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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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나의 어여쁜 차 마티즈를 끌고 광릉수목원에 다녀왔다. 키가지고 나와서, 어딜갈까, 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므로 가까운 데를 찾다, 그리로 향했다. 여행을 가고 싶었다, 어디든지. 삶 만큼 쓸쓸한 여행이 있으랴 마는 그 여행에서 나중나오리라 기대했던 이가 나오지 않을 때, 우리는 다시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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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상 떠나려는데 누군가가 있었으면 했다. 혼자서 가는 길이란, 어차피 길과 길의 끝에 있는 나를 확인하려는 작업이겠지만, 나와 비슷한 크기의 십자가를 지고 있는 동지가 있다면 더 좋겠지, 나를 이해하는 동지 말야. 그래서 남구 한테 전화를 했다. 은애는 전화를 받지 않고. 상연이 없는 형진이를 데리고 갔다. (그래서, 상연이 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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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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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분다/살아야겠다. 휘트먼의 시구가 내내 귓속을 맴도는 하루였다. 사람과 사람들, 차와 차들이 북적대는 비오는 서울을 벗어나면서, 정말 자그마한 공간만 있으면 사람들이 집을 짓고 그 안에서 아이를 낳고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 뻥튀기를 파는 아줌마와 아저씨를 보면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옳은 것인지, 바른 것인지에 대해 너무 오랫동안 고민했다는 생각이 든다. 삶은 그냥 내버려둬도 충분히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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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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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되돌아오는 길은 얄팍한 상념들로 인해 마치 뫼비우스 띠 같았다. 아름다운 숲 사이에 사철탕 간판을 보며 시위 할 때가 생각났다. 그 악다구니 속에서 흰 마스크를 팔던 장사치의 억척스러움. 그러나, 이러한 부조화가 그리 보기 싫지 많은 아닌 건 내가 너무 나를 내동댕이 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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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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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이 반가웠다. 상계동 철거민들(지금은 없지만), 포장마차의 더러운 오뎅국물, 미아리와 청량리의 창녀들, 무교동의 매운 낙지, 인사동 싸디싼 막걸리집, 토요일 오후의 꽉 막힌 한남대교, 월곡동 산동네....그리고, 헌재, 대법원, 벤쳐의 테헤란로, 욕망의 통조림 공장 압구정동, 구기동, 성북동, 평창동, 청와대가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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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춘화를 보듯 훔쳐 보던 서울.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낸다던 할머니의 말씀을 떠올려보니, 나는 서울로 유배된 망아지였다. 장정일의 말대로 서울은 매춘부이지만, 그 얼마나 정이 들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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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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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을 이길 수 있는 독은 없는 것 같다. 내 지루한 청춘을 의탁하고 있는 이곳의 간판들이 낯익기 시작하면서, 나는 내 자신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이젠 보고 싶은 매춘부가 되어버린 결코 아름답지 않은 이 거리. 서울, 내 치사한 그리움의 보통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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