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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종주 중 '가장 많이' 나눴던 대화 #1]
일동 : 형 너무 잘 생겼어요.
영민 : 아~ 난 너무 잘 생겨서 탈이여! 인기가~(하늘을... 어쩌구 저쩌구...)
.....-_-;
[지리산 종주 1st Day]
어제 지리산 장을 봤다. 엄청난 음식들.
과연 이걸 가서 다 먹을 수 있을까?
작년에 가서 그것을 다 먹어치우는 '기적'을 보았지만 올해도 그게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
짐만 될거 같은데 좀 적었으면 좋겠다. 가기전에 좀 먹어서 없애놓을까?
짐을 챙겨서 영등포 역으로 향했다. 찬영이 녀석은 집이 멀다고 아에 우리집에서 잤고
지금 같이 가고 있다.
아침에 경섭이한테서 못가겠다고 문자가 왔다. 전화도 안되고... 안좋은 일이라는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경섭이한테는 미안하지만, 경섭이보다 그녀석이 가져오기로 한 코펠과, 버
너가 더 걱정된다. -_-;;
역이다. 우리가 늦게 도착한 줄 알았는데, 가장 먼저 도착했다.
가까스로 열차에 탑승.
남원에 도착했다. 덥다.
작년에 갔었던 한정식 집을 가서 작년과 마찬가지로 몽땅 먹어 치웠다.
대단한 우리들, 아직 산에도 안올랐건만...;;
광화루에 도착했다.
새롬이는 작년에 공도령 사진을 찍어서 여태 남자친구가 없다라는 요지의 주장을
듣고 올해에는 춘향이 모습의 사진을 찍기로 했다. 난 작년에 안찍었었는데...
-_-;; 올해는 이도령 복장을 꼭 해봐야겠다.
올해의 춘향 복장 : 새롬, 가진
올해의 이도령 복장 : 나, 규동
다른 사람들이 광화루를 구경하는 동안 나와 현규는 구석에서 땅따먹기와, 비석차기를
했다. 작년에 봤으니까, 짐이나 지키고 있어야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꾸 힐끔힐끔 쳐다보며 지나간다.
쪽팔린다. 재밌기도 하고...
[지리산 가기 전에 쓴 글 #1]
지리산으로 간다.
작년에 이어 두번째로 가는 지리산, 그러고 보니 이제 1년 밖에 안지났네.
참, 드문 감정이다. 보통 벌써 1년 이러는데, 이상하게도 지리산을 갔던 기
억만큼은 까마득해서 한 2~3년정도 지난 것 같은 느낌이다.
인턴이다, 울산 집 칩거생활이다 해서 이번 방학은 농활도 못가고, 효도여행도
못가고, 해수욕장도, 해외도 못가서 올해 여름도 이렇게 재미없게 보내나 했는
데... 역시 1학기 때부터 떠들어 댔던 지리산 종주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군.
이번 지리산 종주를 통해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고, 군데군데 구멍난 내 페르조나
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돌아와야겠다. -_-;;
그동안 마음의 여유가 별로 없었던 듯하다. 이것 저것 한다고 책도 많이 못읽고, 집
에서 나를 변호하느라 내 말투에도 어느새 칼날이 일어선 것을 나도 가끔 느낀다.
그래서 어떤 좋은 계기를 찾고 싶었는데, 이번에 가는 지리산이 나에게 좋은 계기
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내 몸 상태.
이번 학기 중간 즈음 삐었던 오른쪽 발목이 이상하게도 낫질 않는다.
일이 의지만 가지고 되는 일이라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옛 예를 찾아본다면 의지와
는 달리 내 몸이 나를 배신한 적이 참 많았다. 옛날에는 의지가 부족해서 일을 못한
적이 참 많았는데, 요즘은 몸이 안따라줘서 내가 원한 바를 이루지 못했던 적도 조금
씩 조금씩 생기는 듯하다. 바라건데 이번에는 특히 산위에서 내 발목에게 배신 당하
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
올 여름 방학도 이렇게 가나보다. 빨리 2학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리산에서 '꽤 자주' 있었던 대화 #2]
영민 : 이번 종주에서 우리 반야봉 거쳐서 갈거야.
새롬 : 오늘 연하천 산장까지 가려면, 밤도 늦을 텐데 갈수 있을까요. 그냥 가요.
영민 : 반야봉을 안가면 종주를 했다고 할 수 없지, 가자~
새롬 : 그럼, 전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안될까요오~
영민 : 우리는 올라갔다가 다른쪽길로 내려올거야. 그런게 어딨어. 가자. 일어낫~
새롬 : 네, 알겠습니다. 이~휴(특유의 뉘앙스 - 알거나 말거나.)
라면을 먹을때...
영민 : 역시 라면은 이렇게 끓여야 하는 것이여. 내 주의는 맛있는 것을 맛있게 먹는
. . . . 것!
일동 : 네, 네, 알겠습니다. (새롬이 말투로.)
[지리산 전도]
고기리 - 성삼재 - 노고단 - 연하천(1박) - 장터목(2박) - 천왕봉 - 백무동코스
[지리산 종주 2nd Day - #1]
이른 아침을 먹고, 약간 늦은 출발을 했다.
지리산 종주의 인원은 총 9명. 다살이 6명, 계농패 5명, 교집합 2명.
1조 - 영민, 규동, 새롬
2조 - 은임, 나, 찬영
3조 - 효성, 현규, 규동
각조별로 히치를 해서 성삼재 휴게소에 도착했다. 드디어 지리산 종주 시작!
마의 피아골 코스를 지나 노루목까지 잘 도착했다.
중간에 반야봉을 들리고 뱀사골 산장 근처에서 쉬고(규동이가 고생했다. - 뱀사골 산장이 길에서 그렇
게 먼진 아마 몰랐을거다. 쩝...), 영민이형이 하자는대로 오후에는 약간 빨리 걸어서 연하천에 도착했
다. 그런데....
[추억 폴더 - Concept by E-mail from my senior]
시간은 붙잡을수도, 앞서갈수도, 되돌릴수도 없습니다.
한편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가슴 한 켠에 남아있는 동영상을 우리는 '추억'이라고 하지요.
추억이라는 동영상은,
그 시절, 그 당시 내게 느껴진 임팩트의 크기만큼 강열하고, 선명하게 남는다고 합니다.
사실 몇일 전 부대찌개를 먹던 점심을 추억이라는 폴더에 저장하는 건 아니거든요.
또 꼭 좋고, 행복하고, 기쁜 그 순간만 추억으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죠.
죽기만큼 힘들었던, 매일매일 밤을 지새게 했던 인간관계들, 해야하는 일들...
그래도 이 악물고, 일심히 하거나, 혹은 끝까지 견뎌내게 된다면 그것 역시 어느새
'추억'폴더에 ctrl+c, ctrl+v 되게 됩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 '추억' 폴더에 저장된 동영상은 반드시 그 시절 그 당시와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승욱씨의 '좋았던 기억만 남고 안좋은 기억은 다 희미해지게 되어있다'는 말처럼
좋았던, 기뻤던, 행복했던 순간은 그만큼 더 좋고, 기쁘고, 행복하게 포장되기 일쑤며,
행여 불행하고, 아프고, 처참하다 여겨졌던 그 순간이 '추억'폴더에 저장되어 있다면
그 순간은 이미 그래도 다행이고, 그래도 나았고, 그래도 그때가 그립다라는 속성이
부여되어 있기 마련입니다.
과연 이번 지리산은 제 '추억' 폴더에 어떻게 저장되게 될까요?
추웠던 첫째날 밤, 종주중 내내 찝찝했던 몸, 이런 것들 역시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고
구름 사이로 봤던 천왕봉 일출, 형제봉 사이에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아름답던 세석 평전
등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좋았던 몇 안되는 장면 가운데 하나가 될 것입니다.
시간은 붙잡을수도, 앞서갈수도, 되돌릴수도 없습니다.
그것들이 가능하다면 인생은 재미없는게 되겠죠.
사는게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
[지리산 종주 2nd Day - #2]
자리가 없었다.
날이 좀 아름답게 짜여지긴 했지만 (15일까지 쉬는 환상의 주말, 올해 휴가의 끝물), 이렇게 사람
이 많을줄 난 미처 몰랐다. 당연히 산장안에서 잘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대략 낭패라는
생각이 들었다. -_-;;
영민이형이랑, 현규, 규동이가 자리를 잡았다. 잡아놓고 보니 근처에 물도 있고, 나무도 있어서
바람을 어느 정도 막아줄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밤은 추웠다. 제길.
영민이형만 가운데서 편하게 주무셨다는...
[지리산 종주 중 나눴던 대화 #3]
규동 : 나 이제는 술이 한 방울도 더 들어갈수 없어!!!!
[지리산 종주 3rd Day]
긴 밤이 지나고, 해가 떴다. (최소한 나는 길었다고 생각되었다.)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장터목 산장으로 떠났다.
작년에 그 높았던 형제봉도 다시오르고, 좋은 곳 있으면 사진도 찍고 하면서
파스와, 초코파이에 의지했던 두번째 날의 산행은 그냥 무난하게 지속되었던거 같기도 하다 .
해가 저물기 약간전.
장터목에서
이번에도 자리가 없었다.
여기서 해병대 두명의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장터목 근처 숲을 들어가서 미친듯이, 잘 곳을 만들었다.
돌이 나오면 뽑아내고, 바람들어오는 곳은 막고...
큰 바위가 하나 있긴 했었는데 너무 커서 빼지질 않았다. 그러자...
옆에 돌을 들어서 깨기 시작했다. (최고 -_-bb)
결국 깨진 못했지만, 역시 해병대의 진면목을 알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멋진 일몰을 보면서 그 둘은 훌륭한 잠자리를 결국 만들어 내었다.
그날 저녁,
늦은 저녁을 먹고 심도있는 대화를 동반한 술자리를 갖었다.
뭐, 나랑 찬영이는 부족한 체력을 원망하며 잠자리에 들었지만, 누워있어도 들릴건 다
들리더라. (그런점에서 은임이 누나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체력이건 아니면
소머즈 저리가라는 청력이건 간에.)
'내일 우리가 과연 일출을 볼 수 있을까?' 라는 다소 막연한 기대와
잔뜩 흐려진 하늘을 보며 볼 수 없을 거라는 약간의 실망감을 동시에
가지고 그날은 포근한(?) 잠자리에서 잠이 들었다.
[지리산에서 있었던 대화 #4]
장터목에서 잘곳을 만들던 도중...
무서운 기세로 바위를 돌로 깨고 있는 규동이에게 찬영이가...
찬영 : 역시 해병대. 못하는 일이 없는거 같아요. 역시 '안되면 되게하라.'
규동 : 그건 특전사 꺼구... 우리는... 뭐지?
현규 : '안되면 될때까지' 지.. ㅎㅎ
[지리산 종주 4th Day]
새벽이었다.
몸이 안좋았던 가진이는 산장에서 머물고, 나머지일행들은 장터목에 우리 짐을 놓아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렌턴 하나만 들고 천왕봉으로 떠났다 .
가족들과 함께온사람, 태극기를 들고 온사람(8.15였으니깐), 혼자 온 사람....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중간에 길이 막혀서 일출을 보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가는 도중 비가 뿌려 비옷을 입었다 벗었다하길 몇차례.
도착하지 못 할거라고 생각했던 천왕봉에 도착했다.
뿌옇기는 하지만 구름 사이로 이미 밝은 기운이 올라와서 처음에는 일출을 못 보는 줄 알았다.
그래서 '찬영아, 효성이형 돌아가요. 이미 해가 뜬 거 같은데요.' 라고 말하며 일어서는 순간
한쪽에서 '오오~' 하는 탄성이 터지기 시작했다.
말로 누군가 정말 "쏘옥" 이라고 하는 듯이 지평선에서 정말 해가 쏘옥 올라왔다 .
한반도 남단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본 일출이라 뭔가 장엄한 어떤 것이 있으리라고 생각했건만
장엄하다기 보다는 재미있다는 느낌?
3대를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왕봉 일출을 두번만에 본 것치고는 감흥이 그리 크지 않아서
약간 실망한 필도 없지않아 있지만, 그래도 굉장한 광경임은 틀림없는 것 같다.
또 빼놓을 수 없는 후르츠 칵테일 시간.
더 말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지리산에서 있었던 대화 #5]
찬영 : 형은 이번에 일출을 본다에 걸래요? 못본다에 걸래요?
경현 : 못본다. 에 걸겠어.
찬영 : 그럼 나는 본다에 걸게요. 단... 우리가 거기 못갔을 경우는 제외!
경현 : 그런게 어딨어.
. . . . 사실 난 아침에 천왕봉 가지도 못갈 거 같은데...
[지리산에서 있었던 대화 #6]
지리산 산행중 (둘째날) 은임이 누나 어머니께서 하신말...
어머니 : 오늘 복날이니까 애들 삼계탕이라도 하나씩 사 줘~
표를 잘못 끊어준 아주머니와 옥신각신하던 차. 은임 누나가 어머님께 전화를 하고
은임 : 아.. 오늘 아침에 천왕봉에서 해를 보면서, 참 부모님한테 잘해야 겠다라고 생각했었는데
. . . . 방금전에 또 화를 내 버렸어.
[지리산 종주 5th Day]
굉장한 하루? 아니 약간 황당한 하루였다.
어제 지리산을 내려오고 나서, 간단한 물놀이 후 우린 메기 매운탕을 먹었다 .
영민이형이 먼저 내려와서 7시 표를 끊어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우린 서울로 가는 차편
걱정없이 먹었고, 다들 얼큰하게 취해 있는 상태에서 차를 타러갔다.
-_-;;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머니께서 표를 잘못 끊어 주셨다.
막차는 6시 하지만 차표에는 7시라고 적혀있었던 것.
약간의 옥신각신 끝에 아주머니 댁에서 하루밤을 보내고 다음날 첫차로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다.
지리산 흑돼지, 버섯으로 끓인국, 고구마, 등등등등...
수강신청, 약속 등으로 바쁜 사람들이 많은듯했지만.
난 잘먹고 올라가서, 솔직히 좋았다. 역시 한가하면 좋은 듯하다.
진균이나, 선윤이나, 민경이나 작년에 같이 갔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채선이나, 민형이나, 하범이나, 경섭이나, 진영이도 같이 갔었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그러지
못해서 안타깝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뭔가를 못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질러놓고 후회하는 것이
대부분 더 낫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안간 사람들 후회하시라~)
역시 이번에도 지르길 잘 했다. 다음에 지리산 종주를 '지를' 기회가 있다면 또 질러
보고 싶다.
끝.
첫댓글 지르삼
2nd day 3조는 현규,효성오빠랑 저였어요~ 규동오빠는 이미 올라가 계셨죵 ㅎ
오 재밌다. 다시 기억이 새롬 새롬 하다. 와아 사실 이 뒤로 지리산 종주의 비하이드 스토리가 계속 됐는데, 그건 나중에 새롬이 한테 들어보시고, 사실 기회란 쉽게 오지 않는다. 의지 문제 보다는 게으름이고 인생이 길거라는 착각에 빠진 동물들이 자주 하는 실수지. 지리산 중독이 또 늘었네. 역시 지리산이다.
^^ 나도 여름 휴가때 거기에 있었어요. 혼자 올라갔다가 셋이서 내려온 덕분에(쌍둥이를 임신했다고 이해하지는 말길.) 심심하지 않았고. 암튼, 좋은 사람과 즐거운 일을 같이 한다는 건 많이 유쾌한 일이야,,, 후배님들의 건강한 젊음이 부럽네요.
꼭 한번 해보고 싶은일이예요 정말....
저두요~
아...추억이 새록새록...^^ 경현오빠 글 너무 잘써요~~^^//근데 나도 지리산 중독인가봐...한때 나의 선택이 원망스러웠으나....갈수록 다시 오길 잘했다는 뿌듯함이...찬미야 주희야~진짜!!!내년에는 질러~질러!!!
와~일출 짱이다~모두들 지리산 출발하신 12일날인가...아파서 죽는 줄 알았기 땜에 안간 건 다행이었지만...ㅎㅎㅎ담엔 저도 꼭 지를래요ㅋㅋㅋ오빠도 내년에 또 질러요ㅋㅋ
ㅋㅋ재밌었겠어요~좋겠다. 부럽습니다.
난 성삼재에서 새벽에 출발하는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지라.. 반야봉은 뺐는데.. 반야봉.. 좋더냐?
아... 반야봉? 난 좋긴 하던데, 짐 들고 올라가는건 약간 빡셀듯. 그냥 밑에 짐 놓고 올라가도 괜찮을 거 같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