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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주불교4·3희생자추모사업회, ‘제주4·3희생 무명씨 영가천도 및 추모법회’ 봉행
오영훈 지사, “무명씨 희생자도 기억해 나가야”
제주4.3희생 무명씨 영가천도 및 추모법회에서 추모 법문을 하는 관음사 조실 삼이 우경스님
제주4·3 76주년을 맞아 대한불교 조계종 제23교구본사 관음사(주지 허운스님)에서 ‘제주4·3희생 무명씨 영가천도 및 추모법회’가 봉행됐다.
지난 12일 (사)제주불교4·3희생자추모사업회(회장 허운스님)는, 4·3희생자로 지정되지 못해 이름조차 알 수 없는 1만 명 이상의 무명 영가에 대한 슬픈 한을 달래고 4·3당시 희생된 16분의 스님들을 기리는 추모의 자리를 마련했다.
제주4·3희생 무명씨 영가천도 및 추모법회에 참석한 내외빈들
제주특별자치도가 후원한 이날 법회는 먼저 관음사 극락전에서 4·3희생자에 대한 ‘대령관욕’과, ‘불공’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어진 추모법회는 대웅전 앞뜰에서 관음사 조실 삼이 우경스님과 대덕스님들, 오영훈 도지사와 유관기관 단체장 및 사부대중이 운집한 가운데 엄숙하게 거행됐다.
사회자는 ‘경과보고’를 통해 “지난 2022년부터 4·3당시 희생된 분들 중에 미신고 희생자 1만여 분의 추모를 위해 4·3평화공원 내에 ‘4·3희생자무명신위’ 위패조형물 설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과정을 설명하고, “2023년 2월부터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실무위원회’ 등에 위패조형물 설치 위치에 대한 설명과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여, 2023년 5월~7월에 ‘제주4·3평화공원’과 ‘제주4·3평화기념관운영위원회’의 심사와 ‘무명신위설치 테스크포스팀’을 운영하며 무명 신위의 디자인과 설치 위치를 확정하였고, 오늘 오후 4·3평화공원에 위패봉안실에 설치하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또 “제주불교계는 1976년부터 1980년까지 매년 4·3추모법회를 봉행해왔다. 이후 불교계 피해를 규명하는 세미나를 개최하고 2018년 제1회 관음사 추모위령재를 봉행하기 시작해 올해로 7회째 맞이했다.”고 불교계의 노력에 대해 소개하면서, “그동안 관음사는 유족과 함께 하는 치유캠프, 제주불교 4·3피해를 알리는 전국전시회, 명상체험 등의 활동을 추진하면서 4·3시기 희생하신 스님들의 영면과 안식을 기원하고 있다. 더 나아가 오늘 4·3무명신위 위패조형물을 설치하고 미신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책임을 다하기로 하였다.”고 설명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봉행사’에서, “제주4·3진상보고서에는 2만 5천 내지 3만여 명의 희생자가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14,822명뿐이다. 지난 70여년간 흔적도 찾지 못해 1만 명이 넘는 희생자들은 잊히고 있다. 이에 이제라도 예우를 갖춰 잊힌 영령의 넋을 기리고자 한다.”고 의미를 설명하고, “오늘부터 이제 무명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의 격을 높이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아직 이름을 찾지 못한 1만여 희생자를 전 세계인이 함께 기억하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허운스님이 대독한 ‘추도사’에서 “4·3희생 스님들과 무명의 희생자들에 대한 보금자리를 마련하여 고귀한 희생을 후대에 널리 기리도록 기회가 마련되어 다행으로 생각한다. 우리 불교계가 앞장서 도민과 국민의 서원을 모아 평화와 인권이 이곳 제주에서 만개하도록 지속적인 원력을 모아 정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의회 김경학 의장은 김황국 부의장이 대신 낭독한 ‘추모사’를 통해, “무명으로 희생된 영가들의 원통함이 조금이나마 해소되고 해원상생하시기를 기원한다.”고 전했고, 제주특별자치도 김광수 교육감은 김찬호 교육장이 대독한 ‘추모사’에서, “4·3은 평화와 인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서의 역사적 중요성을 상기시키고 있다. 이에 제주교육의 미래가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이름 없는 많은 희생자들이 과제로 남긴 평화롭고 정의로운 세상 만들기 교육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제23교구본사 관음사 조실 삼이 우경스님은, “4·3희생자 영령들께서는 이 자리에 차려놓은 법식을 받으시고 해탈의 길로 오르시라.”고 서원하면서, “아직도 풀지 못한 한을 살아있는 우리 후손들이 풀어야 한다. 어려움도 많지만, 한쪽이 먼저 풀어야 다른 쪽도 매듭이 풀어질 것이다. 마음을 열고 풀어주면 상생이 돼서 극락 환희의 세계로 모두 펼쳐 나갈 것이다. 그때에야 비로소 먼저 가신 4·3의 영가와 정령, 먼저 가신 스님들께서도 화해하고 나래를 펴실 것이다.”고 추모 법어를 내렸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김창범 회장은 “진실규명을 끝내지 못한 희생자의 고귀한 희생을 잊지 않겠다. 영령들이 꿈꾸었던 세상을 우리가 기억하고, 특히 사찰에서 주민 보호를 위해 희생된 스님들과, 사찰도 불타버려 아직도 복원조차 안된 현실에 안타까움이 많다.”고 전했다.
제주4·3평화재단 김종민 이사장도 “많은 희생자 가운데 우리의 어머니들과 열 살도 안된 아이들이 살아남아 오늘의 공동체를 일궈내셨다. 무명씨란 누군지 몰라 이름을 알 수 없다는 것도 있지만, 이름도 짓지 못한 어린아이도 있다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죽은 이들과 살아서 삶의 터전을 일궈낸 모두에게 오늘 천도법회를 통해 작지만 위로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마음을 전했다.
사부대중이 희생영가를 위해 소전대에서 영가옷과 다라니를 소각하고 있다.
이어서 관음시식을 봉행하고, 조실 삼이 우경스님이 영가에 대해 헌향과 헌화를 올렸다. 계속해서 오영훈 도지사의 헌향·헌화를 시작으로 참석한 사부대중들이 모두 제단에 헌화를 하였으며, 법성게 독송과 함께, 영가 옷과 다라니를 봉송하며 소전대(燒奠臺)로 향했다.
오영훈 지사가 영가옷과 다라니 소각을 마치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소각을 완료한 후에 오영훈 도지사는 마지막 인사를 통해, “오늘 무명씨 희생자를 기리게 되어 다행이다. 이제라도 영가를 기억하고 그분들의 천도재와 추모재를 지내게 되었으니, 앞으로 우리 후손들이 무명씨 영가들에 대한 추모재가 계속 이어져 그 뜻이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밝히면서, 법회를 주관한 관음사 관계자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인사를 전했다.
한편, 이날 오후에는 제주4·3평화공원에서 ‘4·3희생자 무명신위 위패조형물 제막식’도 거행됐다.
첫댓글 극락왕생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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