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3224
명심보감-013
제1 계선편
동봉
은혜와 더불어 의리를 널리 베풀라
인생이 어디선가 만나지 않겠는가
되도록 원수와 원망을 맺지 말라
험한 곳에서 만나면 피하기 어렵다
<경행록>
--- 원문原文 ---
경행록운景行錄云
은의광시恩義廣施
인생하처불상봉人生何處不相逢
수원막결讐寃莫結
로봉험처난회피路逢險處難廻避
※유통본《명심보감》에는
'험險'자가 '협陜'자로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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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있는데 스마트폰이 울었다
모르는 번호라 그냥 접으려는데
앞번호가 031이라 받았다
"동봉 큰스님이시죠?"
젊은 청소년의 음성이다
내가 얼버무리며 되물었다
"그래, 맞는데 누구?"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저 대학생이예요 동봉 큰스님
요즘 큰스님 글을 잘 읽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중어중문학과 학생인데
한문 서체에 관해 여쭙고 싶어서요"
반가움에 겨워 다짜고짜 되쳐 물었다
"그래 서체 어디가 궁금하신가?"
젊은이와 통성명은 하지 않았으나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다
"한문에 보면 금문이니, 갑골문이니
대전, 소전, 예서, 해서, 행서와
초서 등 다양한 서체가 있는데요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많은가요?"
그래서 내가 이렇게 물었다
"자네 우리말의 글꼴은 알고 있지?"
잠시 머뭇대나 싶더니 차분히 말했다
"아 네 그러믄요. 큰스님 잘 압니다
바탕이니, 한컴이니, 돋움체니
굴림이니 궁서체니 명조니
이솝체, 오이, 가지, 강낭콩이니
MD솔체, HY둥근고딕이니 하며
230여 가지가 넘는 것으로 압니다."
"그래, 이와 마찬가지로 한문에도
으레 여러 가지 필체가 있다네
우리말 글꼴의 23분의 1이지만
당연히 다 알면 좋겠지
예서든 행서든 그리고 초서든
좋아하는 것을 익혀서 쓰면 된다네"
젊은이와 전광석화 얘기가 오간 뒤에
한자의 열 가지 서체를 여기 싣는다
실은 10가지 서체라기보다는
열 가지 서체書體 이름이다
갑골문, 금문, 전국문자와
대전, 소전, 고문자, 예서, 해서와
그리고 끝으로 행서와 초서 따위다
왜 이처럼 다양한 서체 이름이
글자 모양에 따라 달리 붙는가를
나름대로 간략히 설명하여 실었다
이 해설이 도움이 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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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골문甲骨文
고대 중국에서 거북의 등딱지나
짐승 뼈에 새긴 상형문자다
금문金文
옛날 구리나 놋그릇 같은 금속에
새긴 명문銘文을 가리킨다
전국문자戰國文字
기원전 중국 전국시대에
여러 지역에서 사용하던 문자다
대전大篆
창작자 이름을 따 주문籒文이라 한다
중국 주나라 선왕 때에 태사였던
주籒가 창작한 한자 자체다
소전小篆
진시황 때 재상이었던 이사李斯가
대전을 간략하게 바꾸어 만든 서체다
전은 관청에서 사용했다는 뜻이다
고문자古文字
오래 전에 사용했던 문자며
소전小篆을 포함한 이전 문자다
예서隸書
소전과 동시대 문자로 예隸는 노예다
소전의 자획과 구조를 조금 바꿔
글 쓰는 속도를 빠르게 하였다
진秦의 진예, 한漢의 한예가 있다
해서楷書
한漢 위魏 시대에 생긴 서체로
해楷는 모범, 표준을 뜻한다
행서行書
해서를 약간 흘린 듯 쓰는 서체로
해서와 초서의 중간쯤이다
초서草書
곡선 위주의 흘림체로 된
한자 서체의 하나로 특이하다
풀잎처럼 매우 자연스러운 서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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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하루 앞둔 젊은이들이여!
무엇보다 마음을 편히 가져라
1등에 관한 생각을 버릴 때
오히려 좋은 결과가 따라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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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에 반사된 키친타월/사진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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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2023
2024 수능 전날에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