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르노 마스터와 렉스턴 스포츠 칸을 시승했다. 목적지로 이동하기 위해 시승차를 몰고 고속도로와 국도를 이용해 달렸다. 그때 함께 동승한 기자가 있었는데, 동승자를 바꿔 운전할 때 이 동승자는 1차로로 계속 달렸다. 나중에 내가 다시 운전할 때 ‘지정차로제가 있어서, 트럭은 1차로로 달리면 안된다’고 얘기하자, 몰랐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명색이 자동차 기자인데 지정차로 법규를 모르다니. 다른 기자들에게도 물어보니 반 정도는 잘 모르는 것 같았다. 하기사 자동차 기자라 해도 승용모델위주로 보는지라, 평소에 화물차를 운전할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어느정도는 이해가 되었다. 그렇지만 렉스턴 스포츠는 작년 한해 4만대 이상 팔렸고, 올해 렉스턴 스포츠 칸이 출시되면서 픽업트럭의 숫자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내가 화물차를 운전하지 않더라도 정확하게 알고 또 바르게 알려줄 수 있는 지식기반이 필요한 것이다.
일반 사람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주변인들에게도 물어봤다. 운전하는 사람 대부분이 어렴풋하게 알고는 있지만, 지키는 사람은 손에 꼽는다. 작년 12월, 지정차로제가 개정될 때도 많은 매체에서 홍보가 이루어 졌다. 사실 기자 본인도 고속도로에선 추월차로, 화물차는 우측 차로 이용 같이 간략한 내용만 알고 있으므로 남에게 뭐라고 얘기할 위치는 안된다. 일부 사람들은 잘 숙지하고 있겠지만, 기자를 포함해 아직 정확한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도 꽤 있는 만큼 지정차로제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렉스턴 스포츠 기사와 각종 커뮤니티 댓글창에서 지정차로제와 관련한 글을 찾기 쉬웠다. ‘차량 멋지다, 사야겠다’ 라고 하는 글과 함께, 화물차는 제발 좀 1차로로 다니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글들이 수두룩하다. 또 어딘가를 찾아보면 국도는 추월차선이 없고, 어느 글에는 국도에서는 지정차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무척 헷갈렸다.
도로교통법을 찾아보니 벌점과 범칙금도 있다. 승용과 4톤 이하 화물차는 범칙금 4만원, 승합차와 4톤 초과 화물차, 특수자동차, 건설기계는 5만원이나 된다. 둘 다 10점의 벌점이 부과된다. 찾아보니, 만일 벌점이 40점 이상이 되면 면허가 정지되고, 40점 미만일 경우, 부과일로부터 1년이 지나면 사라진다. 단, 더하고 빠진 벌점의 누적 점수가 1년에 121점 이상이 될 경우 면허가 취소된다. 정말 무시무시하다.
‘지정차로제는 도로의 효율성을 높이고, 원할한 소통을 위해 정해진 규칙’이라고 되어있다. 쉽게 말해, 느린 차가 좌측 차로를 이용하여 빠른 차의 통행을 막지 않도록 고려한 것이다. 그 빠르고 느린 차에 기준은 차량의 성능, 그리고 차량 제원에 따라 차로별 통행할 수 있는 차종(승용, 승합, 화물, 특수)을 지정했다.
12월 18일 공포된 개정안은 예전처럼 세세하게 차로를 구분하지 않고, 차로를 반으로 나눠 왼쪽, 오른쪽 차로로 구분한다. 홀수 차로의 경우 가운데 차로는 오른쪽 차로로 구분한다. 알다시피, 고속도로에서 1차로는 추월 차로이다. 그래서 추월차로를 뺀 나머치 차로를 가지고 왼쪽 오른쪽을 구분한다. 예를 들어 3차로 고속도로에서 1차로는 추월차로, 나머지 2차로를 반으로 나눠 왼쪽인 2차로가 승용, 중소형 승합차량, 오른쪽인 3차로는 나머지 버스를 비롯한 대형차량의 주행로이다. 2차로 고속도로는 추월차로인 1차로를 빼면 2차로만 남는다. 그래서 2차로인 중앙고속도로에서 모든 차들이 달리는 것이 맞지만, 실상은 옆 트럭과 속도를 맞춰 달리는 승용차로 인해 그 뒤로 1차로에 차가 가득하다. 추월하지 않을 때는 추월차선을 피해 2차로를 달려주면 빠른 차는 먼저 가고, 다른 차들은 서로 속도에 맞춰 훨씬 짧은 시간에 이동할텐데 무척 아쉬웠다.
도로에는 버스전용차로, 자전거 전용차로, 다인승전용차로 등 특정 차량만 이용가능한 도로가 있다. 만일 경부고속도로처럼 1차로에 버스전용차로가 적용될 경우, 2차로는 추월차로가 된다. 만일 고속도로에서 정체로 인해 차량이 늘어나 주행속도가 80km/h 미만이 될 경우에는 추월차로도 주행할 수 있도록 했다.
가끔 고속도로를 지나다 보면 ‘1.5톤 이상, 90km/h제한속도’ 라는 표지판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차량 최대중량이 아닌 적재중량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화물차의 경우 차량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의 무게인 적재중량이 1.5톤을 기준으로 그 미만이면 3차선 이상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는 추월차로인 1차선을 제외한 나머지 차선에서 달릴 수 있다. 만일 적재중량이 1.5톤을 초과한다면 가장 오른쪽 끝 차선에서만 달릴 수 있다.
제한속도 역시 적재중량 1.5톤 이상 차량은 승용차가 100km/h인 고속도로에서 특수자동차, 위험물운반자동차, 건설기계등과 같은 80km/h로 하향 조정된다. 경찰청장이 인정 고시한 구간의 경우 승용차량의 최대속도가 120km/h까지, 위에서 언급한 대형 화물, 특수, 위험, 건설기계 등은 90km/h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렉스턴 스포츠의 경우도 소형 화물차로 분류되는 만큼, 지정차로를 지켜야 한다. 3개 차로의 고속도로에서는 3차로에서 주행하고, 상위 차로인 2차로를 이용해서 추월해야 한다.
국도는 추월차로가 따로 없지만, 지정차로 규칙은 그대로다. 단, 내 차가 제한속도 이하로 서행하는 상태에서, 뒷 차가 빠르게 접근할 경우 하위차로로 양보해야 할 의무가 있다. 3차로 도로의 2차로에서 서행하는 중이라면 2차로 뒤쪽에서 정상속도로 접근하는 차를 위해 하위차선으로 비켜줘야 한다. 그러면, 승용 차량이 정상속도로 주행 중, 제한속도를 넘어서는 과속차량이 접근한다면 비켜줘야 할까? 이 경우에는 법규 위반차량이므로 굳이 하위차로로 비키지 않아도 된다.
면허 취득할 때 배웠었지만, 잘 실천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왼쪽으로 추월하기(우측 추월 금지), 정지선 지키기, 보행자가 있으면 멈추기, 실선에서 차로변경 금지, 안전지대 침범 금지이다. 사실 지정차로제는 1차선에 대형 화물차가 느리게 가는 경우, 우측추월 금지 조항을 어기지 않고는 추월 할 수 없는 것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실제로도 2차선인 중앙고속도로에서는 화물트럭이 2차선의 화물 트럭을 추월하기 위해 1차선에서 낑낑대는 2분가량은 그냥 줄줄이 뒤쪽으로 차가 막히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다. 기자 본인도 갓 운전을 시작한 초창기에는 지정차로나 추월차로에 대한 인식 없이 고속도로 1차로에서 아무렇게나 주행했었다. 반성한다. 독일의 아우토반이 속도 무제한임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도로로 꼽히는 것은 지정차로제와 우측 추월금지가 절대적으로 지켜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사방으로 고속화 국도와 고속도로가 연결되었다. 이런 도로에서 불편없이 편안하게 여행을 즐기려면, 우리 모두가 지정차로제를 잘 이해하고 지켜야 한다. 운전자들의 인식 개선이, 선진 도로교통 문화로 발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