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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쭉빵카페 원문보기 글쓴이: Ty_J
10대, 여리여리하고 현실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비율과 몸매, 얼굴의 여자 연예인들을 보면서 나는 언제쯤
저렇게 생길 수 있을까 생각했다. 자라기도 바쁜 시절 밥을 굶어가면서, 몇 시간 씩이나 연예인 xx가 한다는 운동을 따라하면서. 조금 더 아름다워지면 꿈같은 세계가 기다리고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며 언제쯤 대학에 가서
살을 빼고 성형을 하고 더 예뻐질수 있을까.
티비 속에 보이는 그들이 참 나와는 멀어보이는 느낌, 조금 더 예뻐지면 내 인생도 좀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20대, 드문드문 눈가에 주름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직 티비나 매거진 속에 나오는 여자들의 반도 예뻐지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주름이라니? 눈가에 잔주름, 코 근처의 팔자 주름.
안티에이징에 좋다는 걸 찾아서 돈을 쓴다. 돈을 쓰면 조금 안심이 되지만 그래도 이대로 가다간 겉늙어보이게 될까봐 시술도 찾아보고, 더 좋다는 화장품도 찾아보고, 안티에이징에 좋은 다이어트도...찾아보고.
왜 벌써 나이가 보이는거지? 아직 한창 젊을 때인데.
30대,
40대,
50대,
나이가 들어가는것이 무서워진다. 나는 아직 미디어 속의 예쁜 여자들의 발끝도 쫓아가지 못하는 것 같은데, 젊고 예쁜, 시대가 갈수록 더 어려지는 10대의 여자 아이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미디어에, 매거진에, 인스타그램에 등장하며 모든 사람들의 환호를 받는다.
아, 어떡하지. 난 이미 쓸모가 없어져 경쟁에서 밀릴 아무도 좋아해주지 않을 그저 그런 늙은 여자가 되어버린건지도 몰라.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참 웃긴다. 하루의 10%가 넘는 시간을 화장에 공들여 가며, 스킨 케어에 안티 에이징, 다이어트, 얼굴을 리프팅 해준다는 마사지...
버는 돈의 10% 이상을 거기에 쓰면서 그런 생각을 해본다.
인간의 인생이라는게 뭐지? 한창 어리고 이것저것 도전해볼 10대에는 남들과 나를 비교하며 티비에 나오는 연예인보다 예쁘지 않은 나를 자책하며. 그래도 여전히 젊은 20대에는 조금씩 보이는 나이에 연연해가며...
안티에이징이라는게 뭐지? 한번이라도 나이가 든다고 여성들처럼 잔주름 하나하나에 연연해가며 나이가 드는 것을 무서워 하는 남자들을 본 적이 있나?
안티에이징??
인간의 삶이 가는 정해진, 바꿀 수 있는 방향과 가장 반대되는 컨셉.
아기같은 맨들맨들한 피부를 위해서 10대의 어림을 위해서, 아줌마 같아지지 않기 위해서 쓸모없고
예쁘지도 않고 억세기만한 이미지를 갖지 않기 위해서 모든 세대의 여자들이 끊없이 스트레스 받고 조금이라도
시간을 돌려 보려 노력한다.
그래서 우리가 가는 방향은 어디? 여성들이 향한 그 목적지는 어디? 어디인가. 10대에는 더 예쁜 미인이 되고 싶어하고 20대에는 더 어려지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30대도 40대도 50대도... 그 나이에 맞는 여성들의 모습은 어디에 있는가?
40대의, 50대의, 60대의 성공한, 정장을 잘 갖춰입은, 카리스마 있고 중후한 매력이라는 프레임으로 자주 볼수 있는 남성들. 남자들에게는 어느 세대이더라도 쉽게 볼 수 있는 롤 모델이 있다. 나이가 들든, 주름살이 생겼든
그 존재 자체만으로 충분한 롤 모델이 있다.
그런데 여성들은? 인형처럼 꾸며져 주름 하나 없이 팽팽한 피부를 가진 10대의 어린 여자아이들이 끊임없이 쏟아져나오는 미디어. 제 나이에 맞지 않게 '관리'를 '안티에이징'을 잘해서 제 나이로 안 보이는 '동안'의 여자들.
사회는, 미디어는 나이가 든 여자들을 더이상 '남성이 원하는 외모가 아니기 때문에' 팽 당하고 무시당하고 쓸모없는 취급을 당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여성들을 협박한다. 너 이렇게 되고싶지 않으면 남자들이 좋아하는 10대 20대의 나이로만 보이는게 좋을거야. 성공? 그건 남자들이 하는거지. 여자들이 할수 있는 성공은 예쁘고 젊고 나이들어보이지 않는 얼굴과 몸매를 가꾸는것 뿐.
그래서 어떻게 되냐고? 나이가 든 여자들은 사회에서 지워져버린다. 사라져버린다. 경력이 단절 되고 사회에서 놀림감이 되기 일쑤이며 미디어에서는 그녀들을 희화한다. 여성들의 삶을 '단절'시켜버리고 여성들의 존재 자체를 스스로 존재할수 없게 다리를 부러뜨려버리는것이다. 그렇게 사회는 남성 중심의 사상을 다시 각인시킨다.
여성들의 존재를, 남성들이 관객인 무대에 눈요깃거리로 세우는 광대정도로만 허용해주는것이다.
나는 아기가 되고싶지 않다. 10대의 나도 20대의 나도, 경험과 감정과 살아온 인생을 부정당하고싶지 않다.
그런데 왜 자꾸 내 존재를 부정하는거지? 20대의 나도 30대의 나도 40대의 나도 부정당하고싶지 않다. 그 나이가 될 때까지 쌓아온 경험과 삶의 교훈과 감정들과 기억들과... 인간의 존재가 언제부터 피부에 보이는 주름살 하나로 평가받는 존재가 되었나? 모두 여자를 인간이라고 규정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뿐.
남성이 관객으로 선 무대에 광대로 올려진 여자들은 절대 스스로를 위해 살아갈 수 없다. 끝없이, 삶의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드는 나이를 미워하고 두려워하고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어가는 자기 자신을 증오해야하는 여성들은 심지어 이런 알러지도 겪는다.
예를들면, 잘생긴 남자 아이돌을 좋아하면서 그냥 단순히 팬이 되거나 좋아하지 못하고 자기 자신을 검열하는 것. 내가 이렇게 예쁘지 않고 주름도 있고 못생기고.... 그런데 이런 사람을 좋아해도 될까? 남자들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을 한번이라도 본적이 있는가? 삼촌 팬들은 예쁜 여자 아이돌을 보면 환호한다. 고자세에서 평가를 하고 점수를 매기기도 한다. 그런데 여성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게 맞추어 나온 남자 아이돌을 보면서도 평가는 커녕 자기 자신의 모습을 검열하는 모습을 보인다. 대체 왜?
남성 셀레브리티가 여성 셀레브리티보다 팬들을 대하는 데에 있어서 조금 더 느슨해질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본다. 생각해보면, 여성을 타겟으로 하는 남성 셀레브리티들은 당연히 여성의 코드에 맞추어서 - 여성들의 입맛에 맞추어야 팔리므로 - 페미니즘이나 여성을 높여 대해주는 컨셉을 좇는게 당연한 것 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21세기에 들어서도 그런 컨셉을 미는 셀레브리티는 느린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여성을 자신이 주체가 되어 선택하는 존재로 보지 않는다는 증거가 아닐까? 시대가 변하고 셀레브리티들도 변화를 감지하고 여성들의 주체적인 욕망을 존중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보여지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말에는 중요한 사실이 숨겨져 있다. 전족을 한 중국의 여성들이 자신들은 보여지지 않아도 발이 예쁘면 행복하다는 말을 남겼는데,
외모는 스스로 거울을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몸을 제외하고) 아름다운 얼굴이란 그런 것이다. 아무리 예쁘게 고치고 화장을 해도 거울을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삶을 살아가면서 하루 온종일 거울 앞에만 앉아있지 않는 이상 아름다운 외모가 '스스로에게' 줄수있는 기쁨은 고작 거울 앞에 서있는 몇분이란 뜻이다.
여성은 외모로 자기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는, 사회적으로 오랫동안 세뇌시켜온, 버릇이 있다. 자연스럽지 않은 버릇이다. 어린 아이들을 보라. 자기 눈 코 입, 다른 아이들과 비교당하지 않고 티비에 세뇌당하지 않는 이상, 싫어하지 않는다. 그냥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이 신기하고, 좋고, 계속 보고 싶고...
인생을 사는 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울 앞에서 삶을 보내지 않는다. 직장에서 일을 하고, 콘서트에 가고, 친구와 대화를 하고, 하이킹을 하고, 취미생활을 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훌훌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호숫가에 가서 자연을 즐기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하고, 무언가를 배우기도 하고, 가끔은 눈을 감고 명상을 하기도 하고.
언제부터 여성의 삶은 그저 앉아서 거울을 보는 삶이 되었나? 인생은 하고 즐기고 배울것이 넘치는 곳인데. 고작 화장대 앞에 앉아 주름이 늘어가는 얼굴을 보며 걱정하고 피부과를 들락거리고...
자기 자신을 관리하는 여성을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다. 외모를 가꾸고 아름다운 얼굴을 보는 데에 즐거움을 느낀다면 그건 그 자신 나름의 취향인 것이지만. 문제는, 부작용은, 외모가 자신의 진정한 삶을 살아가는 데에 방해가 될때 생긴다.
외모라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 여성들은 왜 불특정 다수의 시선을 위해 끊임없이 꾸며야 하는 운명에 놓였는가?
간단하다. 아름답게 꾸미지 않으면 여성들에게 돌아오는 가혹한 시선, 대우때문에.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여성들을 도마에 올려놓고 외모를 품평하며 그 외모에 따라 눈에 띄게 다른 대우를 한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은
1) 사람들의 시선은 내가 컨트롤 할수 있는게 아니고
2) 사람들의 대우, 시선은 영원할 수 없다는 것
3) 아무리 노력을 해서 시술을 받고 크림을 발라도 노화는 막을 수 없다는 것
그렇다면 여성들은 어떻게,
평생을 노력해서 계속 괜찮은 대우를 받아왔다고 해도 나이가 들수록 점점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것이
나이가 든 외모 때문에 달라지는것을 느끼고.....
좌절감, 자괴감을 느끼며. 스러져버리나?
여기서 사회가 여성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은,
여성들이 스스로의 꿈을 이루며 사회에서 높은 지위를 가지거나 무언가를 성취해냈을 때
그 성취는 나이가 들수록 달라지고 늙어가는 외모와 다르게 여성들에게 힘을 준 다는 것.
사회적인 권력에 초점을 맞추고, 외모에 자기의 가치를 매기기보다는 높은 직급에 오르거나 자기 자신만의 비즈니스를 가지거나, 그런 큰 것이 아니더라도 목표를 가지고 이루는 것에 집중한 여성들은 외모가 조금 달라지거나 나이가 들더라도 외모 말고 다른 자기만의 '성취'를 가지고 있다. 실질적으로 인생을 살며 이루어낸 것 경험한 것들이 있다는 것.
그런 게 진짜 권력이 아닐까? 힘이 아닐까?
시간이 지나는 것에 따라 늙어가는, 누구도 영원히 유지할 수 없는 아름다운 외모보다
자신이 진정 이룰 수 있는 것, 자신의 소명, 꿈, 하고싶은 것, 욕구.
그동안 남자들이 거세해온 그 욕구를 이루어나가는게 맞는 방향이 아닐까?
노화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아름다운 외모와 얼굴에만 여성들에게 가치를 매기는 남자들은 이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김태희도 꺾인다는 말을 막 하는 거고, 여자들을 하대할수 있는 거다. 왜냐고? 아무리 잘난 여자도
나이를 먹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것을 남자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억울하지 않은가? 남자들은 안티에이징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이루는 것에 관심이 있다. 돈만 벌면 지위만 가지면
예쁜 여자들은 장난감처럼 가질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그런데 우리는 왜 살아가는데 있어서 아주 자연스럽고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나이를 먹는다는것 때문에 벌벌 떨면서
살아야하는가.
남성이 보는 여성들은, 사회가, 미디어가, 티비가, 인스타그램이 보여주는 여성의 모습은
'인간이 아니다'
마네킹이다.
인형이다.
관상용 조각품이다.
프레임속에 예쁘게 담긴 그림이다.
움직이지 않고 살아있지 않고 자기 생각을 가질수 없고 경험할수 없고 남들이 원하는대로만 비추어지는
그런 존재하지 않는 꼭두각시 인형이다.
행복할 수 없다. 어쩔 수 없잖아? 여성은 인형이 아니고 그림이 아니므로 삶을 살면서 자연스레 자라나는
삶의 흔적들을 지울 수 없다. 숨쉬는 인간이므로. 그렇기에 사회와 남성이 원하는 여성은 '죽은 여성'이다.
'박제된 여성'이다. 모든 욕망을 거세당한 '마네킹'이다. 로봇이다.
평생 어린아이처럼 주름 하나 없는 팽팽하고 어리고 예쁜 얼굴을 한채 아무것도 모르는 척 미소를 지어야 하는
여성들은 이 기괴한 사회가 맞추어낸 틀에 뼈와 근육이 뒤틀리고 부서질때까지 감금된 것이다.
변태적이다. 기괴하다. 사회가 만들어낸 기괴한 변태적인 고문 기구에 여성들은 평생동안 고통당한다.
모든 여성들이 이 기괴한 키를 늘리려고 만들어낸 괴상한 고문 기계처럼 말도 안 되는 프레임이 정말
얼마나 변태적이고, 기괴하고, 끔찍하고, 비인간적인 것인지 알았으면 좋겠다.
아무리 노력해봐도 막을 수 없는, 이룰수 없는 것에 전전긍긍하기보다는 내가 진짜로 삶을 살면서 이루고 싶은 것.
Human Being 보다는 Human Doing 이 되는 것. 아름다운 마네킹처럼 예쁜 얼굴로 '보여지는것' 보다는
땀을 흘리고 피곤에 쩔더라도 내가 하고싶은것을 '하는 것' 이 맞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더이상 나이가 먹는것을 두려워하는 여자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30대 40대 50대 60대 70대 80 대
원하는것을 이루는 여자들이 미디어에 넘치게 보였으면 좋겠다.
무슨 나이대라도 성공한 롤모델의 여자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10대들이, 연예인처럼 예뻐지는것 보다는 자기가 하고싶은것에 심취해서 하루가 가는 줄 몰랐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해본다.
문제시 글삭할게!
첫댓글 좋다
잘 읽었어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