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이 하나 반 어느 마을에 짖궂은 사내가 있었다. 이 마을 부녀자들은 초여름이 되면 폭포수 흐르는 계곡으로 물마중을 가는 데 어느 날 이 짖궂은 사내가 발가벗고 기름독에 들어갔다 나온 후 밀가루독에 들어가
몸에 밀가루칠을 잔뜩 한 다음 여인들이 물마중 가는 길가의 큰 고목 나무 위에 앉아서 목소리를 우렁차게 꾸며 여인들에게 호통을 쳤다. "여봐라, 거기 모두 다들 섰거라."여인들은 옷을 곱게 차려 입고 가다가 깜짝 놀라 모두 섰다.
"나는 옥황상제님의 명을 받들어 하늘에서 내려온 금강역사인데, 너희들 서방이 몇 명인지 제대로 다 말하거라. 내가 낱낱이 알고 있으므로 만약에 너희들이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너희들의 목이 단칼에 달아날 줄 알거라."
여인들이 금강역사를 가만히 바라보니 겁이 덜컥 났다. 머리에서부터 온몸이 허연게 금강역사를 한 번도 본적이 없지만 정말 금강역사로 여겨 놀란 가슴을 간신히 진정을 시키고는 하나 둘 대답을 하기 시작하였다."쇤네는 둘이옵니다." "쇤네는 셋이옵니다."
어떤여자는 아홉이요 혹은 열둘이라고 이실직고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짖궂은 사내의 처만 대답을 하지 않으니 그 여자를 향해 사내가, "너는 서방이 몇이더냐."고 다시 호통을 쳤다. 그러자 짖궂은 사내의 처는 "쇤네는 서방이 하나 반이옵니다." 대답 하였다.
사내는 하도 어이가 없어 여인들에게 모두들 가던 길을 가라고 이르고는 개울가로 달려가 목욕을 한 후 얼른 집으로 돌아와 시침을 딱 떼고 기다렸다가 돌아오는 처에게 물었다. "물마중 별 일 없이 잘 다녀 왔소?" "그럼요. 아주 잘 다녀 왔지요." "정말 아무 일 없었소?"
사내가 묻자 처는 왠지 아침에 본 고목나무 위의 금강역사의 모습이 떠올라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속이게 되면 목이 달아날 것 같고 차라리 부끄럽지만 사실을 얘기하면 죽지 않고 살겠구나 싶어 실토를 하였다.
"물마중을 가다가 옥황상제님이 보내신 금강역사를 만났는 데 느닷없이 서방이 몇이냐 묻지 않겠어요. 거짓말을 하면 목이 달아난다고 해 솔직히 말했지요. 다른 여자들은 둘이요, 셋이요, 혹은 아홉이요, 혹은 열둘이요 했지만 나는 서방이 하나 반이라고 했지요."
"뭐라고, 하나 반?" "예." "어째서 나는 분명 하나인데 하나 반이오? 반은 어떤 놈이오?""내가 아침에 우물가에서 머리를 감느라고 허리를 숙이고 있는 데 웬 사내놈 하나가 뒤에서 살금살금 다가와 젖통을 덥석 잡아 비틀어 보고 달아나는 거예요. 어떤 놈인지는 모르지만
그놈이 반쪽 서방 아니겠어요 ?" 이 말을 들은 사내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자기 처의 젖통을 잡은 그자는 바로 사내 자신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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