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큰돈을 요구하는 줄 몰랐을 것입니다. 아는 순간 낙담하였을지도 모릅니다. 그저 단순히 일이 백 정도로 짐작했겠지요. 세상의 형편을 잘 모르고 있을 때입니다. 사실 일이 백 정도라 해도 ‘광호’에게는 대단히 큰돈입니다. 아무튼 자기 힘으로 한 열흘 정도 고생하면 되겠지 싶었을 것입니다. 자기가 애쓴 것으로 가져갔는데 감독에게는 한 마디로 어린아이 장난이나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세상 물정 모르는 학생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나하고 장난하자는 거야?’ 광호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떻게 고생해서 만든 돈인데 말입니다. 자기 딴에는 꽤나 큰돈이니 전혀 예측하지 못한 무시를 당했습니다.
웬만큼 뛰어나지 않다면 그저 실력만으로 세상을 이겨낼 수는 없습니다. 소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네 사회생활 곳곳마다 스며들어 있습니다. 일반적인 공개채용 속에서조차 편법이 숨어있어 나중에 발각되어 지탄 받는 경우도 가끔 봅니다. 속된 말로 재수 없어서 걸린 것이지, 거기 한 곳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다는 아니더라도 널리 알려진 이름이 아니라면 각각의 속에서 은밀하게 이루질 것입니다. 대부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고 있으니 사건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일을 당하는 개인의 입장에서는 일단 자기만 통과하면 그만일 테니 공론화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 관행은 은밀하게 지속됩니다. 더구나 그 일을 행하는 사람이 이미 자기도 당한 대로 되찾으려는 마음이 있지 않겠습니까?
고등학교 운동부 감독은 사실 선수들에게 있어서는 왕 같은 권력자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장래를 지도하고 지시하고 안내까지 합니다. 좀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감독의 한 마디 또는 추천하는 한 마디가 그 선수의 장래를 좌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자연히 선수의 부모까지 나서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일반 경쟁이 아니라 감독의 추천이 막강 힘을 가지고 있기에 어쩔 수 없이 감독에게 잘 보이려고 힘을 씁니다. 짐작하겠지만 그냥 힘쓰는 것이 아니라 그만한 대가가 오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사실 정말 뛰어난 1등이 아니라면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선수보다 부모가 힘들게 됩니다.
운동선수들 속에 숨겨진 애로사항입니다. 어떻게 보면 진로가 매우 좁습니다. 그 분야에 국한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만큼 경쟁도 세고 선수들은 자신의 장래를 생각하며 고민도 많이 할 것입니다. 과연 이 길이 내가 가야 하는 길인가? 반복하여 생각하고 고민할 것입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일찍 다른 길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가 정말 좋아하고 또 하고 싶은 운동이고 이것으로 직업을 삼고 싶다는 결심이 선다면 감독과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감독이 어여삐 보고 잘 배려해준다면 그나마 다행한 일입니다. 그러나 여러 선수들을 다루며 제한된 운동선수 취업의 문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감독은 그 나름대로의 애로사항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인간적으로 자신의 실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 살아온 의붓아버지이지만 나름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입니다. 가능하면 의붓아들 광호를 잘 뒷바라지해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조그만 음식점은 생각만큼 충분하게 경제적 도움을 이끌어내지 못합니다. 함께 일해오던 아내(광호 친엄마)는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되었습니다. 혼자서 지탱하기도 버거웠을 것입니다. 이제 광호도 자기 앞길을 찾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든 야구를 하고 싶어 합니다. 하기야 아버지가 일찍 권해서 들어선 길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광호가 좋아해서 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장애를 만난 것이지요. 필요한 것은 돈입니다. 어쩔 수 없이 불법 휘발유 판매에까지 뛰어들었지만 그마저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프로에 입단하려 했지만 선발에서 제외됩니다. 그래도 야구를 하려니 진학으로 바꿉니다. 결국 아버지는 가게를 처분하고 아들의 진학을 돕습니다. 아버지와 다투기도 했지만 사실을 알고 나서는 아버지의 수고를 이해하였을 것입니다. 어렵게 진학을 해서 일단 다시 야구는 계속하게 됩니다. 과정이 어렵고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얻은 것이 있습니다. 우선 아버지와의 관계입니다. 비록 의붓아버지이지만 친아버지만큼의 애정으로 돌봐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분명 광호의 인생길에 앞으로도 큰 힘이 되어주리라 믿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의 일면도 배웠을 것입니다. 세상은 실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말입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습니다. 매우 답답함을 느끼며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더구나 광호의 성격이 밝고 활달한 것도 아닙니다. 말도 적고 표현도 제대로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주변 사람들과도 그다지 친밀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분위기 그렇지, 사람이 그렇지, 상황 또한 어렵지, 참으로 보기 힘든 영화입니다. 그만큼 광호 역할의 연기가 괜찮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말은 적게 하면서 몸과 표정으로 나타내야 하니 말입니다. 영화 ‘낫아웃’(NOT OUT)을 보았습니다. 글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도로 해석해야 하나요? 어둡지만 해피엔딩으로 봅니다. 다행이지요.
첫댓글
만남은 언제나 소중하고 기쁜것
이렇게 인사 한줄 올리고 갈수있는 공간이 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인사 두고갑니다
우중에 늘 건강하시고 즐거운 일만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복된 주말을 빕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