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사집행법은 매각허가에 대한 이의신청사유 중 하나로 최저매각가격의 결정, 매각물건명세서의 작성에 중대한 흠이 있는 경우를 들고 있다(민사집행법 제121조 제5호). 이와 관련하여 종종 문제 되는 것이 집합건물에 대한 경매에서 대지지분이 누락된 채 전유부분만이 경매되는 경우이다.
대지사용권이란 구분소유자가 전유부분을 소유하기 위하여 건물의 대지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를 말하는데,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의 대지사용권은 전유부분의 처분에 따르고, 구분소유자는 규약으로 달리 정한바가 없는 경우에는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과 분리하여 대지사용권을 처분할 수 없는바,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의 일체성을 가진다(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0조). 이러한 법리에 따라 규약으로 달리 정한바 없이 대지사용권이 누락되어 전유부분만에 대한 경매절차가 진행되고, 전유부분만의 가치를 측정하여 최저매각가격을 결정하여 이를 매각물건명세서에 기재한 경우 이는 경매절차의 흠이 되어 매각허가에 대한 이의사유가 된다. 실제 사례를 통해 이를 이해해 보자.
a는 b조합으로부터 甲대지 소재 甲건물을 그 대지와 함께 분양받고 그 대금을 완납한 후, 甲건물에 관하여 1996. 12. 19. 소유권보존등기를 경료하였다. 그러나 분양자인 b조합의 c에 대한 甲대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b조합의 채권자들에 의해 가압류되어 b조합이 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대지지분에 대하여는 이전등기를 경료하지 못하였다. a는 대지지분에 관한 등기가 경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1996. 12. 24. d은행에게 甲건물에 관한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고, 그 후 d은행의 신청에 의하여 甲건물에 대하여 경매절차가 개시되었다. 경매법원은 甲건물이 6억 원, 그 대지지분이 3억 원으로 감정평가되자 대지지분을 제외한 甲건물 부분에 대하여만 매각을 명하면서 대지지분의 가치를 반영하지 않은 甲건물 부분만의 감정가를 최저매각가격으로 정하였고, 매각기일의 공고와 매각물건명세서의 작성에 있어서도 甲건물만의 입찰이고 대지권은 없음을 명시하였다. 그 후 경매절차에서 e에 대하여 매각허가결정을 하였으나 e의 대금미지급으로 재매각을 명하기 이르렀고, 이에 매각기일의 공고 및 매각물건명세서의 작성에 있어서도 甲건물 부분만의 입찰이고, 대지권은 없음을 명시했는데, 그 경매절차에서 f가 2억 원에 최고가매수신고를 하였다. 한편 f가 위 매수신고를 할 당시 최저매각가격은 1억 5천만 원이었는데 원심법원은 이 사건 최저매각가격의 결정에 중대한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f에게 甲건물 부분의 매각불허가결정을 하였다. 이에 f는 법원에서 결정한 최저매각가격을 믿고 매수신고를 한 것이니만큼 그 신뢰가 보호되어야 하는바 원심법원의 매각불허가결정이 위법하다고 항고하였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집합건물의 건축자로부터 전유부분과 대지지분을 함께 분양의 형식으로 매수하여 그 대금을 모두 지급함으로써 소유권 취득의 실질적 요건은 갖추었지만 전유부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만 마치고 대지지분에 대하여는 아직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못한 자는 매매계약의 효력으로써 전유부분의 소유를 위하여 건물의 대지를 점유, 사용할 권리가 있는바, 매수인의 지위에서 가지는 이러한 점유, 사용권은 단순한 점유권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본권으로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6호 소정의 구분소유권자가 전유부분을 소유하기 위하여 건물의 대지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인 대지사용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대법원 2000. 11. 16. 선고 98다45652, 45669 판결), “구분건물에 대한 경매에 있어서 비록 경매신청서에 대지사용권에 대한 아무런 표시가 없는 경우에도 집행법원으로서는 대지사용권이 있는지, 그 전유부분 및 공용부분과 분리처분이 가능한 규약이나 공정증서가 있는지 등에 관하여 집달관에게 현황조사명령을 하는 때에 이를 조사하도록 지시하는 한편, 그 스스로도 관련자를 심문하는 등의 가능한 방법으로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여야 하고, 그 결과 전유부분과 불가분적인 일체로서 경매의 대상이 되어야 할 대지사용권의 존재가 밝혀진 때에는 이를 경매 목적물의 일부로서 경매 평가에 포함시켜 최저입찰가격을 정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입찰기일의 공고와 입찰물건명세서의 작성에 있어서도 그 존재를 표시해야 한다.”고 판단하여 f의 항고를 기각하였다(대법원 1997. 6. 10.자 97마814 결정, 대법원 2006. 3. 27.자 2004마978 결정).
사안을 좀 더 살펴보면, 甲건물의 수분양자인 a가 비록 대지지분에 대하여는 아직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못했지만 매매계약의 효력으로써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 당시 이미 대지사용권을 취득하고 있었음에도 집행법원 매각기일에 최저매각가격에 대지사용권을 반영하지 않았고, 매각기일의 공고 및 매각물건명세서의 작성에 있어서도 甲건물만의 입찰이고 대지권이 없다고 표시한 것은 민사집행법 제121조 위반인바 f에게 이 사건 매각을 불허해야한다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