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있음
이영석 신부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아내를 맞아들였다.
요셉은 잠을 자다 꿈 속에서 주님의 천사를 만납니다.
잠은 종종 신과 대면하기 위해 다른 차원의 세계로 들어가는 행위를 뜻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나는 배의 맨 아래에서 깊은 잠에 빠지고, 엘리야는 동굴에서 잠결에 주님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그런데 잠은 ‘깨어 있음’의 반대이기도 합니다.
저녁에 잠을 자지 않고 깨어 있는 것이 깨어 있음이 아닙니다.
잠잘 때 푹 자야 깨어 있을 때 깨어 있을 수 있으니까요.
깨어 있음은 어두운 길을 정처 없이 걷는 우리 삶을 비추는 등불입니다.
힘든 세상에서 진실하고 향기롭게 살도록 돕는 벗입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비추는 햇살입니다.
생각에서 나와야 생각에 빠진 내가 보이고, 감정에서 나와야 감정에 사로잡힌 내가 보이니까요.
요셉은 의롭고 선한 사람이었지만 잠시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빠져 있었습니다.
약혼자 마리아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고, 이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서 눈을 감고 잠을 잡니다.
천사의 도움으로 요셉이 잠에서 깨어났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서 나왔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그 모든 상황이 하느님의 약속, 곧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는 말씀을 온전히 이해했다는 의미입니다.
* 우리에게 일어나는 말도 안 되는 일 속에서 하느님의 구원 계획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는 지혜 주시길 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