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오랜 염원 체육대회 우승... 올 체육대회는 어느 때 보다 기대된다. 내가 1학년 갓 입학할 당시 나는 아무것도 즐거운 것이 없었다. 학번들과의 서먹한 관계 내키지 않는 공부. 엔터테인먼트의 부재(그런 것을 생각하면 지금은 얼마나 행복한 나날인가?) 아무튼 난 대학의 어떠한 낭만도 찾을 수 없었다.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는 별로 하지 않았지만 그건 너무나도 실망이었다. 나는 아침 11시에도 수업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향했고 외박은 더더군다나 하지 않았다(아무도 안 믿겠지만 그때 나는 술을 쳐 먹지 않았다.) 아무튼 그러한 나날 속에서 오로지 기다리지는 날.. 그것은 체육대회... 4월 24일이었던가? 아무튼 나는 그 날만을 기다리며 그렇게 살았다. 당시 회장직에 계셨던 존경하는 한양신 회장님에게 하루에도 수십번씩 체육대회가 언제냐고 물어보았다. 그때마다 회장님은 실은 내색 한번 하지 않고 나에게 아직 잘 모른다고 하였다. 과장 안 하고 50번도 더 물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이상했다. 체육대회에 임하는 자세들이 너무 이상한 점이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 거의 우승과 준우승을 넘나들던 나는 우리과의 분위기에 적응을 할 수 없었다. 선배들의 대부분은 자꾸 우리과는 원래 그랬으니까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하였다. 아무도 이기려는 마음은 가지지 않고 꼴찌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하였다. 나는 정말 가슴이 아팠다. 우리과에 실망 아닌 실망도 하였다. 결국 선배들의 말이 씨가 되어 우리는 22개 과 중에서 19등을 하게 되었다. 선배들은 10위권 안에 들어서 너무너무 좋아했다. 난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 모르겠다. 이상하리 만치 좋아했다.
내가 2학년이 되었을 때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농구만 한 번 이겼을 뿐 단 한번도 예선을 통과해 본 적이 없다. 매일 이기고 있는 경기를 역전 당하고 야구는 콜드로 지구(그것도 일사과에게) 정말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때 우리과의 의식이 바뀌어졌다. 모두들 경기에 진 것을 비통해 했고 우리는 다음 해를 기약했다. 다음해에는 정말 잘 하자구...
3학년 때는 정말 체육대회의 황금기였다. 예비역의 가세와 처 넣어의 결성으로 체육대회를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매일 매일 농구를 하고 체력을 보강하구 체육대회가 오기 직전에는 정말 열심히 연습을 하였다. 그런데 비가 와서 체육대회를 완전히 망쳐 버렸다 정말 죽고싶었다.
이제 나는 4학년이 되었다. 마지막 체육대회를 맞으며 한시도 감정을 흐트린 적이 없다. 오로지 그 날만을 위해... 이번을 위해서 나는 3년을 준비한 거 같다.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니고 헬스를 다니고 아침마다 뜀박질을 해 대고 저녁 때 마다 대아아파트로 넘어가는 공대를 단숨에 뛰어 가고 과실 앞에서 점프를 하고....... 그리고 올해는 정말로 우승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막연한 생각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상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 우승을 이끌 수 있는 요인을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1. 농구 우승의 가능성 - 우리는 작년의 농구 대회를 통해서 농구 우승의 가능성을 높여 왔다. 특히 체육대회 때는 체육교육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한층 더 우승의 가능성이 높아져 가고 있다. 정백당이 군대에 간 점이 걸리긴 하지만 메꿀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2. 운동을 좋아하는 여인들의 대거 등장 - 운동을 좋아하는 여인들이 많이 있다는 점이 너무나 큰 도움이 된다. 모든 운동의 달인 전영주를 비롯한 메직 슈즈의 윤은해 엇박자 안수영 어그리 황미영... 등등 이들은 우리 때와는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 1학년 때 연습을 하면 연습하러 온 건지 인상쓰러 온 건지 모를 정도로 인상을 찌푸렸다. 이름은 밝히지 않겠지만 정말 인상이 장난 아니었다. 죽는 줄 알았다.
3. 전영은의 복학 - 전영은의 복학은 정말 큰 힘이다. 전영은은 모든 운동을 소화하면서 팀을 이끈다. 특히 그는 한 차례의 경험을 가지고 있음으로 운동을 좋아하는 여인들과 호흡을 맞추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가공할만한 수비범위의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가 있기에 우승이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요인으로 인해 조심스레 체육대회 우승을 점쳐 본다. 하지만 우리는 우승의 그 날까지 한시도 마음을 흐트러 트리면 안 될 것이다. 우승을 위해서 해야할 과제는 다음에 적도록 하겠다. 나의 작은 소망이 있다면 그것은 체육대회 때 코트에서 쓰러지는 것이다. 우승의 그 날을 위해여 모두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