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오카야마(岡山)현 하룻밤에 30명을 죽인 사나이
참극의 시작
오카야마(岡山)현 츠야마(津山)시에서 북쪽으로 20킬로미터 떨어진 톳토리 현 경계 근처의 산촌에서, 일본 범죄 사상 전대미문의 대 참극이 일어났다.
오카야마 현 니시카모(西加茂)마을 카이오(貝尾)부락과 이웃 사카모토(坂本)부락을 무대로 한 명의 청년이 불과 1시간 반 사이에 마을사람 30명을 살해한 사건이었다.
니시카모 마을은 380가구, 약 2000명, 카이오 부락은 23가구, 인구 111명, 사카모토 부락은 20가구, 인구 94명의 작은 마을이었다.
대부분이 영세 농민인 이 양쪽 부락 주민은 산전(山田)을 경작하거나 양잠이 주된 수입원이었다. 그러나 겨울 동안은 눈에 갇혀 지내게 되는데, 남자는 대부분 객지로 나가 돈을 벌거나 숯을 구우러 산에 들어가는 바람에 마을에는 노인과 부녀자만이 남는다. 「밤놀이」등 성적(性的)으로 방종한 구습이 현저하게 남은 지역이기도 했다.
1938년 5월 21일 새벽 1시 무렵. 카이오 부락 779번지에서 농사를 짓는 토이 무츠오(都井睦雄: 당시 22세)는 할머니와 함께 자던 중 할머니가 눈을 뜨지 않도록 살그머니 일어나 발소리를 죽여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토이의 집은 카이오 부락 거의 중앙에 위치했으며,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방해꾼 취급하는 부락사람들을 살해하려고 면밀한 습격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특히 자신과 육체 관계를 가졌으나 다른 사람에게 시집간 2명의 여성에 대해 격렬한 살의를 품고 있었다. 토이는 두 여성이 마을에 돌아오는 날을 알아내 그 날을 실행일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 날이 왔다.
사건 전날인 5월 20일 오후 4시 무렵, 그는 자전거로 습격할 예정인 집들을 몇 번이나 왕복하면서 꼼꼼하게 조사했다. 오후 5시쯤에는 전봇대에 올라가 전선을 절단해 부락 전체를 깜깜하게 만들었다. 전등 회사에 수리를 부탁한 마을사람은 없었다.
토이는 친한 친구에게 '어차피 폐병으로 죽을 테니, 아베 사다(阿部定) 이상의 굉장한 일을 저지르겠다'라고 토로하고 있었다.
다락방에 올라간 토이는, 검정색 교복을 입고 양쪽 다리에 군사 훈련용 각반을 단단하게 감고 고무창 신발을 신었다. 머리에 감은 수건에는 2개의 소형 회중전등을 달았고, 자전거용 램프를 목에다 끈으로 매달고 다른 끈으로 몸통에 고정해 어두운 곳에서 상대를 비출 수 있도록 했다. 일본도(刀) 하나와 비수(匕首) 두 개를 왼쪽 허리춤에 끈으로 묶은 후 가죽의 벨트로 다시 맸다. 손에는 맹수 사냥용 구경 12번 9연발에 개조한 브라우닝 엽총을 들고, 포켓에는 실탄 100발을 넣고, 실탄 100발을 넣은 주머니를 왼쪽 어깨에 걸쳤다.
이 지방에서는 야간 천렵을 할 때 회중전등 1개를 수건 등으로 머리에 붙이는 풍습이 있었다. 그리고 토이가 애독한 잡지 「소년클럽」(전년 12월호)에는 총검을 단 총(회중 전등도 묶어 붙어 있다)을 든 일본군이 중국인을 찔러 죽이려는 만화가 실려 있었는데, 이것을 흉내낸 것 같기도 하다.
5월 21일 밤에는 이슬비가 내렸지만 곧바로 그쳤고 가끔 구름 사이로 달이 보였다. 봄이었지만 쌀쌀한 밤이었다.
(토이 무츠오를 제외한 등장하는 사건 관계자의 이름은 모두 가명이다).
[희생자 1] 오전 1시 40분쯤 토이는 다락방에서 내려와 난로 옆에서 푹 잠들어 있는 자신의 할머니 요네(76세)의 목을 장작 패는 도끼로 절단했다.
[희생자 2] 가장 먼저 습격한 곳은 북쪽 이웃인 키시모토 카츠유키(岸本勝之)의 집이었다. 여기는 5인 가족이었지만 카츠유키는 군대에 들어가 집에 없었다. 시골이라 문단속은 하지 않고 있었다. 몇 차례 밤놀이로 집안을 다 알고 있던 토이는 안쪽의 방으로 들어갔다. 토이는 과부인 카츠유키의 모친 츠키요(50세)와 육체 관계가 있었지만, 최근 들어 거절당한 데다 마을에 소문이 퍼졌기 때문에 강한 원한을 품고 있었다. 엽총을 사용하면 근처에 들린다고 생각한 그는 일본도를 소리없이 뽑아 숙면중이던 츠키요의 목과 가슴을 찔렀다.
[희생자 3, 4] 계속해 어머니의 옆에서 자고 있던 남동생 요시오(14세)와 마모루(11세)를 일본도로 베어 살해했다. 여동생 미사(19세)는 일 때문에 다른 곳에 묵고 있었기 때문에 당장은 살해되는 것을 모면했지만 토이는 그녀가 누구의 집에 있는지 알고 있었다.
[희생자 5] 세번째 집은 니시다 슈지(西田秀司)의 집이었다. 이곳에는 4명이 있었는데, 이곳도 열쇠를 잠그는 습관은 없었다. 토이는 이 집의 안주인인 토메(43세)와 몇 차례 육체 관계가 있었지만, 토메는 「몇 번이나 덤벼든 것을 거절했다」고 마을 사람들에게 말했었다. 토이는 방에서 잠들어 있는 토메의 복부에 엽총을 대고 쏘아 즉사시켰다.
[희생자 6~8] 옆방에서는 3명이 난로 옆에서 자고 있었다. 장녀 오토모 요시코(22세)와 주인 슈지(50세), 아내의 여동생 치즈코(22세)였다. 요시코는 토이와 육체 관계가 있었지만 다른 집에 시집갔다. 그러나 감기로 앓고 있는 토메를 문병하러 요시코와 치즈코가 와 있었다. 토이는 그것을 알고 있었으며, 이 날을 학살일로 선택한 이유 중 하나였다. 세 사람은 총성에 잠을 깼는데, 근거리에서 엽총에 맞아 모두 즉사했다.
[희생자 9, 10] 네 번째는 키시모토 타카시(岸本高司)의 집이었다. 여기는 4인 가족이었다. 마찬가지로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앞문으로 침입한 토이는, 한 이불 속에 잠들어 있던 주인 타카시(22세)와 임신 6개월이던 아내 니시다 토모에(西田智惠: 20세)를 엽총으로 사살했다. 토모에는 5번째로 살해된 토메의 둘째 딸이었다.
[희생자 11] 잠에서 깬 조카 테라나카 타케오(寺中猛雄: 18세)가 달려들었으나, 토이는 개머리판으로 머리를 때려 쓰러뜨린 뒤 엽총으로 가슴을 쏘았다.
[중상] 토이는 웅크리고 앉아 떨고 있던 모친 타마(당시 70세)의 앞에 버티고 서서 “당신들과는 아무런 원한도 없었지만, 니시다의 딸을 며느리로 삼았기 때문에 죽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타마는 살려달라고 애원했으나 토이는 총을 쏘았다. 그러나 타마는 치명상을 입지 않아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혼자 살아남은 타마는 ‘젊은 사람이 죽고 내가 살았다. 신도 부처님도 없다’고 슬퍼했다.
[희생자 12] 다섯 번째는 테라카와 마사이치(寺川政一)의 집. 여기는 6인 가족이었다. 거듭되는 총소리에 테라카와 집의 식구들은 모두 잠에서 깼지만 문단속은 하지 않았다. 현관으로 들어온 토이는 무슨 일인가 하며 나온 주인 마사이치(60세)의 가슴을 엽총으로 쏘아 사살했다.
[희생자 13~16] 놀라서 창 밖으로 튀어나온 장남 테이이치(貞一:19세)의 등을 엽총으로 쏘아 사살하고, 복도의 덧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려던 5녀 토키(15세)와 6녀 하나(12세)를 사살했다. 며느리 노기 세츠코(野木節子: 22세)는 복도 구석으로 몰고 가 총으로 쏘았다. 테이이치와 세츠코는 불과 6일전에 결혼식을 올렸다.
[경상] 4녀 유리코(당시 22세)와 토이는 깊은 사이였지만, 그녀는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 그러나 불만을 품은 토이가 신혼집에 밤마다 찾아가는 바람에 유리코는 이혼하고 말았다. 토이는 둘 사이를 되돌리려 했지만, 유리코는 다른 남자와 재혼했다. 마침 3일 전부터 유리코가 집에 와 있었는데, 그것을 알고 있던 토이가 이 날을 학살일로 선택한 이유 중 하나였다. 유리코는 뒷문으로 재빨리 나와 이웃집으로 도망쳐, 토이가 가장 원망한 유리코는 경상을 입는데 그쳤다.
[희생자 17] 유리코가 도망친 것을 눈치챈 토이는 바로 뒤를 쫓았다. 6번째 집인 테라카와 모키치(寺川茂吉: 당시 45세)의 집은 원래 토이의 습격 계획에 들어있지 않았지만, 비극에 연루되고 말았다. 여기는 5인 가족이었다. 앞문을 잠근 직후 토이가 와서 문을 열라고 고함쳤다. 별채에 있던 부친 코시로(孝四郞:86세)가 덧문을 열자 토이는 그를 엽총으로 쏘아 즉사하고 말았다.
[경상] 유리코와 주인 모키치, 아내 노부코(伸子: 당시 41세), 차남 신지(進二: 당시 17세) 는 모든 문을 꼭 닫았다. 토이는 총을 마구 쏘고 문을 격렬하게 두들겼다. 모키치는 이대로는 모두 살해당한다고 판단, 신지를 테라카와 모토카즈(寺川元一)의 집으로 가 도움을 청하도록 했다. 그러나 신지는 옆문으로 나와 대나무 숲으로 뛰어들었으나 토이에게 들키고 말았다. 토이는 곧바로 뒤를 쫓았지만 그것을 눈치챈 신지는 숲 속에 숨을 죽이고 가만히 있자 토이의 눈을 속일 수 있었다. 신지를 놓친 토이는 뒷문 앞으로 와 마치 그를 잡은 것 같은 말투로 “이봐, 신지. 말해봐”, “말하지 않으면 쏘아버리겠어”라고 큰 소리로 고함쳤다. 노부코는 신지가 잡힌 것으로 알고 울면서 모키치에게 매달렸다. 유리코도 자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흐느껴 울었다. 모키치는 몰래 뒷문으로 다가가 틈새로 밖의 모습을 보았다. 문 바로 옆에는 토이가 가로막고 있었지만 신지가 없는 것을 알고 안심했다. 하지만 토이는 “열지 않으면 도끼로 부숴 버리겠어”라고 고함치면서 집을 향해 2발을 쏘았다. 이 때의 1발이 4녀 유키코(당시 21세)의 대퇴부에 명중해 경상을 입었다.
이 때쯤 되어 심야의 산간에 울려 건너는 총성, 절규와 비명 탓에 이상함을 느낀 마을사람이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