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랜드 캐니언 파노라마 (사진 5장 합성) 모습. © 양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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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곡 절벽의 암석은 지구의 나이테 “인류는 한 줌”
한 줄의 지층이 형성되는 데 수억의 시간 걸려
73세 한국인 노교수도 13시간 28km 트레킹 완주
▲ 요세미티 국립공원 트레킹 중 잠시 휴식... 김병중 기자 © 양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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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트레킹 하다
지난 10월 7일부터 10월 17일까지 10박11일 동안 기자는 미국 서남부 애리조나 주 북부에 있는 그랜드 캐니언을 트래킹 했다. 숭엄한 자연의 세계를 두 발로 거닐며 경이와 성찰을 오갔다. 거대한 협곡을 가로지른 경험은 일생일대 최고의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 감격을 기록했다.
기자는 국내 트레킹 전문 여행사를 통해 알게 된 한국인 8명과 기자의 부인 등 총 10명과 미국 3대 협곡중 하나인 그랜드 캐니언을 트레킹 했다. 우선 본격적인 트레킹에 앞서 몸을 예열하는 차원에서 지구상에서 에너지 장이 가장 많이 분출된다는 힐링의 도시 세도나를 트레킹했다. 이후 3시간 정도 이동해 국립공원 그랜드 캐니언 롯지에서 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컵라면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샌드위치와 행동식을 챙겨 드디어 28km 대장정 길에 올랐다.
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에 셔틀버스를 타고 긴장된 마음으로 출발지인 사우스 카이밥 트레일 헤드(South Kaibab Trail Head)에 섰다. 그랜드 캐니언은 콜로라도 강을 두고 사우스 림(South Rim)과 노스 림(North Rim)으로 나뉜다. 트레일 코스는 자신의 체력에 맞게 정해야 하는데 우리 일행 10명(남자4, 여자6)은 나름대로 국내에서 산행과 해외 트레킹 경험이 많은 회원들이었다. 우리는 사우스 카이밥에서 브라이트 엔젤까지 사우스림 횡단 28Km를 선택했고 이 구간은 12-15시간이 소요될 예정이었다.
그랜드 캐니언은 아리조나주 북부에 있는 고원지대를 흐르는 콜로라도 강물에 의해 깎여 생성된 거대한 협곡이다. 콜로라도 강의 계곡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동쪽에 있는 글랜 캐니언댐 밑에 있는 리스페리(Lees Ferry)다.
여기서 계곡으로 들어가는 콜로라도 강은 서쪽으로 446km나 되는 먼 거리를 흘러 계곡의 출구가 되는 미드 호로 들어가는데 이 구간의 양편 계곡을 그랜드 캐니언이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지역이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으나 인디언 부족들이 거주하는 지역도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강을 따라 고무보트 배(Raft)를 타고 캐니언을 통과하는 관광을 할 경우 2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보면 협곡의 규모를 대강 짐작할 수 있다.
▲ 카이밥 트레일 서스팬스 브릿지 모습. © 양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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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 강 446km 흘러 미드 호로 유입
콜로라도 강에 의해서 깎인 계곡의 깊이는 1600km에 이르고 계곡의 폭은 넓은 곳이 30km에 이른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노력으로 1908년에 그랜드 캐니언은 내셔널 모뉴먼트(National Monument)로 지정되었고 1919년에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었다. 그랜드 캐니언은 197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2010년에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을 방문한 관광객 수는 439만 명으로 미국의 서부지역에 있는 국립공원 중에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고 최근에는 연 500만 명이 넘어서고 있고 사우스 림 횡단(28km) 트레킹 인원은 1%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사우스 카이밥 트레일 헤드에서 현지 가이드인 옥돌부인을 따라 간단한 몸 풀기를 했다. 트레킹 경험이 많았지만 우리 일행은 바짝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일행 중 가장 고령인 73세인 한 분이 출발 직전 가이드에게 트레킹 도중에 다시 돌아오는 길과 방법은 어떻게 되는지 물어 보았다. 낙오자를 걱정한 것이다. 하지만 현지 가이드의 단호한 호령이 떨어졌다. 중도에 돌아오는 길은 있지만 “자신 없으면 처음부터 출발을 하지 않아야 된다”고 했다. 또 중도 포기자는 그랜드 캐니언 롯지까지 혼자서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우리 일행은 모두 용기를 내 완주 의지를 다시 불태웠고 어두움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그랜드 캐니언 트레킹의 첫 발을 내딛었다.
▲ 브라이트 엘젤 헤드 1km 전 인디언 가든 부근 풍경. © 양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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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급경사와 지그재그 내리막이 시작됐다. 그리고 그 아래로 비경들이 펼쳐졌다. 그랜드 캐니언은 습윤기후와 건조기후의 중간 기후에 속하는데, 높은 고도의 고원에는 삼림이 발달해 울창한 숲을 이루는 반면 낮은 고도의 부니지역은 사막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내려갈수록 울창한 나무들은 없어지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나무와 키 작은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 사우스 카이밥 헤드 부근 전망대 모습. © 양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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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이 비친 협곡 지층 절벽은 오색찬란한 빛으로 물들어 있고 어두움과 빛의 조화는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신이 내려주는 축복의 땅에 트레킹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나 역시 축복 받은 존재라고 생각이 된다. 협곡의 전체적인 색깔은 붉은색이지만 자세히 보면 지층별로 황갈색, 회색, 초록색, 분홍색, 갈색, 보라색까지 각각의 지층은 여러 색조를 띠고 있다. 피아노 건반처럼 보이기도 하고 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루떡처럼 보이는 단층의 조화는 신비로웠다. 또 손끝에 달라붙는 지점토의 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지층은 살아 있는 듯 했다. 순간 이 한 줄의 지층이 형성되기까지는 수억의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그랜드 캐니언 일출의 아름다운 모습. © 양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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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꿈꾸어 왔던 협곡 트레킹을 오늘 현실에서 첫발을 내딛는 그 심정은 가슴 벅찼다. 나도 모르게 신이 나서 카메라 셔터를 이렇게 저렇게 마구 눌려 댄다. 같이 동행한 마누라의 잔소리가 시작 된다 “골라서 찍으세요” 하지만 귀에 들어 올 리가 없다.
▲ 브라이트 엔젤 헤드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모습. © 양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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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캐니언을 보지 못하면 인생의 비극”
어느 트레킹과 다르게 시작 지점이 해발 2200m에서 1600m 콜로라도 강까지 내려가는 대협곡은 장엄하고 아름다운 풍경뿐만이 아니라, 협곡 절벽의 암석에 드러나 있는 오래 된 지구의 역사를 보는 것이다. 우리는 수 억 년 동안 형성된 지구 역사를 하루 만에 공부하며 환상의 꿈의 여행을 동시에 하고 있는 셈이었다. 미국에는 “그랜드 캐니언을 보지 못하면 인생의 비극” 이라는 말이 있는데 협곡 안으로 들어가 가까이 보면서 내려간다면 그 누구라도 그 말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거칠고 메마른 땅 위에는 이름 모를 각종 사막 식물과 희귀한 조류, 포유류, 파충류 등등 많은 동식물이 있는데 눈이 익은 선인장과 도마뱀, 다람쥐는 금방 알아 볼 수 있었다. 트레커들의 발걸음에도 놀라지 않고 사람 주변을 맴 돌고 살아졌다 나타나고 하는 모습은 한국의 산하 다람쥐나 다를 바 없고 산 꾼들의 친구이기도 하다.
▲ 콜로라도 강 몇키로 전에 서부 영화에서 보았던 카우보이 모습을 직접 불 수 있었다. © 양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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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 강을 향해 몇 시간 쯤 내려왔을 무렴 저 멀리 간이 화장실이 보이는 곳에서 휘파람 소리와 채찍소리가 들려온다. 카우보이들이 말 10여 마리를 몰고 있었다. 모자와 가죽바지가 영락없이 영화에 나오는 카우보이들의 모습이었다. 이들은 카우보이 복장으로 사우스 림 횡단 여행을 하는 카우보이 족들이었다. 이 멤버 중 여자 회원도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다 말을 타고 장엄한 기암을 배경으로 정상을 향해 이동했다. 그 모습은 서부 개척 시대의 미국을 상징하는 카우보이를 연상케 했다. 말들이 날리는 먼지바람 사이로 카우보이들이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재빨리 카메라에 담았다.
▲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 헤드를 가기 위해 일행들이 서스펜스 브릿지를 건너는 모습. © 양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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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흙탕물의 콜로라도 강 줄기가 보였다. 관광 정보에 의하면 콜로라도 강물은 에메랄드빛으로 알고 있었는데 조금 실망스러웠다. “콜로라도” 강의 뜻은 흙탕물이다. 흙탕물이 글렌 케니언 댐에 고이고 바닥에 가라앉으면서 에메랄드빛을 내며 흐른다고 한다. 오늘 우리에게 자연은 그 빛을 허락하지 않았다.
유령목장(Phantom Ranch)을 가기 위해서는 카이팝 트레일 서스팬스(블랙) 브릿지를 건너야 한다. 다리를 건너기 전에 좁은 동굴 터널이 있는데 지날 무럽 건너편에서 마부 2명이 말 20여 마리를 몰고 오고 있어 우리는 잠시 휴식도 할 겸 동굴 앞에서 말을 피했다. 카이보들의 여행을 위해 말들을 출발지로 이동시키는 중이었다. 콜로라도 강변 롯지에 마굿간이 있는데 이곳을 유령목장이라도 부른다.
▲ 콜로라도 강 흙탕물에 발을 담그고 즐기는 모습. © 양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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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 길목에는 휴식을 취할 그늘진 장소가 별로 없고 알아서 적당히 쉬어야 한다. 트레킹한지 어느덧 6시간 정도 지난 정오 무렵 배가 살짝 고파지는데 “점심 식사하고 갑시다”란 옥돌부의 소리가 반갑게 들렸다. 콜로라도 강 브라이트 엘젤 캠핑장 부근 미루나무 그늘 아래 앉았다. 눈앞의 강물은 흙탕물이고 대지는 메마르고 건조해 선인장 몇 그루만 보이는 삭막한 가운데서 밥을 먹으니 기분이 묘했다.
샌드위치와 행동식으로 허기를 채웠다. 입맞에 안 맞아 햄버거, 샌드위치, 쏘세지 등은 보기도 싫었는데 안 먹을 수가 없다. 당초 예상된 기후는 고온다습이었는데 이상 기온현상으로 트레킹 하는 데는 매우 적합한 기온이라며 옥돌부인은 우리보고 축복 받은 멤버들이라고 했다.
▲ 콜로라도 강 건너편 특이한 지층의 모습. © 양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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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시간 28km의 대장정 무사히 마쳐
어느 산행이든지 트레킹 코스중 반환점을 돌면 하산하는 것이 순리지만 여기는 달랐다. 도착지인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 헤드를 가기 위해서는 엔젤 캠프장(유령목장)에서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 서스펜스(실버) 브릿지를 건너 인디언 가든을 향해야 했다.
▲ 콜로라도 강을 향에 트레킹하는 일행들 모습. © 양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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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으로 힘차게 흐르는 콜로라도의 강을 바라보니 학창시절 배운 노래 “콜로라도의 달밤”이 생각난다 “콜로라도의 달 밝은 밤을 반짝이는 금물결 은물결 물결위에 비치네, 어쩌고, 저쩌고!” 콧노래가 저절로 나온다. 어느덧 콜로라도 강과 헤어져야 할 시간이 왔다. 못내 아쉬워 잠시 흙탕물에 발을 담그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강물 바닥은 완전 진흙으로 깔려 있었는데 흙의 입자는 무척 고왔고 물이 무척 차가웠다. 이후 우리는 부지런히 길을 걸었다.
인디언 가든(Indian Garden)에 도착한 시간은 출발한지 10시간 지난 오후 4시였다. 이곳은 정상 중간쯤에 위치해 있는데 숲이 울창해 낮에도 어두웠다. 인디언 가든은 일종의 대피소다. 구조요원이 있고 물을 보충 받을 수 있는 시설 캠핑도 가능하다.
브라이트 엔젤 헤드에서부터 933m 밑에 있는 이곳 인디언 가든까지 길을 낸 사람들은 1891년 서부 개척자들이었다. 목숨을 걸면서 낭떠러지 길을 만든 것은 계곡 아래에 있는 지하자원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길을 다 만든 후에 그 밑바닥에서 힘들게 지원을 캐내는 것도 다 이 트레일을 상품화하기로 하였다. 여러 건의 소송이 이어지다가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은 1928년에 국립공원 소유로 넘어가게 되었다고 한다.
늘 그랬지만 일행 중 나는 후미에서 늦장 꾸러기다. 그놈의 카메라를 들고 있다는 이유다. 옥돌부인과 후미의 몇몇 일행들은 물을 채우고 재정비를 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캠프를 위해 하산하는 캠핑족들을 볼 때 여기까지 캠핑을 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마냥 부럽기만 하지만 나의 일정이 또 기다리고 있기에 아쉽지만 여기를 떠나야만 했다. 올라가는 길목에는 사슴과 다람쥐, 동식물들이 즐비했다. 인디언 가든 주변에는 숲과 물이 풍부하여 인디언들의 주거지였고 또한 생태계가 활동함을 볼 수가 있었다.
멀리만 보이는 목적지는 하늘과 맞닿아 있고 주변 협곡은 더욱 깊어 보이고 높아만 보였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지그재그 갈 길은 좀 채로 줄어지질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오르고 있었고 목적지는 점점 가까워졌다. 저 멀리서 아내는 “왜 그리도 못 오냐”며 먼저 목적지에 도착해 여유를 부린다. 그 말에 일행들이 무사 도착을 자축하는 함박웃음으로 답했다. 중도에 포기하지나 않을까 걱정하시던 73세의 최고령자는 벌써 도착해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우리 일행 10명은 13시간, 28km 대장정 그랜드 캐니언 트레킹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이었다.
▲ 그랜드 캐이언 동쪽 끝 4층 전망대 "워치타워" © 양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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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캐니언 트레킹 도전, 어떻게 할까?
전문 여행사 통해 목표 코스 정하면 편리
1. 전문 여행사를 통해 쉽고 편하게 가자
그랜드 캐니언 트레킹을 전문으로 하는 국내 여행사는 드물다. 기자가 이용한 여행사는 혜초 여행사로 홈페이지(www. trekking.kr) 방문 후 전화(02-6263-2000)로 미서부 담당자를 찾아 문의하면 된다.
2. 비용과 기간은?
미서부 5대(그랜드 캐니언, 자이언 캐니언, 브라이스 캐니언, 엔텔롭 캐니언, 모뉴먼트 밸리) 캐니언 트레킹은 10일 459만원부터이며, 미서부 그랜드 캐년(5대 캐년+아치스 캐년, 캐년 랜즈) 트레킹 12일 525만원부터 금액이 책정된다. 미서부 요세미티+3대 캐년 트레킹 11일 535만원부터이며 미서부 옐로스톤+3대 캐년 트레킹 13일 629만원부터다. 미서부는 사막성 기후라 무더운 여름, 특히 그랜드 캐년을 제외하고는 1년 내내 트레킹이 가능하다.
3. 비행기 편
혜초여행사를 끼고 가면 국적기인 대한항공을 이용해 LA로 입국한다. 비행시간은 11시간에서 13시간 정도 소요된다.
4. 주의할 점
무더운 여름날에는 열사병이 걸릴 수 있으니 충분한 물을 가지고 트레킹을 해야 한다. 봄과 가을에는 일교차가 심하니 보온성 있는 옷을 챙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