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짓지 않을 때는 유해 조수에 의한 피해를 강건너 불로 바라보았었다.
새나 짐승의 개체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생태계가 회복된다는 좋은 징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오래 전 참새에 의한 벼 피해가 많을 농사짓는 친구들과 이 문제를 이야기하며 참새가 잡초씨를 먹고, 해충을 잡아먹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이익이 오히려 크다고 주장했었다.
멧돼지, 비둘기, 고라니, 까치 등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보도될 때마다 일부 피해는 자연과 생태계 회복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았다.
10여년 전부터 적은 규모의 터밭 가꾸기를 하면서부터 유해 조수에 의한 피해를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피해를 본 것이 콩밭이다.
고라니나 멧돼지 등에 의한 피해는 산에서 먼 곳이면 면힐 수 있지만 비둘기나 까치 등 새에 의한 피해는 산에서 먼 곳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결국 콩을 심을 때는 콩씨를 모를 붓고 망을 씌워서 발아시킨 후 모종을 해야 비둘기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비둘기는 콩이 싹틀 때 올라오는 떡잎을 먹어치워서 결국 콩싹을 잘라버리고 만다.
집 근처의 남의 밭을 빌려서 조금씩 농작물을 재배하다가 작년부터 내땅에 농사를 짓기 시작하였다.
400평 정도되는 땅 중에서 시간 관계로 150평 정도는 아내와 내가 농사를 짓고 나머지는 밭 이웃집과 그분 친구들 두분이 농사를
짓는다.
작년에는 고라니가 콩과 고구마 잎을 따먹었지만 그렇게 피해가 크지는 않았다.
옥수수를 수확하고 배추와 무를 심었는 데 고라니가 배추와 무를 먹기 시작하자 밭 옆의 민가에서 개를 묶어 놓아 고라니의
접근을 막아주어 배추와 무가 풍작을 이루었었다.
올해는 옥수수와 고구마와 땅콩을 심었다.
옥수수는 네접(400개)를 수확했고, 어제 그저께 수확한 땅콩는 한가마니가 조금 못되었다.
고구마는 300싹을 심었는 데 잘되면 150kg 이상을 수확하리라 기대했었다.
그런데 이 고구마가 어려서부터 수난을 겪었다.
고구마의 잎이 올라오기가 무섭게 고라니가 와서 잎을 잘라먹었다.
잎이 잘린 고구마는 잘 자라지를 않고 목숨만 붙어 있게 된다.
학교 터밭에 심은 고구마는 잎이 무성하여 땅이 보이지를 않는 데 산밑 밭에 심은 고구마는 초라하였다.
10여일 전 시험삼아 몇군데를 캐보니 그런대로 고구마가 달려서 자라고 있었다.
1주일 전 아내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왔다.
멧돼지가 와서 밭을 온통 헤집어 놓고 갔다고 이웃집에서 알려왔다는 것이다.
장농 면허로 운전을 못하는 아내가 버스를 두번이나 갈아타고 밭에를 갔다.
고구마 밭을 멧돼지가 모두 파헤쳤다는 것이다.
다른 분들이 심은 땅콩도 온통 파헤쳤다고 한다.
비가 와서 밭에를 가지 못하다가 추석 다음 날에 가보앗다.
고구마 밭은 아내가 먼저 정리를 하였고, 땅콩 밭도 남은 땅콩을 캐고 정리가 되어 멧돼지의 흔적은 찾기가 어려웠다.
우리 밭 왼편에 있는 서울 어느 교회의 장로님 밭은 멧돼지가 방문을 하였지만 그래도 상태가 우리 밭 보다는 나았다.
아마 멧돼지도 장로님 밭은 알아본(?) 모양이었다.
장로님 내외분은 필립핀으로 봉사활동을 간다고 밭을 살피러 오지도 못하고 출국하였다.
아내가 캐 놓은 고구마를 보니 두 바구니가 채 못된다.
잘 되면 150kg 이상의 수확을 기대했는 데 20kg도 못된다. 그것도 손가락처럼 가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100kg을 기준으로 해도 30만원 이상의 손실이다.
집 부근 빌린 땅에서 오늘 고구마를 캐보니 세 포기에서 1.6kg이 나왔다.
고라니가 잎을 잘라먹어 절반 이하로 수확이 줄 것을 멧돼지가 파헤쳐서 거의 망쳐놓았다.
뿌리까지 뽑아놓았으니 성숙하지 못한 고구마를 캘 수밖에 방법이 없다.
그렇지 않으면 남은 것도 모두 멧돼지에게 헌식을 하게 된다고 한다.
전에는 고라니는 더러 다녀갔어도 멧돼지는 방문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 밭 건너 편에 골프장 공사가 한창이다.
산에서 내려 온 멧돼지와 고라니는 우리 밭을 가로질러 작은 개울을 건너 건너 편 산으로 이동하여 갔는 데
골프장 공사로 길이 막히자 우리 밭이 최종 기착지가 되고 말았다.
건너 산으로 갈 고라니와 멧돼지가 우리 밭에서 식사를 한 것이다.
고라니는 몇달에 걸쳐 야금야금 잎을 뜯어 먹었고 멧돼지는 단번에 모두 먹어 치웠다.
이웃 집들도 멧돼지가 고구마 밭을 망쳐놓았다고 한다.
고라니나 멧돼지를 만나면 몸으로 손해 배상을 하라고 하고 싶다.
늑대나 호랑이, 살쾡이 등 상위 포식자가 사라지자 고라니와 멧돼지의 개체수가 너무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
이들은 숫자가 늘자 인가 근처의 밭에까지 진출(?)하여 농작물을 먹어치우고 있다.
결국 사람과 먹이를 놓고 경쟁을 벌리게 된 것이다.
피해를 본 경작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고구마 싹을 계속 잘라먹어 잘 자라지 못하게 한 고라니가 밉고
하룻 밤에 밭을 모두 파헤쳐 수확을 못하게 한 멧돼지는 더 밉다.
고라니 미워! 멧돼지는 더 미워!!!
첫댓글 고라니, 메돼지, 정말 밉네요. 늑대나 호랑이는 어렵지만 살괭이라도 번식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살괭이는 멧돼지의 천적이 아니잔아요...고라니는 몰라도...ㅎㅎㅎ
ㅎㅎㅎ
자연을 훼손하여 동물들의 서식을 방해했으니................
피해는 농민에게 돌아가고,,,이거 골프장에 피해보상 요청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진짜 고라니 밉고, 멧돼지 밉지만,, 더 미운 건 환경을 파괴하고 골프장 짓는자들!!
본향님의 밭에는 멧돼지가 꿈자리 사나와서 얼씬도 못하는디유~ㅋㅋ
ㅎㅎㅎ그물로 울타리를 쳐놨드니 고라니와 멧돼지가 못들어 온 것인지 안들어 온 것인지 암튼 농사가 잘 되어서 잘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요...
서강사람님은 마음이 좀 아푸시겠습니다요...ㅎㅎㅎ
인간들이 동물들의 조상 대대의 생계의 터전을 아랑곳 않고 지내들의 다이어트 공놀이마당으로 무단점유 했으니 그들이 정당방위적 차원에서 불가불의 조처일 뿐인데...ㅎㅎ
아이구~ 스티그마님 오랫만에 뵙습니다. 자주 얼굴 쫌 내미이소~ ㅎㅎ
이번 기회에 고구마 먹은 멧돼지를 잡아서 잡수시면 되지 않을까요? ㅋ
ㅎㅎㅎㅎ 일석이조.. 역시 분홍야곱님 계산짱! ㅋㅋㅋ
멧돼지 잡아서 혼자만 드시지 마시고 반드시 초대해서 잔치하셔야 할 것이여... 꿀꺽, 군침 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