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친구따라 강남간다는 라는 말이 있습니다.
會心(회심)의 정다운 벗을 만나면 불원천리 강남인들 어찌
주저할 수 있으리오 란 말일 것입니다.
인생에서 우정처럼 아름답고 소중한 인연이 이 세상 또 어디 있을까요
남녀의 사랑은 날이 갈수록 식어버리기 십상이고
아무리 곱고 예쁜 미인도 석 달만 보면 평범해진다고 합니다.
그러나 친구는 어떻습니까?
오래 사귈수록 두텁게 쌓이는 우정은 흡사 부뚜막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서서히 달아 오르는 구들장처럼 데워져 쉽사리 식을줄 모르는 우정!!
그래서 친구와 장은 오래 묵을수록 좋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성간의 사랑은 일순간 영원히 정이 드는 수도 있으나
우정은 이성간의 사랑처럼 일순간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가지가 뻗쳐 꽃을 피우는
한 그루의 나무처럼 니이테가 자라나는 법이지요.
論語(논어)에는 모두 10권의 20편에 500개의 문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 벽두의 첫 문장이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유붕자원방래불역락호)
라 하였습니다.
-친구가 먼데서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라는 뜻으로 시작되는걸 보면 친구가 우리네 인생에 있어 얼마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를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다정한 친구가 어느날 갑짜기 찾아와
오랫만에 술자리를 베풀고 격의없는 정담을 나누는 즐거움을
한 번 상상이나 해보십시오.
이성간의 상봉이 제아무리 애틋하고 반갑다 할지라도
이 보다 더 흐뭇함은 없을 것입니다.
흉금을 털어놓고 지낼만한 친구 하나 없다면 얼마나 인생이 외롭고
쓸쓸할지 생각조차 하기 싫을 만큼 불행한 일일 것입니다.
더구나 나이 들어 홀로된 노년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렇듯 우리네 인생에 있어 친구처럼 좋은 것이 없고
우정처럼 아름다운 것은 없습니다.
벗이라는 友자는 두 친구가 서로 만나 손을 맞잡은 모습을
상형화한 문자입니다.
공자의 수제자인 曾子(증자)는 논어에서 君子以友文會友以友輔仁
(군자이문회우이우보인)이라 했습니다.
즉 군자는 文으롯써 친구를 만나고 우정으로써 仁을 돕는다는 뜻으로
친구는 학문이나 글을 가지고 서로 만나 친해저야 한다는 말입니다.
문론 세상에는 술친구도 있고 취미를 같이 하는 친구도 있으며
장삿속으로 이해관계를 돕는 친구도 있습니다.
그러나 글과 학문을 통해서 서로 만나는 친구야말로
값진 보배라 이를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文은 詩書藝樂을 의미합니다)
또 그러한 친구를 만나야 서로 切磋琢磨(절차탁마)하면서
우정을 돈독히 키우는 바람직한 일일 것입니다.
동창생의 모임에 以文會니 輔仁會니 하는 명칭도 모두 논어편
증자의 글에서 비롯된 것이라 합니다.
이처럼 우정이야말로 우리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가치이며
귀중한 보배입니다.
저마다 이해타산으로 친구를 사귀고 때로는 배신도 서슴치않는
각박하고 살벌한 세상이지만 안보면 보고 싶고 보면 언제나 정다운 친구,
흉금을 털어 놓고 허심탄회이 肝膽相照(간담상조)할 수 있는
막역한 친구 하나쯤 둘 수 있다면 이 세상은 아직도 살아볼만한
세상은 아닐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