고, 양한(兩漢) 이후에 구하여 보면 상대가 없이 뛰어났습니다. 그러므로 아침저녁으로 축수하는 것은 억만 백성의 지극한 마음에서 우러납니다. 하물며 신 등은 일찍이 공신의 맹약(盟約)에 모시어서 벌써 비상한 은혜를 받았으며 왕위에 오르신 뒤로 더욱 특별한 영광을 입었사오니 의리로는 임금이요, 은혜로는 부모보다 더하옵니다. 보답하려 하오나 동해의 가를 알지 못함과 같사옵기, 오직 간절한 정성으로 남산처럼 오래 수하시기를 비나이다. 참 정성이 쌓인 곳에 밝은 거울처럼 비추어지이다. 이제 탄신을 맞이하여 불전에 예식을 베푸오니, 장만한 것은 적지만은 두루 살피소서. 엎드려 원하나이다. 부처님의 가지(加持)와 보살님의 보호로 기거(起居)하심이 좋은 점괘에 맞아 복록을 기약한대로 누리시어 억만년 동안 하늘과 땅처럼 오래 수하여지이다.
[주-D001] 근기(根機) :
16.원주 각림사를 중창하고 경찬하는 범화경 법회를 여는 소 [原州覺林寺重創慶讚法華法席疏]
변계량(卞季良)
각림사는 일찍이 임금께서 행차하셨던 곳이오며 법화경은 부처님께서 설(說)하신 참다운 경입니다. 마땅히 성스러운 곳에 성스러운 법회를 열 만합니다. 생각하오니, 성상(聖上)의 은혜로 이름 있는 절에 머물게 된 뒤로 재목의 썩은 것은 바꾸고, 이지러진 것은 보충하고자 하여 수희(隨喜)할 인연을 널리 구하였더니, 반 년 동안에 부처님을 모실 법당과 중이 살 요사(寮舍)가 높이 세워졌습니다. 지기(地祇)의 천룡(天龍)이 옹호하며, 임금님의 꿈에까지 자주 보였습니다. 이는 전생의 인연으로서 임금님의 특별히 생각하심이 미쳤습니다. 이 낙성식을 베풀어서, 위[上] 없는 법회를 열었습니다. 한 자루의 향은 널리 시방(十方)의 세계를 향기롭게 하고 삼관(三觀)의 묘한 뜻은 모든 법의 강령을 밝혔습니다. 감통함은 형체에 그림자가 따르듯하고 공덕은 항하사(恒河沙)로도 비유할 수 없습니다. 엎드려 원하나이다. 많은 복을 받으시기를 해와 달이 항상 솟 듯하고 억만 년 동안 하늘과 땅처럼 오래 수하소서. 왕비께서도 복 많이 받으시고 태자께서도 길이 길하고 건강하여지이다. 여섯 기운이 순하여서 바람과 비가 때에 맞으며 다섯 가지 무기를 거둬서 조정과 지방이 안정하여지이다.
17.동전(同前)
변계량(卞季良)
이름난 절을 중창한 것은 옛날에 놀던 곳을 기념한 것이며, 참다운 경을 설(說)하여 드날리는 것은 저승의 명복을 빌고자 함입니다. 이에 붉은 정성을 다하여 눈썹 사이 흰 털 난 부처님 앞에 귀의합니다. 생각하오니 치악산(雉岳山)의 각림사는 젊을 적에 거처하던 곳으로서 세월이 많이 지났는데 오래 되어도 잊히지 않기에 여러 번 행차하였나이다. 산천은 완연히 전과 같고 수목들은 울창해서 그늘이 우거졌습니다. 쳐다보고 내려다보고 서성거리며 옛날을 생각하고 이제를 느낍니다. 절이 허물어지고 기울고 좁고 누추하니 헌 것을 고쳐 새롭게 하기를 사양하지 않으며, 단청까지 베풀고 토지와 종을 하사하여서 부처와 중을 공양(供養)하게 하니 이에 내 마음이 편안합니다. 아마도 전생 인연의 정함인가봅니다. 이 낙성(落成)의 성스러운 법회에 의지해서 선조의 영령들을 천도하고자 청정한 중들을 모아 법화경의 미묘한 뜻을 말하게 하니, 글자마다 광명이라 참으로 모든 부처님의 근본이요, 반자(半字)나 온자[滿字]의 구절마다 모두 1천 경의 중심이 됩니다. 백 명의 중에게 가사와 바리때를 주고 향과 등불로써 정근(精勤)하오니 삼보(三寶)께서 자상히 비치시고 감응하여 주소서. 엎드려 원하나이다. 길이 업장(業障)을 녹여 없애고, 참된 근원을 깨달아서 1만 법 미묘한 이치를 생각하여, 마음을 밝히어 관세음보살을 친견(親見)하고, 헛 것[幻化]에서 진실한 상을 증득해서 정묘부인(淨妙夫人)을 따르소서. 길이 상서를 발해서 후손들이 번창하게 하고 국가의 기초가 끝없이 뻗으며, 중생(衆生)을 무궁토록 건져주소서. 무릇 성정(性情)을 갖춘 이는 이익을 얻을지이다.
18.연경사 법화 법석 소(演慶寺法華法席疏)
변계량(卞季良)
아버지 어머니가 없으니 누구를 의지하리까. 슬피 사모하옴을 이길 수 없사오며 부처님은 크게 자비하시어 저승의 명복을 이루는 것입니다. 붉은 성심을 바쳐서 원만하고 밝으신 앞에 비나이다. 듣사오니, “법화경은 영취산에서 설하신 것으로서 1천 경전의 중심이요, 모든 부처님의 근본이라. 무릇 천도(薦度)하는 행사에는 반드시 이 경을 높이 믿어야 한다.” 하기에, 이에 금자(金字)로 써서 2부를 작성하여 오직 양친의 극락세계에 왕생하기를 원하나이다. 이에 연경사에서 부처님의 탄일[四月八日]을 맞이하여 청정한 중들을 초청하여서 가사와 바리때를 주고 법회를 열어서 미묘한 뜻을 설(說)해, 드날려서 광중의 영혼을 천도합니다. 이 30여 명의 정근(精勤)으로 천백억신(千百億身)의 살피심을 얻을지이다. 또 생각하오니, 선령(先靈)이 세상에 계실 때에 삼보께 귀의해서 정성을 받쳤으니, 마땅히 반야(般若)의 자비(慈悲)하온 배[航]를 붙잡아 보리(菩提)의 저 언덕으로 바로 이르리다. 엎드려 원하나이다. 헛 것[幻下]에서 실상(實相)을 증득하여 모두 미혹된 인연을 벗어 버리고 1만 가지 법에서 한 마음을 밝히어 바른 깨달음을 이루고 길이 상서를 발하여서 그 후손을 번창하게 하여지이다. 그런 뒤에는 가이없는 법계(法界)의 중생들이 다 함께 나머지의 공덕을 입어서 길이 괴로움을 벗어나서 좋은 곳으로 태어나게 하소서.
[주-D001] 법계(法界) :
일체 만유의 모든 법의 세계 즉, 첫째 법은 성법(聖法)이요, 계(界)는 인(因)이라는 뜻이니, 성법을 내는 원인이 되는 것 즉, 진여(眞如)를 말한 것이요, 둘째 법은 일체의 법이요 계는 성(性)이라는 뜻이니, 만유제법(萬有諸法)의 체성(體性)이 되는 것, 즉 진여를 말함이요, 셋째 법은 모든 법이요 계는 분제(分齊)란 뜻이니, 분제가 서로 같지 않는 모든 법의 모양 즉, 만유 제법을 포함하여 말한다.
19.왕대비께서 성녕대군을 천도하는 백일재의 소 [王大妃薦誠寧大君百齋疏]
변계량(卞季良)
모든 부처님의 원력(願力)은 빠진 것을 구제하는 데 힘쓰시며 노파(老婆)의 마음은 간 사람을 천도하려는 데 간절합니다. 귀의하여 숭배함이 지극하오니 이익을 더하여 주옵소서. 생각하오니, 저 죽은 이는 일찍이 나의 양딸과 혼인하였으며, 자색과 용모가 단정하고 성품과 도량이 너그러워서 영화스러운 효도를 여생(餘生)에 보려 하였더니, 어찌 젊은 나이에 죽을 줄 알았으리요. 아, 그만이로다. 애통하고 상심한들 어찌하리. 자나 깨나 생각하여 천도하기에 힘쓰나이다. 이에 삼보가 계신 곳을 찾아서 백일의 재를 올립니다. 장만한 것은 보잘 것 없어 물방울이나 티끌처럼 작지마는 살펴 비추시기를 물에 달이 뜨듯이 분명하게 하소서. 엎드려 원하나이다. 묵은 업장(業障)이 다 없어지고 새로운 발심(發心)으로 복성동자(福成童子)가 여러 곳에 두루 다니 듯하고, 부처님께 귀의해서 극락세계에 왕생하여지이다.
20.관음굴을 낙성하고 경찬하여 화엄경 법회를 하는 소 [觀音窟落成慶讚華嚴經疏]
권근(權近)
부처님께서 화엄경의 법문을 연설하시어 삼계(三界)를 두루 이익되게 하셨다. 나의 조그마한 몸으로 조선의 강토를 차지하였으니 만세의 태평 열기를 원하여 성심을 다하여 은혜롭게 도움을 비나이다. 관음굴은 천마산(天磨山)에 있는데, 역수(逆水)의 근원에 압승(壓勝)하여 가장 비보(裨補)가 되고, 철왕(哲王)의 꿈에 현몽하여서 위엄과 신령함을 들어내었다. 다만 지형이 좁고 비탈지며 법당도 기울어지고 누추함으로 잠저시(潛邸時)에 일찍이 가서 보고는 원찰(願刹)을 삼고자 하여 경영하되, 돌로 쌓아서 터를 넓히고 들보와 기둥을 세워서 집을 새롭게 하였더니, 부처님의 도우시는 힘을 입어서 드디어 신하와 백성들의 추대를 받아 임금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덕이 없음이 부끄러우매 이 마음이 늘 조심스러워 혹 잘못됨이나 없을까 두려워하나이다. 만일 국가의 복을 길게 하려면, 부처님의 자비한 보호에 의지해야 하겠나이다. 이에 삼보(三寶)의 땅에 나아와서 구회(九會)의 법문을 펴나이다. 이것으로 절의 낙성을 경찬하고 국가의 큰 규모를 튼튼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혹시 이 불사(佛事)가 부처님의 자세히 비추심에 맞아지이다. 엎드려 원하나이다. 더욱 일어나고 번창하여서 기주(箕疇)의 오복(五福)을 누리고 길이 편안하여서 주력(周曆)의 만년을 지나소서. 국경에는 병란이 끊어지고 여염(閭閻)에는 논사와 누에 치는 것이 잘 되어지이다.
[주-D001] 삼계(三界) :
불교에서 생사유전(生死流轉)이 쉴새 없는 무한 세계를 셋으로 분류한 것. 욕계(欲界)ㆍ색계(色界)ㆍ무색계임. 이 3계를 6도(道) 25유(有)로 나누기도 함.
[주-D002] 역수(逆水)의……비보(裨補) :
풍수설(風水說) 특히 도선 국사의 지리설에 의하여 지리적으로 이롭지 못한 처소에 절 같은 것을 세워 지기(地氣)를 도와준다는 것.
[주-D003] 구회(九會) :
화엄경(華嚴經)을 말함. 부처께서 화엄경을 설하실 적에 칠처구회(七處九會)라 하여 장소로는 일곱 군데이고, 모임으로 아홉 번이었다 함.
21.금광경 법석 소(金光經法席疏)
권근(權近)
모든 부처께서 국가를 보호하고 세상을 도우시어 널리 상교(象敎)의 공을 베푸셨고, 이 조그마한 몸이 나라의 도읍을 정하여 왕궁을 경영하는 데는 국가의 운수가 영원하기를 기도하여야 합니다. 붉은 정성의 간절함을 다하여 흰 과보를 받으려 합니다. 돌아보건대, 덕이 없는 자질로 여러 사람의 추대를 받아서 임금의 자리에 올랐으매, 높은 데 있을수록 편안하기 어려우며 하늘의 마음에 맞지 않을까 두려워서 몸 돌볼 겨를이 없었나이다. 밤낮으로 부지런해서 얇은 얼음을 밟고 깊은 연못가에 다다른 듯 조심스럽나이다. 그러나 국가 초창기에 반드시 자손에게 끼쳐줄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풍수(風水)를 보아서 나라의 도읍을 옮기는 것이 먼저 할 일이므로, 재물과 인력을 들여서 토목공사를 일으킴은 부득이한 것입니다. 1년의 역사로서 높다랗게 큰 집들을 지었으니, 범이 걸터앉고 용이 서려있는 듯하여 형세는 강산의 웅장한 데를 차지하였고, 새가 날개쳐 날아가는 듯 전각(殿閣)들이 높다랗게 솟았나이다. 이는 한 몸의 사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만세의 기초를 튼튼히 하려는 것에 있습니다. 다만 인민들이 피로에 지쳐서 원망을 함인지, 혹은 귀신들이 성내서 괴변이 생김인지, 겨울철에 천둥이 치고 달이 궤도를 잃어 묘성(昴星)을 범하고 샘물이 색을 변하고 끓으니, 무엇들이 이렇게 재앙을 부리는지 알 수 없으나, 어찌 우연히 그런 것이라 하여 그냥 있으랴. 두려운 생각을 가지고 재앙을 제거하는 기도를 거행하려고 새로 지은 절에 나아와서 삼가 불교의 예식을 닦나이다. 옥호(玉毫)의 상호(相好)를 마주 대하여 금광경을 연설하게 하나이다. 마음의 향을 태우니 깨달음의 달이 비추어지이다. 엎드려 원하나이다. 하늘의 재앙이 모두 풀리고 나라의 운수가 길이 평안하여서 날마다 수하고 건강하여 기주(箕疇)의 구주 오복(九疇五福)을 받고, 장차 평안하고 즐거워서, 주고(周誥)의 억만년을 누리고 병란이 아주 없어지고 종묘와 사직이 더욱 튼튼하여지이다.
22.회암사 문수회 소(檜岩寺文殊會疏)
권근(權近)
부처님께서는 모든 중생들을 보호하사 정진(精進)하여 닦는 방법을 보여주십니다. 소자(小子)는 높이 임금의 자리에 올라 항상 공경하고 두려운 생각이 있습니다. 이에 붉은 정성을 다하여 흰 과보를 바랍니다. 생각하오니, 이 조그마한 바탕이 모든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 왕조의 쇠란할 때를 당하여 재상의 자리도 감당하지 못할까 두려워하였더니, 마침내 여러 신하들이 추대함에 미쳐서는 임금되기를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덕이 없는 몸으로 외람되이 백성들에 임하였으니 두렵기가 마치 썩은 새끼로 말을 다루는 것과 같습니다. 하물며 모든 정치가 새로 시작함에 어찌 민중의 원망이 없다 하겠습니까. 그러므로 하늘과 땅에서 재변이 일어나니, 어찌 불법에 기대어 기도하지 아니하리요. 이에 급고독원(給孤獨園)의 절에 나아가서 특별히 문수법회를 여나이다. 장만한 것은 비록 적지마는, 감통이 빨리 이루어지이다. 엎드려 원하나이다. 하느님께서 보호하여 주셔서 온갖 복록이 따라오고, 백성들이 어질고 수하여서 만세에 길이 힘입어지이다.
23.수륙재 소(水陸齋疏)
권근(權近)
한량 없고 가이없는 것은 부처님의 크신 자비이며, 흥함이 있으면 망함이 있는 것은 천도(天道)의 떳떳함입니다. 이에 죽은 혼령들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내어 부처님의 가지(加持)의 힘을 빌고자 합니다. 생각하오니, 왕씨(王氏)가 전에 고려(高麗)를 세워서, 5백 년 동안 존귀하고 영화로움을 누리다가, 운수가 이미 다 하매, 10여 년 간을 몹시 쇠란하여, 종묘와 사직이 위태하였습니다. 내가 덕이 없지마는 외람되이 여러 사람의 추대를 받았습니다. 새 국가의 경한 법을 써서, 전 왕조의 후속들을 보호하고자 하여, 여러 지방으로 나누어 보내서 가업(家業)을 세우도록 하였더니, 어찌 기약하였으랴. 조그마한 무리들이 변란을 일으켜서 큰 법에 용납하지 못하게 될줄이야. 이미 그들을 보전하지는 못했으니, 오직 천도(薦度)하여 주기에 부지런히 합니다. 일찍이 금자(金字) 법화경을 이룩하였고, 또 매양 수륙재의 의식을 배풉니다. 장만한 것은 구구하나, 살펴 비추심이 분명하시리이다. 엎드려 원하나이다. 부처님의 방편을 써서, 원한과 죄를 길이 벗어나서 고뇌의 세상에서 떠나, 참되게 자재(自在)롭게 높고 청량(淸凉)한 세계에 뛰어들어 부처가 되어지이다.
24.사신으로 간 유구 정총 정신의 등의 재액이 없어져서 속히 본국에 돌아오기를 원하는 소 [使臣柳玽鄭摠鄭臣義等災厄消除速還本國之願疏]
권근(權近)
부처님은 모든 근기(根機)에 응하시어 사람들이 모두 이익을 입게 하시고, 신하가 임금의 일에 고생하니 임금도 같이 근심하지 않을 수 없나이다. 이에 부처님께 간절히 귀의하여 도와주시기를 비옵니다. 생각하오니, 백성을 편히 보전하는 방도는 큰 나라 섬기는 예절을 잘해야 하기에, 신중히 전대(專對)할 만한 인재를 뽑아서, 조빙(朝聘)으로 보냈었는바 갑자기 황제의 꾸지람을 만나서, 드디어 억류(抑留)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는 본래 희롱하거나 업신여기는 마음이 없었건만, 저들이 어찌해서 시기하고 의심하는 뜻이 있었는고, 부처님의 원만하신 거울은 반드시 굽고 바른 사정을 아실 것입니다. 사신들이 액을 면하고 빨리 돌아오도록, 정성을 다하여 정진하려고 이에 절에 나아가서 법식의 자리를 펴오니, 혹시 장만한 것이 미미하오나, 살펴 비추시기를 뚜렷하게 하소서. 엎드려 원하나이다. 부처님의 방편을 받자와 속히 고난에서 벗어나고, 황제의 돌봄을 받고 돌아와서, 국가에 경사가 있으며, 친속들과 서로 만나서, 길이 그의 집을 보존하여지이다.
25.일심진여 법석 소(一心眞如法席疏)
권근(權近)
모든 부처님 일심(一心)의 진여(眞如)는 참으로 임금의 덕을 높일 것이오. 과인(寡人)이 모든 정사를 소홀히 할 수 없으매, 더욱이 천재(天災)를 두려워합니다. 이에 정성을 다하여 부처님의 붙들어 주는 힘을 비나이다. 생각하오니, 덕이 없는 몸으로서 외람되이 국가의 큰 기초를 시작하여서, 풍수(風水)를 보아서 도읍을 옮기고, 길이 큰 왕업을 안정시키고자 하여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정치하여 오히려 소강(小康)을 이룰까 하였더니, 형벌이 잘못 되었음인지 요사한 변괴가 거듭 일어납니다. 우박이 곡식이 상하도록 심하고, 태풍이 배를 뒤집는 일이 잦습니다. 산이 무너지니 이는 비상한 괴변이요, 천문(天文)이 착란하니 참으로 두려울 징조라, 하물며 금성(金星) 운행이 헌원성(軒轅星)의 자리를 범합니다. 돌아보건대, 왕비가 조심하라고 합니다. 돌아보건대 왕비가 전번에 10여 일 동안 병을 앓다가, 나은 지 얼마 안 되는데, 어찌 해서 재앙이 또 이러한가. 만일 재앙을 이루어지기 전에 없애자면, 마땅히 재앙을 없애는 기도를 거행해야 하므로, 사람을 시켜 절에 나아가서 특별히 법식의 자리를 베푸오니, 장만한 것은 적사오나, 감통(感通)은 속하여지이다. 엎드려 원하나이다. 요망한 기운을 돌려서 상서를 만들어 화한 기운이 세계에 가득하고, 더욱 수하고 편안하여 큰 복이 왕비궁에 어리소서. 전쟁이 영원히 끊어지고 국가의 복이 더욱 번창하여지이다.
26.사신 유구 정총 정신의 등 속환 본국지원 사사행 (使臣柳玽鄭摠鄭臣義等速還本國之願 使司行)
권근(權近)
이웃과 국교를 통하는 방도는 사신들의 왕래에 의지하는 것이요, 중생을 빠짐없이 제도하려면 다 부처님의 자비하신 보호를 힘입어야 하옵기에, 정성을 다하여 부처님의 붙들어 주시기를 비나이다. 생각하오니 이 작은 나라는 일찍부터 중국을 섬기어 매번 세시의 명절을 당하면, 반드시 조빙(朝聘)의 사행을 보냅니다. 하물며 우리 임금은 더욱 천조(天朝)를 높이는 생각을 가졌으므로 재상들을 파견하여 조공(朝貢)의 의식을 행하였습니다. 이미 정조(正朝)를 하례하고 고명(誥命)을 청하여서, 정성의 뜻이 사무치기를 바랐더니 어찌 희롱하고 업신여기는 말이 있었으리요. 뜻밖에 견책이 가해져서 오랫동안 구류를 당하게 되다니, 이에 정성을 다하여 기도 드리와 액을 벗어나고 속히 돌아오기를 원하오니, 이 겨자씨(芥子) 같은 작은 인연이지만, 부처님의 거울에 비추어지소서. 엎드려 원하나이다. 재앙과 허물이 모두 갑자기 풀리고 복과 경사를 더해 주시어 곧 돌아옴을 얻어, 속히 와서 황제의 덕택을 펴고, 더욱 번창하여 길이 수하고 편안함을 누리게 하여 주소서.
27.수륙재 소(水陸齋疏)
권근(權近)
모든 부처께서 여러 중생을 불쌍히 여기어 자비를 베푸시니, 제도되지 않는 것이 없사오며, 백성들이 임금의 일을 하다가 목숨을 바친 이는 더욱 구제해야 하겠습니다. 성심을 다하여 죽은 혼령들이 해탈(解脫)되기를 비나이다. 돌아보건대, 덕이 박한 몸으로 국가의 큰 기초를 시작하여, 땅을 가려 도읍을 정하여 궁실(宮室)의 제도를 마련하였으며, 험한 곳을 지키고 나라를 견고하게 하려고 또한 성곽(城郭)의 규모도 만들었습니다. 이에 판자를 대고 흙을 쌓는 공사를 일으켜서 재물과 인력을 소비한 것은, 한 때의 나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장차 만세에 백성들을 살게 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역사를 하고 보니, 그 때문에 희생이 연달아 납니다. 어떤 이는 유행병을 만나거나 나무나 돌에 부딪쳐 상하고 또는 춥고 배고픔을 인해서거나 또는 낭떠러지나 골짜기에 떨어졌습니다. 생명을 이미 잃었으매 영혼이 의지할 곳이 없습니다. 고향 산천으로 좋게 돌아가지를 못했으니 누구나 애통하는 부모 처자가 없으리요. 예까지 말하고 보니, 측은한 마음 말할 수 없습니다. 비록 태평세상에 오래 살지는 못했으나, 극락세계에 왕생(往生)하도록 천도하지 아니하랴. 이에 수륙재의 법회를 열어서 가는 길을 열도록 합니다. 장만한 것이 미미하오나 비추어 살피기를 뚜렷이 하소서. 엎드려 원하나이다. 부처님의 방편을 힘입어 길이 원한을 씻어 버리고, 감로(甘露)로 목구멍을 적시고 법수(法羞)의 음식을 배불리 먹으며, 눈과 귀로 자비한 광명을 눈으로 귀로 접하여, 모두 부처될 인연이 이루어지이다.
28.관음굴 행 수륙재 소(觀音窟行水陸齋疏)
권근(權近)
혁명(革命)하여 덕을 대신하는 것은 실로 천도(天道)를 여는 떳떳한 도가 아니요, 중생을 제도하여 이롭게 하는 것은 오직 부처님의 거리낌 없는 자비를 힘입어야 하므로, 이에 정성을 다하여 덮어주심을 바라나이다. 돌아보건대, 부족한 자질로 높은 지위에 처하였습니다. 책임이 크고 중하여 여러 신하들의 계책을 좇아야 했으므로, 사세가 급박하매 전조의 왕족들을 보전하지 못하였습니다. 왕법(王法)에는 부득이한 것이지 어찌 내 마음이 그렇게 하고 싶었겠습니까. 고려 왕족들과 함께 살 수는 없었지만, 극락세계로 잘 가도록 천도하려 하여, 금자로 법화경을 썼으며, 매양 맹동(孟冬)에는 또 수륙재를 베풉니다. 이 주선한 것이 부처님의 살펴 비추심에 감응될는지 엎드려 원하나이다. 왕씨의 여러 영혼이 모두 원한을 풀고 환희심(歡喜心)을 내어, 길이 윤회(輪廻)의 길을 벗어나고, 유루(有漏)의 인연을 벗어나 극락세계로 왕생하여 무생인(無生忍)을 깨달아지이다.
[주-D001] 유루(有漏) :
누(漏)는 누설한다는 뜻이니 우리들의 여섯 문(六門 안(眼)ㆍ이(耳)ㆍ비(鼻)ㆍ설(舌)ㆍ신(身)ㆍ의(意))으로 누설하는 것, 즉 번뇌(煩惱)를 말한다.
[주-D002] 무생인(無生忍) :
생(生)과 멸(滅)이 없는 진여의 법성을 알고 거기에 편히 머물러서 움직이지 않는 것.
29.현비전 행 소(顯妃殿行疏)
권근(權近)
부처께서 자비로 널리 제도하시므로 응화(應化)함이 가이 없어, 사람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비나니 귀의(歸依)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그러므로 간절한 붉은 마음으로 부처님의 가만히 도와주심을 바랍니다. 전번에 약한 몸으로 허약한 병에 걸렸으니, 이는 아마 높은 지위에 있음으로 해서 복이 과해서 재화와 근심이 생긴 것이라, 비록 의원과 약이 있지마는 치료하는 효험을 보지 못하다가 삼보(三寶)께 기도를 드리자 이수(二竪)가 떠났습니다. 이미 삼보께서 가호(加護)하여 주심을 입었으니, 더욱 귀의하는 믿음을 다하겠습니다. 이에 절에 나아와서 불사(佛事)의 자리를 마련하여 전번의 은혜를 감사하옵고, 겸하여 후에도 은혜를 주시기를 비나이다. 이 설비한 것이 부처님의 비추어 살핌에 감동되소서. 엎드려 원하나이다. 재앙의 싹이 모두 없어지고 병의 뿌리가 영영 빠져서, 배필은 한 사람과 더불어 해로(偕老)하여 같이 억만년의 태평을 누려지이다. 종실(宗室)과 척당(戚黨)이 모두 안녕하고, 신하와 인민들이 모두 즐겁고 편안하소서.
30.연복사에서 대장경의 열람을 행하는 소 [演福寺行大藏經披覽疏]
권근(權近)
부처님이 일음(一音)으로 말씀하셨으나, 대장경은 일만 축(軸)이나 많으며, 모든 정치가 번거로우매 소자(小子)는 하루의 여가가 없습니다. 국가를 튼튼히 하려면 반드시 불법의 가피(加被)를 기대야 하겠기에, 이에 신하들과 함께 서원(誓願)을 세워서 다섯 층의 탑전(塔殿)을 이루어 옛터를 빛나게 하였고, 일천 함(函)의 장경을 출판해서 새로운 경전을 이룩하였습니다. 이미 책장을 만들어 봉안하였으니 이제는 열람하고 읽어야 하겠습니다. 이에 비구(比丘)의 무리를 청하여 패엽(貝葉)의 말씀을 읽게 하니, 입마다 법나팔 소리가 우렁차서 시방에 떨치고, 마음마다 계향(戒香)의 냄새를 풍기어 삼계(三界)에 가득합니다. 공양하는 범절이 모두 갖추었으니, 공덕이 두루 원만하리다. 이 비용이 모두 백성에게서 나온 것인즉, 이익과 복덕을 어찌나 혼자 독차지 하겠습니까. 부처님의 지혜의 거울이 널리 비추시어 혜택을 골고루 베푸소서. 위로는 선조를 천도하여 좋은 곳에 왕생하게 하고 아래로는 모든 백성들에 미치어 모두 즐거워지이다. 날로 수하고 부하여 왕비와 함께 편안하고 더욱 성하고 번창해서 국가의 큰 복이 영구토록 뻗어지이다. 무기를 녹여서 농사의 기구를 만들고 예악(禮樂)을 진흥시키며 형벌의 위엄은거두어지이다.
31.창 신도 소(剏新都疏)
권근(權近)
모든 부처님은 중생(衆生)을 보호하는 자비가 있으므로 반드시 국가를 복되게 할 것이며, 임금된 이가 국가의 초창기에 먼저 도읍을 정해야 합니다. 경영하기를 시작하매 먼저 부처님께 간절히 귀의하나이다. 덕이 박한 이 몸이 다행히 부처님의 보호를 힘입어서, 신하와 백성들의 추대를 받고, 임금의 높은 지위에 올랐으므로, 항상 조심하여 오직 치안(治安)만을 생각합니다.
풍수의 책을 상고하매, 마땅히 도읍의 땅을 옮겨야겠기에 송악(松嶽)을 떠나 한양(漢陽)으로 왔더니, 모든 일이 아직 시초이어서 백 가지 제도가 갖추지 못했습니다. 공사의 일은 부득이한 것이나 재물과 인력이 너무 상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음양(陰陽)의 차서가 때에 알맞고 토목의 공사가 쉽게 이루어지소서. 자나 깨나 편안하고 안전한 곳에 잠도 자고 일어나서, 자손에게 길이 전하고 형제간에 서로 좋으며, 전쟁이 쉬고 조정과 지방이 모두 청명하여지이다.
32.남편이 처의 소상재를 천도하는 소 [夫薦妻小祥齋疏]
권근(權近)
부처님은 가을 달의 밝음과 같아서, 두루 미진수(微塵數)의 세계를 비추나이다. 일주년이 마치 달리는 망아지를 문틈으로 보는 듯 빨라서 벌써 소상이 되었습니다. 이에 부처님께 귀의하는 정성을 다하여서 극락세계로 이끌어 주는 자비를 비나이다. 생각하오니, 가신 분은 나의 배필이었소. 살림을 주관하는 법도가 있어서 가정의 즐거움을 얻었었는데, 해로할 기약이 헛되어 길이 무덤으로 간 슬픔을 당하였나이다. 그러나 애통만 한들 어이하리까. 좋은 곳으로 가도록 천도하려 합니다. 이에 소상을 맞아 특별히 거룩한 불사(佛事)를 마련하오니, 비록 준비한 것은 미미하나 잘 비추어 살펴주소서. 엎드려 원하나이다. 영혼이 바로 도솔천궁(兜率天宮)에 올라가서 모든 즐거움을 받던지 안양세계(安養世界)에 왕생하여 큰 보리(菩提)를 이루소서.
[주-D001] 도솔천궁(兜率天宮) :
삼계(三界) 가운데 욕계(欲界)ㆍ육천(六天)의 한 하늘임. 여기에는 내(內)ㆍ외(外)의 두 원(院)이 있으니, 외원(外院)은 하늘의 무리들이 사는 욕락처(欲樂處)이고, 내원(內院)은 미륵보살(彌勒菩薩)이 사는 곳이라 함.
33.참경 법석 소(懺經法席疏)
권근(權近)
불교의 자비로운 참회법(懺悔法)은 널리 해탈(解脫)의 문을 열어 주셨는데, 헛 것[幻化]인 허무한 몸은 문득 저승과 이승의 길을 달리하였소. 이에 부처님께 부지런히 경례하며, 이끌어 주시기를 비나이다. 생각하오니, 가신 분은 나의 남편이었소. 종실(宗室)의 친척으로 특별히 은총을 받으셨고, 벼슬은 공후(公侯)로서 오히려 겸손하고 공손한 태도였습니다. 백년해로를 원하였더니 어찌 하루아침에 영원한 이별이었나이까. 공(公)의 타고난 명이 그 뿐인가. 아마도 첩의 재앙으로 그렇게 된 것입니다. 하늘에 부르짖고 땅에 굴러도 영영 만나 볼 수 없기에, 부처님께 귀의하고 스님에게 재를 드려, 좋은 곳에 나시도록 천도하나이다. 이에 찬실(𣪁室)을 당하여, 특별히 법회를 마련하오니, 설비한 것은 미미하오나 속히 감통하여 주소서. 엎드려 원하나이다. 유류(有漏)의 육신을 벗어나 바로 천궁으로 올라가시고, 생사(生死)가 없는 법성(法性)을 깨달아서 부처가 되어지이다.
34.천부소 대조부윤서작 (薦父疏) (代曹府尹庶作)
권근(權近)
선지식(善知識)의 자비로운 참회하는 법은 널리 해탈의 문을 열어 주었고, 고애자(孤哀子)의 절박하고 지극한 정성은 좋은 곳으로 오르는 길을 천도하고자, 부처님께 부지런히 경례하오니, 이끌어 주시기를 비나이다. 생각하오니 만리 밖에 떠돌아 다녀서, 오랫동안 염려하심을 끼쳤다가, 10년 만에 기쁘게 다시 모시어, 변변찮은 봉양이나마 다할까 하였더니, 풍수(風樹)의 슬픔을 당하다니, 애통하기 그지없습니다. 춘추 94세를 누렸으니, 이승에서 상수(上壽)하셨다 하겠고, 백만억 국토를 지나시어, 저 극락세계에 가셔서 좋은 인연을 맺으십시오. 이에 절에 나아와서 삼가 법회를 베풉니다. 이 설비한 것이 적사오나, 부처님의 비추어 살피심에 감통되소서. 엎드려 원하나이다. 바로 도솔천(兜率天)에 오르시어 자재(自在)하게 노시든지, 극락세계에 왕생하시어 마침내 부처가 되어지이다.
[주-D001] 선지식(善知識) :
부처님의 교법(敎法)을 말하여 다른 이로 하여금 괴로움에서 벗어나 이상향(理想鄕)에 이르게 하는 이, 또는 노소(老少)ㆍ남녀(男女)ㆍ귀천(貴賤)을 가리지 않고 모두 불연(佛緣)을 맺게 하는 사람을 말함.
[주-D002] 풍수(風樹)의 슬픔 :
옛 시(詩)에 나무가 고요해지고 싶으나 바람이 쉬지 않고,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고 싶지마는 어버이가 가신다는(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在) 데서 취한 것.
35.법화 삼매의 참회하는 법회의 소 [法華三昧懺法席疏]
권근(權近)
묘한 법은 연꽃과 같아서 꽃과 열매가 동시여서 걸림이 없는데, 또 인생은 무궁화와 같아서 떨어지는 것이 잠시여서 오래 가지 못합니다. 이에 붉은 정성을 다하여 흰 과보를 비나이다. 생각하오니 돌아가신 분은 남편이었소. 나는 일찍이 부모를 잃고 또 형제도 없으니 혈혈단신이라, 누가 구휼하여 주며 누구를 의지하리까. 오직 남편만 믿어서 영원히 해로(偕老)하려 하였습니다. 힘써 서로 도와서 비록 금슬(琴瑟)의 화합함은 있으나, 농장(弄璋)의 경사를 보지 못하여 한이러니 어찌 뜻하였으리까. 조그마한 병에 오래 시달려서 중년에 요절하시다니, 하늘에 부르짖고 땅에 불러도 이미 미칠 수 없기에 오직 천도(薦度)에 부지런하려 합니다. 이에 절에 나와서 삼가 참회의 자리를 마련하오니, 설비한 것은 구구하오나 부처님의 비추어 살피심이 뚜렷하소서. 엎드려 원하나이다. 육근과 육진[根塵]이 청정하여 유류(有漏)를 영원히 버리고 법성(法性)이 원융(圓融)하여서, 한량없는 진리의 곳을 증득하사, 곧 수기(授記)를 받아 부처가 되시고 널리 은혜를 미루어 중생을 이익하게 하소서.
[주-D001] 농장(弄璋)의 경사 :
자식 낳는 경사를 말함. 여자는 소꿉놀이 남자는 구슬치기 하는 데서 취한 것
[주-D002] 육근과 육진[根塵] :
내 몸의 여섯 가지 눈ㆍ귀ㆍ코ㆍ혀ㆍ몸ㆍ뜻[眼耳鼻舌身意]과 그것들이 상대하는 빛ㆍ소리ㆍ냄새ㆍ맛ㆍ촉감ㆍ법[色聲香味觸法]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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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권 끝.
첫댓글 불교에 관한 좋은 자료들 입니다.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한 주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좋은 자료 잘 가져 가겠습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