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랄 때는 보릿고개를 겪었다. 가뭄이 들거나 하면
보리가 필 무렵이면 양식이 달랑달랑 하였다. 끼니 한끼라도 늘리기 위해서
해가 짧은 겨울 점심때는 김치국밥이나 고구마를 삶아서 먹었다. 김이 무럭
무락 나는 갓 삶아낸 고구마와 허연 얼음 조각이 뚝뚝 떨어지는 동김치는
생각만 하여도 입에서 군침이 돌 정도로 맛이 있었다.
가끔은 별미로 가는 보리 딩겨를 반죽해 만든 개떡을 쪄 먹기도 했는데 초복이
지나고 나면 반죽에다 감을 썰어 넣고 사카린 몇조각을 풀어 달게 만들어 먹었다.
때로는 밀을 넣은 푸대를 어머니가 머리에 이고 십리나 떨어진 모실 방앗간까지
가서 빻아 밀가루를 만들어 와서 술빵을 만들어 주셨다. 술빵이란 밀가루를 반죽
하여 부풀게 하기 위해 술을 부었다. 개떡이나 술빵을 먹다가 어느날 날마디 장사
가 팔러온 카스테라를 어머니가 사 주셨는데 맛을 보니 이 세상의 맛이 아닌 천상의
맛으로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았다.
어제 저녁에 인천 사는 딸애가 초등학교에 다니는 남매를 데리고 차를 타고 내려왔다.
10월1일이 임시공휴일에다 3일 개천절로 가운데 하루만 쉬면 황금연휴이기 때문이다.
아이들한테는 내려오다 대전에 있는 박물관에 들려 학습을 하면 학교에 가지 않아도
출석으로 인정되는 모양이다. 대전에선 성심당에 들러 빵을 산다고 한시간이나 줄을
섰다고 한다. 한이틀전에는 대전 빵축제로 사람들이 몰려 나와 빵을 사는데 3시간이
기다렸다고 한다.
나도 그 전에 조달청 심사위원으로 출장을 가면 마치고 돌아올 때 대전역에 있는 성심당
빵집에서 빵을 사왔다. 빵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나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이
길게 줄 서서 빵을 사는 모습을 보고는 나도 사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런 성심당을 얼마전에 코레일이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월세1억 받던 것을 갑자기
4억으로 올리자 성심당이 반발하고 장관까지 나서서 무마하려고 하던차에 몇번 유찰되어
결국1억3천만원에 재계약하기로 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