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스포츠에서 빠른 속도가 우승의 필요 요건이듯 영국 해군, 범선 기동력 앞세워 무적함대 스페인 격파 오락가락하는 장맛비가 그치면 산과 계곡, 강과 바다에서 다양한 스포츠를 즐긴다. 한 사람 또는 두 사람 이상 노를 젓거나 물 위를 질주할 때 물보라는 보는 이의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노를 저을 때 팀워크와 몸이 균형이 필요하다. ● 솔연과 파부침주 손자병법 제11편 九地(구지)는 속도와 승리에 대한 확신과 더불어 인화와 결연한 의지를 강조한다. ‘善用兵者(선용병자)는 譬如率然(비여솔연)이니 率然者(솔연자)는 常山之蛇也(상산지사야)라. 擊其首則尾至(격기수즉미지)요 擊其尾則首至(격기미즉수지)요 擊其中則首尾俱至(격기중즉수미구지)니라’다. 이것은 군대를 잘 운용하는 장수는 부대를 솔연처럼 만든다. 솔연은 常山(상산)에 사는 뱀의 이름이다. 그 머리를 때리면 꼬리가 달려들고, 꼬리를 때리면 머리가 달려든다. 몸통을 때리면 머리와 꼬리가 함께 달려든다. 그리고 ‘帥與之深入諸侯之地(수여지심입제후지지)하야 而發其機(이발기기)를 焚舟破釜(분주파부)하야’가 있다. 이것은 ‘장수는 병사들을 한 번 적진에 깊이 들어갈 때는 활을 떠난 화살처럼 만들어야 한다. 타고 온 배를 불태우고 밥을 해 먹을 솥을 깨뜨려’라는 뜻이다. 焚은 불태우다, 破는 깨뜨리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焚舟破釜는 초나라 항우가 破釜沈舟(파부침주 : 솥을 깨뜨리고 배를 침몰시킨다)로 인용됐다. 그리고 36계 중 28계 上屋抽梯(상옥추제 : 높은 곳에 올려놓고 사다리를 치워라) 전술로도 표현됐다. 背水(배수)의 陣(진)으로 결연한 의지를 뜻한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카누와 수상스키 등에 필요한 요건이다. ● 카누·카약과 수상스키 원시시대부터 인류가 물을 건널 때 통나무와 뗏목을 사용하다가 가운데를 파낸 배를 사용했다. 카누(canoe)는 캐나다와 미국 땅에 살았던 인디언들이 연락이나 사냥을 위해 자작나무로 만들어 사용했다. 카누는 한쪽에만 날이 달린 노로 배를 저어 나간다. 현대적인 카누는 1865년 영국의 존 맥거리거가 1인용 에스키모 카약으로 유럽과 북아프리카 강과 연안을 여행하면서 널리 보급됐다. 가벼우면서 짐과 장비를 많이 적재하고, 늪지대 같은 수로를 무동력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카약(kayak)은 양쪽 모두에 날이 달린 노를 사용한다. 에스키모인들이 시베리아와 베링해, 그린란드 일대에서 다양한 형태로 사용했다. 사냥과 이동을 위해 짐승의 가죽과 뼈로 만들었다. 배의 상부가 덮여 있어 물이 배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1인승·2인승·4인승이 있다. 수상스키는 두 발에 스키를 신은 다음 모터보트에 맨 줄을 잡고 물 위를 활주한다. 1920년대 미국에서 판자에 두 발을 올려놓고 타기 시작했다. 한 쌍의 더블 스키, 외발의 슬라롬(slalom), 트릭(trick) 스키가 있다. 그리고 모터(동력)의 힘으로 물 위를 쏜살같이 달릴 수 있는 오토바이 제트스키가 있다. 이처럼 물을 정복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계속됐다. 영국 해군 또한 기동력이 우수한 범선을 만들어 무적함대 스페인을 격파했다. ● 칼레해전과 컬버린 포 1588년, 작은 섬나라 영국 다윗과 대제국 스페인 골리앗 사이에서 벌어진 전투다. 영국 해군이 전함에 대포를 장착해 적함을 화력으로 격파시킨 최초의 해전이다. 헨리 8세는 무장상선 카라크에 대포를 화물 갑판에 줄지어 부착하고 건현에 구멍을 뚫게 했다. 이로써 영국의 배는 뱃전에 대포를 장착한 최초의 배가 됐다. 그리고 선체를 유선형으로 바꿔 공격력과 기동력이 뛰어난 범선 갈레온(galleon)을 건조했다. 스페인 함대는 단거리에서 적 함대를 포격한 후 쇠갈고리로 적선을 끌어당겨 백병전을 벌였다. 따라서 사정거리가 짧고 무거운 대포 40문을 함선에 부착했다. 반면 영국은 근거리 접전을 피하고 화력으로 적함을 침몰시켰다. 사정거리가 길고 가벼운 포탄을 사용하는 컬버린 포 153문이 있었다. 레판토 해전(1571년) 이후 승승장구(乘勝長驅)하던 무적함대는 영국에 대파당했다. 이후 해전의 양상이 배의 측면을 공격하는 충각전술은 현측 포격전으로 대치됐고, 함대의 진형은 횡렬진에서 종렬진으로 바뀌었다. 이로부터 약 250년 동안 대포로 무장한 군함이 해양을 지배하게 된다. 영국의 승리는 태양이 지지 않는 강력한 국가로 부상한다. <오홍국 군사편찬연구소 연구관·정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