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국민학교 다닐 때 보자기에 책과 공책을 싸서 등에 둘러메고 다녔다.
사내 아이들은 책 보따리를 어깨에서 옆구리로 비스듬하게 메고 계집아이들은
허리에 수평으로 메었다. 학교에 갈 때나 수업을 마친 하교길은 동네친구들과
함께 치돗길을 고무신으로 돌멩이를 차거나 길가에 줄지어 선 버드나무에 올라가
가지를 꺾어 버들피리를 만들어 불고 다녔다. 비가 올 땐 비닐 우산도 없어 대나무로
만든 삿갓을 쓰고 다니기도 하고 어떤 아이들은 짚으로 만든 우장을 입고 다니기도
하였다.
중.고등학교에 다닐 적엔 학원에 배우러 가기도 하고 혼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학교 도서관에 남아서 공부를 하였다. 졸업한 학생이나 사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은
책을 싸들고 절에 들어가 머리를 싸매기도 하였다. 사설 독서실도 생겨 집중력을
높이는 곳도 있었다. 그런데 도서관이나 독서실에 공부하러 오는 학생들 가운데도
남의 물건을 훔쳐가는 도둑질을 하는 친구들도 있어 책이나 사전류 그외 지갑 같은
귀중품을 도둑맞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최근에는 학생들이 공부하러 가는 곳이 도서관이나 독서실이 아니라 카페로 바뀌었다.
커피나 음료수 하나 시켜 놓고 창가에 앉아 책은 폼으로 펴 놓고 스마트폰이나 만지작
거린다. 오늘 아침 신문기사에 일본에서도 카공족들 때문에 카페가 줄도산한다고 한다.
커피 한잔 시켜 놓고 하루 종일 앉아 있으니 카페주인은 손님을 받을 수 없어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단다. 어릴 때부터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마라'는 일본인들의 가정교육도
유행 앞에서는 맥을 못추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