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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이용석 편집장]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의 편의시설 인증제도인 ‘BF 인증’제도가 사후관리 미흡으로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보건복지위원회)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BF 인증을 받은 시설들의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창고로 쓰이거나 출입구에 단차가 설치되는 등 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는 사례가 많았다고 밝혔다.
BF 인증기관에서 해마다 사후관리를 진행하고 있어도 인력에 한계가 있어 모든 시설에 대해 사후관리를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인데, 실제로 BF 인증기관인 한국장애인개발원의 경우 20명이 채 되지 않는 인력이 2021년에 540건의 인증 심사와 537건의 사후관리를 실시하는 등 업무 부담이 매우 큰 실정이라는 것이다.
▲BF 인증 후 장애인 편의시설들이 다른 용도로 쓰이거나 적치물로 인해 장애인 등이 이용할 수 없다. 왼쪽 사진은 창고로 쓰이는 장애인 화장실, 오른쪽 사진은 시각장애인용 촉지도 앞에 적치물이 쌓여 있어 접근이 불가능하다. ⓒ 인제근 의원실 제공
또한 BF 인증 회피 문제도 지적되었다. BF 인증절차는 예비인증과 본인증으로 나뉘는데, 예비인증은 설계도면 토대로 심사해 통과되면 시설물 공사가 끝난 후 현장 심사를 통해 본인증을 받을 수 있다. 2021년 6월 기준 BF 인증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시설은 6,270개이지만, 본인증뿐 아니라 예비인증조차도 받지 않은 시설이 1,527개로 전체의 24%에 달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예비인증은 받았지만 본인증을 교부받지 못한 시설까지 하면 그 비율은 40%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예비인증 당시 제출한 도면대로 시공하지 않은 시설이 포함된다.
문제는 BF 인증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되는 이 40%는 인증을 받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다보니 그대로 방치된다는 것이다. 지난 2021년 12월부터는 관련 법이 개정되어 인증의무 및 유효기간 연장 의무를 위반한 시설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되었지만, 법 시행 이후인 작년 12월부터 신축된 시설에만 적용되다 보니 시공 완료된 시설은 해당되지 않는다.
사실상 ‘BF 인증제’는 시간과 절차, 비용을 들여 법을 준수하는 사람만 골탕을 먹는 제도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장애계의 한 관계자는 더인디고와의 전화 통화에서 기왕에 이 문제는 꾸준히 문제점이 제기되어 왔던 사안이라면서, “정책이 있지만 정작 장애인 등은 제도의 효과를 볼 수 없는 ‘전형적인 행정중심 제도’라고 지적했다. “인증제의 장점은 표준화된 체계를 일률적으로 적용한다는 행정적 장점이 있지만, 대상시설을 한정해 장애인의 이동권을 제한하는 법적 명분을 주기도 한다. 또한 사후관리가 엉망인 문제는 과태료 부과나 시정명령으로 원상복구를 해야 하지만, 그 사례조차 극히 드물었다”면서, BF인증 관리부처의 일원화, 과태료나 시정명령 등을 통해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BF 인증이 제대로 지켜지게 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과태료 부과 등이 이뤄져야 하며, BF 인증을 받은 시설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등의 유인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인증 이후 모두 시설에 대한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인재근 의원은 “의무적으로 BF 인증을 받아야 하는 시설이나 인증이 취소된 시설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어 장애인, 노약자 등의 이용이 힘든 공공시설이 많다.”고 지적하며 “과태료 부과와 함께 BF 인증을 받은 시설에 인센티브를 적용하고, BF 인증기관의 인력을 확충하여 이 인증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BF 인증은 2008년 7월부터 보건복지부와 국토해양부의 공동 지침으로 시행되었다. 「교통약자법」과 「장애인등편의법」을 법적 근거로 두고 운영되며, 2015년 7월부터는 국가 또는 지자체에서 신축하는 공공시설과 공중이용시설은 의무적으로 BF 인증을 받아야 한다.
BF 인증 및 사후관리는 현재 한국장애인개발원,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한국생산성본부인증원, 한국부동산원, 한국교육녹색환경연구원, 한국환경건축연구원, 한국건물에너지기술원으로 총 8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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