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12월 19일 텅러 아트 스페이스에서 열린 '카세트 테이프 나이트 파티'의 카세트 테이프 콜렉션
기사작성: Lisnaree Vichitsorasatra
"안 팔아요, 안 팔아!"
태국 방콕, 니꼰 새땅(Nikorn Sae Tang) 씨에게 자신의 카세트 테이프을 1만 바트(약 35만원)에 팔지 않겠냐고 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그는 자신이 소장한 '마룬 파이브'(Maroon 5)의 앨범을 팔라고 요청하는 사람들을 물리쳤다.
문제의 앨범은 오래된 물건이다. 이 테이프는 '마룬 파이브'가 아직 인디 락 밴드였던 시절에 그들 노래를 고전적 포맷(=카세트 테이프)으로 발표했을 때의 것이다.
12월 19일 '텅러 아트 스페이스'(Thong Lor Arts Space)에서 열린 <카세트 테이프 나이트 파티>(Cassette Tapes Night Party)에는 수십명의 힙스터들이 참가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수집한 카세트 테이프 콜렉션을 지참하고 왔는데, 수집품들을 보물처럼 여기면서 절대로 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주: 힙스터 hipster는 원래 '재즈광'을 의미했지만, 현재는 대중의 큰 흐름을 따르지 않고 자신들만의 고유한 패션과 음악 문화를 쫓는 사람들을 총칭하는 표현이다. 남들이 알지 못하는 독립 영화, 인디 음악, 예술 등에 관심이 많으며 일반 대중과 자신들을 구분하면서 지적 우월감을 표현하는 경우가 있어 비난과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니꼰 씨는 태국 및 서양의 고전적인 테이프들을 수집했다. 여기에는 1980년대 태국 걸그룹 '사우 사우 사우'(Sao Sao Sao, สาว สาว สาว)의 앨범들, 남자 가수 빤 파이분끼얏(Pan Paibulkietsin, ปั่น ไพบูลย์เกียรติ)이 1993년에 발표한 곡 <벅락>(Bog Rak, บอกรัก: 고백), 1985년 발표된 태국 인디 씬의 고전적 앨범 <파패 앤 버터플라이>(Papae and Butterfly) 등이 포함된다.
(사진) 1980년대 걸그룹 사우 사우 사우의 <Because I Love You>
(동영상) 사우 사우 사우(สาว สาว สาว) - Because I Love You
(동영상) 빤 파이분키얏(ปั่น ไพบูลย์เกียรติ) - 벅락 (บอกรัก)
그는 여러 매체 형식들이 사운드 품질 면에서 각각의 차별성이 있다고 장담했다. 즉, MP3의 사운드는 CD만큼 날카롭거나 세밀하지 못하며, 카세트 테이프의 경우 여타 디지털 매체들이 쫒아갈 수 없는 가치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카세트의 사운드는 CD보다 따뜻합니다. CD는 더 날카롭죠."
그는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초창기 앨범을 틀어주었다. 필자는 그 곡을 CD로 들어본 적이 있기 때문에, 그가 말하는 '따뜻한 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카세트 테이프를 손으로 쥐는 것도 그저 음악을 다운로드하는 것과는 육감적으로 다른 경험이라고 덧붙였다. 심지어는 테이프 케이스 안에 첨부된 설명서(리플릿)를 꺼내서 읽는 것조차 하나의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이번 이벤트 기획자 크리사다 찌야라와논(Chrisada Chiaravanond 혹은, Chiaravanont 혹은, Chearavanont)도 대화에 참여했다.
"아티스트들은 앨범 작업에 사용된 자신들의 영감을 리플릿에 적어두곤 했습니다."
그는 2011년 대홍수로 인해 수많은 카세트 테이프와 비디오 테이프가 사라질 수도 있었겠다고 깨달은 후, 이번 이벤트에 관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얼마나 많은 테이프들이 대홍수에서 살아남았는지 모두 같이 확인해보자고 제안했다.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한 여성이 조그마한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에 테이프를 삽입했다.
"그 버튼 누르지 마세요!"
니꼰이 자신의 테이프가 들어 있는 '워크맨'(walkman)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내게 '워크맨'에는 특정한 버튼이 있는데, 만일 그 버튼을 누르면 자동적으로 기존 테이프에 새롭게 녹음이 돼버린다고 설명했다.
크리사다 씨는 당시 카세트 테이프를 개당 119 바트에 샀었다면서, 당시로선 큰 마음 먹고 산 것이라고 회고했다.
(사진) 카세트 테이프 나이트 파티의 소니 스테레오
니꼰 씨는 값비싼 CD에 들어있는 음악을 테이프에 복사해서 옮겨주는 서비스가 존재했던 시절이 있다고 회고했다. 그는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의 곡 <I Wanna Be Loved By You>를 바로 그런 해적판 카세트로 구입했었다고 회상했다.
카세트 테이프에는 낭만적 요소도 있다. 테이프에 음악을 복사할 땐 CD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크리사다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할 때 그녀를 위한 카세트 테이프를 만들어보라. 그러려면 노래를 들어야만 하며, 기다리고 멈추고 되감기를 반복해야만 한다."
문제는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를 찾는 일이다. 이번 이벤트 참가자 대부분은 낡은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를 갖고 있었다. 일부는 수리가 필요한 상태였다. 니꼰 씨는 CD, MP3,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들이 하나로 통합된 스테레오 전축을 갖고 있었는데, 아직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었다.
크리사다 씨는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는 '소니'(Sony)가 최고였다고 장담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플레이어를 수리하려고 할 때, 부속품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음악 매체 하이프봇(hypebot)의 한 기사에 따르면, 세계 최대 카세트 테이프 제조업체 중 하나인 '내셔널 오디오 컴파니'(The National Audio Company)가 작년(2014) 한 해 미국에 판매한 카세트 테이프의 양이 거의 1천만 개에 달했다고 한다. 그러니 만일 누군가 아직도 집에 카세트 테이프을 갖고 있다면 버리지 마시라. 카세트 테이프들이 복귀하고 있다.
(역주: 한국 또한 인디 음악을 중심으로 카세트 테이프가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2014년 여름부터 이런 움직임이 있었는데, DJ Take Sushi는 지난 1월 2일, 자신의 앨범을 카세트 테이프로 발매하고 플레이어가 없는 이들을 위해 다운로드 코드를 함께 제공했다. 그는 그의 트위터를 통해 '컴퓨터로 편하고 좋은 음질로 들을수 있는 음악을 카세트테이프를 통해 불편하고 구린 음질로 들으세요'라며 발매 이유를 밝혔다. 밴드 코가손(Cogason)도 상상마당 레이블마켓에서 카세트테이프 90장을 발매해 전부 판매했다. 이 밖에도 밤신사, 코드쿤스트, 하헌진, 흑염소 등의 뮤지션이 최근 카세트 테이프를 발매한 전력이 있다. 또한, '고속도로' 장르로 분류되는 트로트류의 음악 역시 꾸준히 카세트 테이프로 발매되고 있다. 카세트 테이프는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응답하라 1988>에서도 자주 등장하며 테이프로 음악을 듣던 이들에게 추억을 주며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첫댓글 번역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흥미로운 내용이네요.. ^^
이번 이벤트 기획자인 크리사다 찌야라와논이란 사람은..
태국 최대 재벌 'CP그룹'의 4세대들 중 한명 아닐까 추정되네요..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chrisada.sambandaraksa
@난파 이런.. 저에게는 비공개네요.. ㅠㅠ
사우 사우 사우 참 듣기 좋네요
몇번이나 듣게 되네요
80년대에 태국 여행하면 풍경이 어땠을까 궁금해집니다
그쵸. 목소리가 너무 예쁨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