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navigation)은 본래 영어다. 영어사전에는1.항해,2(차의 동승자에 의한)주행지시
3.해운,운송,4.비행 등으로 해석되고 있으며, 국어사전에는, '지도를 보여 주거나 지름길을
찾아주는 장치나 프로그램'으로 돼 있다. 지금은 대부분이 자동차용 길 안내 프로그램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것도 줄여서 '내비'라고 하고 있다.
요즘은 내비를 이용하면 잘 모르는 길이나 처음 가는 길도 목적지를 입력하면 바로 최단코스와
소요시간이 계산되어 나오므로 운전하기에 편리하다. 전에는 내비장치를 따로 구입하여
차량에 매립하거나 따로 설치하기도 하였으나 근래에는 스마트폰으로 다운로드 받아서 사용할 수
있어서 더욱 편리하다. 하지만 나는 멀리 나다니는 편이 아니므로 내비를 쓸 일이 별로 없다.
어젯밤 서울에 있는 둘째 딸 가족이 일과를 마치고 밤중에 차를 몰고 내려왔다. 아홉시 반에
강남에서 출발하여 새벽 1시 반에 도착하였다. 3일이 개천절로 공휴일인데다 장모 생일잔치를
4일에 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사위는 일이 바빠 4일에 출근을 해야하므로 하루도 쉬지 못하고
금일 저녁 9시20분 열차로 올라가기로 하였다. 식구들이 모여 저녁식사를 하고는 사위는 짐을 챙겨
나서고 둘째 딸아이는 차로 부산역까지 바래다 주기로 하였다. 딸아이는 내비가 있다며 혼자 갔다
오겠다는 것을 애비가 함께 갔다 오겠다며 따라 나섰다. 우리집에서 부산역까지는 광안대교를 타면
30분이면 족하나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한시간 전인 8시20분에 나선 것이다.
내비가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니 광안대로를 지나 신선대 부둣길로 안내를 하였다.적기 고가도로를
올라타고 부산역으로 가는 길에 도중에 아래로 빠지는 길과 직진 노선이 있는데 어두워서 표지판이 잘
보이지 않아 딸아이가 "아부지 직진할까요?"하고 묻길래 그러라고 대답을 하였다. 나도 부두 고가도로는
잘 다니지 않은 길이라 착각을 했던 것이다. 직진을 하고 나서 곧 바로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이었다. 계속 앞으로 가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다음 출구까지는 9Km나 되었다.
할 수없이 주례 출구까지 가서 차를 되돌려 와야만 했다. 9시20분까지 부산역까지 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다시 내비 목적지를 부산역으로 입력하니 9시10분에 부산역 도착으로 나왔다. 하지만 마음은 조금 불안했다.
수정터널을 지나 부산진으로 빠져 부산역 앞에 오니 9시10분이었다. 바로 횡단도로 앞에 차를 세워 뛰어 가게
하였다. 우리는 혹시 차를 놓치면 다시 태워 오려고 유턴해서 부산역 부근에서 전화가 오기를 기다렸다. 9시
20분이 되니 무사히 열차를 탔다고 전화가 왔다. 딸애와 나는 도시고속도로를 거쳐 집으로 돌아왔다.
동물들도 익숙한 길을 다닌다고 한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늘 다니던 길이 아니면 헷갈리기 쉽고 가끔 실수도
일어나기 쉽다. 지난 추석날에는 내비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던 차량들이 농로에 갇히는 일이 발생하여 몇시간이나
꼼찍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고속도로와 국도가 막히면서 평소 안내를 잘 하지 않던 농로로 한꺼번에 차량들이
몰리는 바람에 극심한 정체가 빚어졌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길 안내 시스템도 너무 믿으면 안된다. 인생의 기회도
미리 준비된 자에게만 다가온다. 한번 놓친 기회는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