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돌에 불난다'는 속담은 단단한 돌이나 쇠붙이로 치거나 맞비비게 되면
부서러지기 쉬운 푸석돌에서도 불이 일어난다는 뜻이지만 푸석푸석 바스러지기
쉬운 푸석돌에서는 불이 일어날리 없고 주변의 가연물에 휩싸여 푸석돌에
불이 붙어 가열된 상태를 말한다. 좀체 불붙기 어려운 썩돌이라도 한번 불이 붙어
놓으면 감당이 불감당일 정도로 겁나게 타고 돌이 타면서 '튁튁' 소리를 내면서 튄다.
옆에 있다가는 어디로 튈지 몰라서 뜨거운 돌조각에 맞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펑서문과는 달리 '썩돌에 불났나?'하면 의문문이 된다. 이런 경우는 예기치
않게 일어난 일로 화자는 약간 비아냥 거리는 투가 된다.명확히는 '불 붙었나?'다.
오늘이 마침 집사람 듀티오프라 아침 식사후 열시쯤 잡사람이 두꺼운 성경책을
식탁 위에 펴 놓고 열심히 읽고 있었다. 성경공부40주간의 2학기 출석날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하루도 빠지기 않았다고 개근상을 탈 것이라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일이나 공부도 다 때가 있는 법이다. 말도 달릴 때 채찍질을 해야 더 잘 뛴다. 지금 머리싸매고
공부해서 어디에 써 먹겠다는 것인가?
예전에도 수녀회에서 주관하는 성경공부를 우편으로 하다가 병원근무와 집안 일 때문에
중도에 그친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이곳 우동성당에서 주관하는 성경공부40주간
에 신청하여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다. 나하고 같이 하자고 몇번이나 권하는 것을 할게
따로 있다고 하면서 뿌리쳤다. 마누라는 성경 구절을 한구절 한 구절 곱씹어 가면서 읽는다.
그러다가 좋은 문장이 나오면 그냥 못 넘긴다. 옆에 있는 나에게 들어보라면서 소리 높여
읽는다.
허긴 성경이 가장 좋은 문학작품이란 소리를 듣곤 한다. 오늘 아침에 들은 귀절은 다음과 같다.
집회서28:8 의 '혀를 조심하여라'일부이다.
남을 헐뜯고 이간질하는 자는 저주받을 것이다. 이런 자들 때문에 평화롭게 사는 많은 사람들이
망하였다. 이간질하는 자는 많은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어 이 고장에서 저 고장으로, 흩어놓았으며,
견고한 성곽을 무너뜨렸고 궁정을 파괴시켰다. 이간질 하는 자 때문에 정숙한 여자들이 집을 쫓겨
나고 그녀들이 일해서 얻은 댓가를 빼앗겠다. 이런 자의 말을 듣는 사람은 안식을 얻을 수 없고
평화롭게 살 수가 없다.
매에 맞으면 맷자국이 날 뿐이지만 혀에 맞으면 뼈가 부서진다. 칼에 맞아 죽은 사람이 많지만
혀에 맞아 죽은 사람은 더 많다. 혀의 공격을 당하지 않는 사람, 그 광분을 겪지 않는 사람, 혀의
멍에를 지지 않고 그 사슬에 묶이지 않은 사람은 행복하다. 그 멍에는 쇠멍에이고 그 사슬은 청동
사슬이다. 혀 때문에 당하는 죽음은 무서운 죽음이고 그런 혀보다는 차라리 지옥이 낫다.
그러나 혀는 경건한 사람들에게는 힘을 쓰지 못하며 이런 사람들은 그 불에도 타지 않는다.
혀를 잘못 놀려서 넘어지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숨어서 너를 기다리고 있는 원수의 손에
떨어질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