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재집 제3권 =문목(問目)-퇴계 선생께 올림〔上退溪先生〕
문 ‘덕성리(德性理)’에 대해 묻습니다.
선생 답 대체로 옳네. 다만 성(性)은 정(情)을 상대로 하여 말한 것이라 할 수 없고 단지 마음의 전체(全體)가 갖춘 이치를 가지고 말한 것이네.
문 ‘지지(知止)’에 대해 묻습니다.
선생 답 또한 옳다. 다만 ‘뜻이 정해진다[有定]’를 통설(統說)로 삼아 마음과 몸에 나누어 본 것은 약간 억지로 끌어 붙인 병통이 있는 듯하네.
문 ‘의는 마음이 발한 것이다.[意者 心之所發]’라 한 것에 대해 묻습니다.
선생 답 이 단락에선 본 것이 지루하게 늘어지고 견강부회해서 모두가 원래 본연의 도리가 아니네. 한쪽으로만 파고들고 억측으로 지어내어 말하는 데만 힘쓰니, 이것이 바로 학문하는 데 있어서의 깊은 병폐네.……대개 심(心)은 이(理)와 기(氣)를 합(合)하고 성(性)과 정(情)을 통섭(統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意)는 심(心)이 발한 것이고 정(情)이 발하는 것도 심(心)이 하는 것이네. 이(理)는 형체도 그림자도 없는데 심(心)에 담기고 실려 있는 것은 성(性)이네. 성(性)은 형체도 그림자도 없는데 심(心)에 기인하여 베풀어지고 발용(發用)하는 것은 정(情)이네. 정(情)이 발함으로 인하여 계획하고 헤아려 이렇게 하도록 주장하고 저렇게 하도록 주장하는 것은 의(意)네. 선유들은 정(情)이 자연히 발생한다고 여겨 성발(性發)이라 하고, 의(意)는 이렇게 하도록 주장하는 것이므로 심발(心發)이라 하였으니, 각기 그 중점을 둔 곳을 가지고 말한 것이네. 맹자(孟子)는 이러한 뜻을 알았기 때문에 “측은지심(惻隱之心)은 인(仁)의 단초”라고 하였으니, 측은은 정(情)이지만 심(心)이라고 한 것은 정(情)이 심(心)을 통하여 발하기 때문이네.
문 ‘역자시(亦自是)’에 대해 묻습니다.
선생 답 비단 자(自) 자뿐만 아니라 역(亦) 자도 함축의 의미이네. 자정(子靜 육구연)의 다른 학설은 옳지 않은데 이 말은 옳기 때문에 한 말이네.
문 ‘부도불문(不覩不聞)……’이라 한 것에 대해 묻습니다.
선생 답 부도(不覩)와 불문(不聞)은 본래 자기가 보지 않고 듣지 않는 것을 말한 것이므로 이곳에서 또한 기(其) 자 하나를 넣었으니 자기[己]를 말한 것이네. 그러나 옥루(屋漏)는 바로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이니 또한 사람이 보지 않고 듣지 않는다는 의미를 겸하여 볼 수 있네. 근독(謹獨)과 상대적으로 말하면 남과 자기를 나눌 수 있지만 단적으로 말하면 겸하여 볼 수 있네.
문 ‘함부로 오통을 끌어다 말하지 말라.[莫枉了五通]’라는 것에 대해 묻습니다.
선생 답 오통(五通)의 신(神)이 빌미가 된 것이 아닌데 멋대로 오통이 빌미가 되었다고 말을 하니, 이것은 오통의 신이 억울하게 허망한 말을 들은 것이네. 그러므로 금지하여 말하기를 “함부로 오통을 끌어다 말하지 말라.”라고 한 것이네.
문 ‘불용고(不用篙)와 불사시(不使匙)’에 대해 묻습니다.
선생 답 불용고(不用篙)와 불사시(不使匙)는 바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것을 말한다. 말한 것이 옳은 듯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네.
[주-D001] 뜻이 정해진다 :
《대학장구》 경1장에 “머물 곳을 안 뒤에야 지향할 목표가 정해지고, 지향할 목표가 정해진 뒤에야 마음이 고요해지고, 마음이 고요해진 뒤에야 외물에 동요되지 않을 수 있다.[知止而後有定, 定而後能靜 靜而後能安.]”라는 말이 나온다.
[주-D002] 역자시(亦自是) :
《심경부주》 권1 〈인심도심장〉에, 주자가 육구연(陸九淵)이 “순 임금이 만약 인심을 완전히 좋지 않은 것으로만 여겼다면 반드시 사람들에게 버리라고 하였을 것인데, 지금 다만 위태롭다고만 말씀하신 것은 의거하여 편안한 것으로 삼을 수 없어서일 뿐이다. 정이란 정밀하게 살펴서 섞여지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舜若以人心爲全不好, 則須說使人去之. 今止說危者, 不可據以爲安耳. 精者欲其精察而不爲所雜也.]”라고 한 것을 두고, 이 말이 또한 진실로 옳다[此言亦自是]고 한 것을 말한다.
[주-D003] 함부로 …… 말라 :
《심경부주》 권1 〈정심장〉에 나오는 말이다. 풍속이 귀신을 숭상하고, 고을에 오통묘(五通廟)가 있는데, 주자가 재가 든 술을 마시고 배앓이를 하고 낮에 뱀이 나타나자 사람들이 주자가 오통묘를 배알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하자, 주자가 “함부로 오통묘를 끌어다 말하지 말라.”라고 하였다.
[주-D004] 불용고(不用篙)와 불사시(不使匙) :
《심경부주》 권1 〈정심장〉에 “배를 부리려면 반드시 상앗대를 사용해야 하고 밥을 먹으려면 반드시 수저를 사용해야 하니,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는 배를 부림에 상앗대를 사용하지 않고 밥을 먹음에 수저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撑船須用篙, 喫飯須使匙, 不理會心, 是不用篙, 不使匙之謂也.]”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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