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어린이날이었다.
산소도 둘러 볼 겸 엉개잎을 따러 고향에 갔다.
엉개맛을 아는 사람은 그 맛의 유혹을 잊지 못한다. 4월 하순이 적기이나 때를 놓쳐 혹시나 하며 일치감치 도착하여
제세상 만나 활개치는 잡초들을 대충 뽑아내고 좀 억새진 엉개잎을 거의 다 딸 때 쯤 전화가 왔다.
성당마치고 마트에 왔는데 엉개가 먹을 만 하면 채소는 안살려고 하는데 상태가 어떤지 묻는다.
좀 늦었지만 먹을만 하다고 대꾸하고 경주에 온 김에 고향친구 누구와 점심 먹고 오후에 귀촌한 친구농장에
들렸다 가겠다고 한 게 화근의 발단이었다.
자기는 휴일만 되면 희희호호 친구만나서 즐길 것 다 즐기고 나는 일요일 마다 맨날 빨래야 대청소에 일주일 꺼리 반찬
준비한다고 골몰해야 하는 신세가 그만 처량해지기 시작한 모양이다.
집사람은 손금이 2중감정선이라 욱하는 감정이 치밀어 오를 때면 세상이 온통 무너지는 것 같았다가 금방 멜랑꼬리되고
하는 변덕이 남다른 데가 있다.
이럴 때 수다를 같이 떨면서 깔깔 거리며 노닥거리면 모든 스트래스가 만회 되련만은 지란지교는 아니어도 하다못해
수다친구도 하나 없다.
고향친구는 일치감치 소식이 두절된 상태이고, 여학교 친구들은 꼴보기 싫은 년은 꼴보기 싫어 안되고.
가끈했던 친구들 중에는 노추를 들어내서 정나미 떨어지고, 주부대학이나 사회친구 특히나 자주 만나는 카페친구들은
스타일이 맞지 않고, 이거는 여기가 안맞고 저거는 저기가 안맞고, 구질해서 싫고 얄미워서 싫고 그래서 모두가 맞지 않는
친구뿐이다.
나랑 통화가 끝나자 내팔자는 왜이런지 한탄하기 시작한 모양이다. 급기야 북받혀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그날이 어린이날인 줄도 잊고 세딸들과의 단톡방에 신세한탄을 하기 시작한 게 사태가 증폭되어 갔는 모양이다.
드디어 질질 짜면서 전화질을 해대는 바람에 어린이날 산통을 다 깨어놓고, 급기야 딸들끼리 전쟁이 붙어 단톡방은 깨어지고
불똥은 내게 옮겨붙었다.
아빠는 엄마가 불쌍하지도 않나 엄마 좀 잘 해주면 안되느냐고 발발이 카톡이 온다.
낌새가 수상하여 오후에 가보기로 한 귀촌친구는 뒷날로 미루고 급거 귀가하니 얼마나 울었는지 벌겋게 된 눈에 눈물을 질질
흘리며 우리 이제 살만큼 살았고 당신에게 할만큼 했으니 나도 이제 속박의 굴레를 벗어나 훨훨 자유롭게 살고 싶으니
이혼은 안하더라도 졸혼하여 각자 살잖다.
나 왈, 당신은 나랑 떨어져 살면 일년안에 죽는다. 토.일요일 중 하루는 당신위해 살테니 함 믿어보라고 큰소리쳐서 겨우 수습되었다.
지난 일요일 마눌을 픽업하고 우리회사 현장사무실 옆 텃밭에 도착했다. 봄부터 짬짬이 밭을 일구어 놓았는데 고추 가지 오이
상추 쑥갓 토마토 호박 케일 양배추 모종을 심었다.
고추는 땡초 오이고추 아삭고추 일반고추 꽈리고추 피망 등 100평 남짓 된 텃밭에 원없이 심었다.
집사람은 시골출신이라 답답한 도회를 벗어나 농사나 지으며 전원생활해보기를 노래처럼 했다.
말이 그렇지 1년만 지나면 지겹고 불편해서 못산다고 해도 듣지 않았다. 죽어봐야 지옥을 안다고 하잖은가.
오늘은 질금질금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불원천리하고 텃밭으로 고고싱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고구마와 열무를 심었다. 싸온 도시락 밥이 부족하여 라면을 추가해서 점심을 떼웠다.
물론 졸혼이야기는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텃밭이름을 졸혼텃밭이라 지어야 할지 더 지켜봐야겠다.
장마가 오면 풀 잡는게 장난이 아닐텐데 지켜볼 일이다.
비오는 날 농부의 폼입니다. 마스크에 콧구멍까지 내고 무장단체 테러범 같습니다
첫댓글 세상살이라는게 늘 지지고 볶고 법석떨고
그러며 사는거지요‥
그렁기요?
방장님 !
ㅎㅎ 마나님 차림새를 보아하니
워낭님의 고충(?)을 이해할 둣 합니다.
예사 성미는 아닐 듯합니다.
농부꼴을 보면요
안전모에 수건 마스크 궁디방석 고무장갑 우의
장화로 완전무장 했이요
이래가지고 제대로 농사지을런지 몰라요
ㅎㅎㅎㅎ
구멍낸 저 마스크 디자인~~ㅋㅋㅋ
돼지방에서 단체로 주문해야겠어요
졸혼텃밭
나도 갖고싶다~~~~~~~~ㅎㅎ
특허출원깜이지요?
졸혼 텃밭이라도 갖고있는 워낭님은 얼마나 좋을까
오도 가도 머물 곳이 없는 나는 그저 '죽었소' 꼬리 착 내리고
못들은 척
중개사님은 모범생이더만요
워낭님~~엉개라는걸 처음듣는데....맛이좋은가요?
졸혼을막아내는 텃밭이 있으니 참다행입니다.ㅎ.
건강에도 좋고,졸혼도막아내고...ㅋ
텃밭이 일석2조입니다.
경상도에서는 집집마다 한그루씩 있어요
향도좋고 잎이넓어 쌈으로 먹기 좋아요
졸혼 저만치 갔네유.
행복한 일상입니다.
즐거운 아침이 되세요.
아직 속단은 금물입니다
변덕이 좀 심해요
재미있는 장면장면이 스크린처럼 지나가네요 ㅎㅎ 읽으면서 웃음 진아내게 해줘 감사
감사합니다
읽어봐주셔서
주말하루는 아내에게 할애하는게 마자요
우리집도 별반 차이가 없어서 주말약속은 엄두도 못냅니다.
그렇게 한일년 지나고보니 것도 괘않더라구요.
자꾸 떨어저 혼자사는 연습 해야한다고 그리 설득해도 다 필요 없다네요
당신만 같이 있어주면 된다고 우기는데 우얍니꺼?
그래서 모든약속은 주중에 잡고 주말 하루는 무조건 할애 하는중임다
명답입니다
감사합니다
ㅎㅎㅎ모습이 장난이 않입니다.ㅎㅎㅎ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9.05.20 12:24
^^ 이렇케 한세상 살아 가는거겠지요.
그러다 보면<그런시절이 그래도 행복한 시절이구나> 하고 생각이 날겁니다,
지당하고
옳으신 지적입니다
중년 여자들은
행복의 조건에 딸, 친구가 들어가는데...
그래도 텃밭에서 재미를 느끼시니 다행입니다.
일 하실 땐
면으로 된 몸빼바지에 챙 넓은 밀짚모자가 최고입니다.
친구가 없으니 어쩌겠어요
저라도 친구해줄밖에는요
자외선에 고운피부 망가지면 안된다며 썬크림과함께 챙넓은 모자 예쁜걸로 선물해보세요
립 서비스는 필수입니다
몰랐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