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에 암스테르담에서 학회/ 프랑스에서 회의 참석 하고 왔습니다.
뭐 메인 목적은 발표긴 하지만 사실은 현재 직장 다음 스텝을 생각하고 있어서...
그 정보수집도 겸 해서 나갔다 온건데 상황은 사실 더 암울해 졌다고 해야할지... (...)
여하간,
이번에 참석한 학회는 Magnet Technology 라는 학회인데, 주로 거대한 마그넷과 관련된 연구를 공유하는 학회입니다.
주요 이슈들은
1. 이제 우리는 35T 이상 DC자석 시대, 바꿔말하면 1 GHz 이상의 NMR 시대에 진입했습니다.
MagLab에서는 1.5 GHz NMR (약 36T)을 운영시작했고, 중국과 프랑스에서 40 T 급의 자석 프로젝트를 진행중입니다.
2. FCC (Future Circular Collider) 의 청신호
아무리봐도 아직 예산문제가 '해결되었다' 는 단계는 아닌 것 같지만, LHC의 업그레이드 버젼인 FCC에 대한 계획은 착착 준비중입니다.
큰 설계안 아래에서 여러 세부설계안들이 경쟁중이며, 대체로 올해~내년 말 정도에는 어떤 윤곽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 이것은 뭐 아는사람끼리의 이야기이지만,
1번과 2번 문제를 관통하는 주제중 하나는 2G(2세대 HTS 선재..) 컨덕터 가격 하락의 정체기/기술적 발전의 trap/라는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고자장 마그넷으로 가기 위해, 이제 2G 컨덕터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고 본격적으로 비터 마그넷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엄청난 power consumption을 감수하고서라도 앞으로 가기 시작한 것인데요,
당초에 2G 컨덕터가 초창기 예측처럼 가격이 떨어졌다면, 아마 완전히 다른 판도가 그려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FCC또한 마찬가지로 예산의 부담을 크게 줄이는 수준에서 LTS/HTS Hybrid 마그넷들을 통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을텐데..
그러나 결국 초창기 예상과는 달리, 너무 성숙해있는 LTS 기술과 새로운 응용처 개발의 적시 개발 실패로 HTS가격이 크게 하락하지 않았고, 아직도 힘든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희망적/이면서 동시에 불안한 것은 기존까지는 2티어로 연구수준에만 머물던 플레이어들(중국과 유럽)이 1티어급 생산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물론... 1티어인 AMSC는 회사가 없어진 것 처럼 발표도 부스도 없었고, SuperPower는 후루카와에 병합되어 운영중, 서남은 부스없이 그냥 마그넷 감은 것 발표.. 로 약간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쟁이 가속되면서 가격이 내려갈 것 같지만, 또 한 편으로는 이미 비좁은 시장에 경쟁자들이 비집고 들어오면서 리타이어 하는 플레이어들이 나올수도 있다.. 라는 걱정도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서남을 좋아하는 편이라 그게 서남이 아니었으면 합니다만..
3. ITER는 준공을 시작했습니다.
지지부진한 속도로 욕을 먹고 있는 ITER는 초기 완공 시점인 내년을 목전에 두고 이제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아직 여러 가지 충돌이 있지만 늦춰진 새 일정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다라는 희망적인 발표들..
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역시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4. 이것을 뭐 주요이벤트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일본의 토카막 JT60도 초전도 버젼으로 업그레이드가 잘 진행중입니다.
그리고 몇가지 확인된 특이한 경향들이 있었습니다.
5. SFCL세션의 부활
DC grid의 fault 문제가 대두되면서 + 중국 연구자들이 이쪽에 엄청난 관심을 가지면서 DC 시스템에서 SFCL을 적용하려는 연구가 갑자기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물론 좀 갑툭튀인데다가 일부는 실제로 코일을 쓰는 것은 아닌지라(... 왜 MT에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으나)오럴세션은 없었는데, 작년과 제작년의 연구동향과 비교해볼때 굉장히 이질적인 경향이 나타난 것 같습니다.
6. 전체 세션 수 감소
저는 작년에 열린 MT와 대응되는 학회인 ASC는 학위수여 직후라서 여러 가지 문제가 겹치면서 참석을 못했지만,
제작년에 열린 MT는 참석을 했었는데 전체 발표 수가 약간 줄어들었습니다.
'어.. 엄청줄었는데?' 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약간 줄었는데?'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7. 중국 연구자의 증가
중국인 연구자들 숫자가 굉장히 늘어났습니다.
이전부터 늘어나는 추세긴 했지만, 이번에는 특히 좀 눈에 띌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약간 문제.. 되는 부분은 중국에서도 제대로 연구하는 그룹도 많고 그들의 연구는 분명 뛰어나다고 평가할 부분이 있지만..
좀... 이건 아니다 싶은 연구도 마구잡이로 들고와서 발표하는 그룹이 많이 있습니다.
하다 만 연구, 예전에 했던 연구(....)를 가져와서 발표하고 No-show도 엄청 많고..
이쯤 되면 커미티에서 모종의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계획도 추진하지 않을까? 싶은 정도입니다.
뭐.. 전반적으로 종합해보면
제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는 일종의 정체기를 맞이하고 있는/ 정체기에 들어가기 시작한 분위기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앞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 없는가? 하면 그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제가 몇년동안 봐 왔던 성큼성큼 걸어가던 분위기와는 매우 다르게 천천히 앞으로 가고 있습니다.
원래 이런 분위기속에 game changer가 등장하는 것이고 저도 일조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려 합니다. ㅎㅎ
개인 진로에 관해서는 '아 저기는 내가 지금 완전 꼭 지원해야겠다' 라는 포지션을 찾는 것은 실패라고 봐야할 것 같고..
그것과 별개로 몇 가지 준비는 시작했지만,..여튼 여러 가지 생각하게 만드는 학회였습니다.

ITER에서 근무중인 선배님이랑 같이 맥주 마셨습니다. 편의점에서 싸들고 와서 먹는게 없는대신(.....) 식당이 저렇게 수로 옆에 자리가 있는 형태입니다.

안네 프랑크의 추모상입니다. 누군가 꽃을 두고 갔는데.. 숙연해지는 공원이었습니다.

프랑스 가서는 역시 ITER 근무하시는 선배님의 가이드에 따라 베르동 호수랑 알프스 끝자락도 좀 보고 왔습니다.
저 호수는 무슨 바다인줄...(....)


프랑스 일정은 중간에 마구잡이로 끼워넣은 탓에 집에 오기위해서 암스테르담에 12시간을 더 머물러야 했습니다.
시간이 많이 남아서 반고흐 박물관을 보고 공항에 가면서 감자튀김도 먹었습니다.
반고흐 박물관에는 한국어가 정말 유창한 스탭도 있고, 6천원인가 주면 빌려주는 한국어도 지원하는 가이드 기기가 있는데 꽤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별이 빛나는 밤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 그건 뉴욕에 있다는군요.
저 감자튀김은 줄 서서 먹는 암스테르담의 그 감자튀김입니다. 맛은 맛있는 감자튀김인데 굉장히 바삭바삭하고 양파 곁들인 소스와 어우러짐이 매우 훌륭합니다. '저 감자튀김을 먹기위해 암스테르담에 꼭 가겠어' 는 오버지만, 암스테르담에 들렀다면 가서 먹어볼 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네덜란드에서 먹은 것 중에서는 스트룹 와플 다음으로는 이게 제일 맛있었던 것 같습니다.

비행기는 심지어 1시간 가까이 연착되서 너무 지루했습니다. ㅜㅜ 그럴줄 알았으면 박물관 하나 더보고 갔을텐데..
기다리는 동안 귀여운 사탕괴물 인형이랑 사진도 찍고 베라 페테 라는 네덜란드인 친구도 생기고 뭐.. 유익하게 보낸 것 같습니다.
에고...
돌아와서 머릿속은 복잡한데 삶은 차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진 않네요.
이제 자야지 ㅜㅜ..
첫댓글 F킬러님,훈남이시네요!
ㅋㅋ 감사합ㄴ디ㅏ
맥주사진이 그냥 최고네요
한국에 살면서 좋은점은 외국에 나가면 어딜가도 한국보다 맥주가 맛있게 느껴진다는것이지요(....) ㅋㅋ
@F킬러 ㅋㅋㅋ 종류도 다양하고
F킬러님,전기회로를 전자기학 공부에 비유해주셨는데 잘 이해못했어요.자세한 설명 부탁해요!
으잉 ㅜㅜ제가요?
어떤 교수님이 그리 말씀하시더라고 했었는데...저는 책을 알때까지 반복적으로 읽거든요.제 공부방법을 점검하고싶어서요.
아 공부 방법이 아니라 공부할때 느끼는 느낌? 같은건데 전자기학은 계속 꾸준히 실력이 오르는 느낌이 있는 과목이라기 보다는 계속 이해가 안가다 어느순간 '아!' 하는게 있는 과목이라고.. 다들 공감했었지요 ㅎㅎ
그렇긴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