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공원에 들렀다가 국가무형문화재 공연을 보게 되었다. 깃발을 앞세우고 꽹과리, 북과 장구 그것들의 장단에 맞추어 움직이는 인간문화재(?)들의 물흐르듯 유연한 몸움직임...
어릴적 정월 대보름 날이면 초등학생 또래 우리들도 어른들의 농악대 흉내내며, 힘든 상모돌림까지 연출해댔던 추억이 있기에 낯설지는 않았다.
그러나 기억이 흐릿하고 사지의 기능이 퇴화해가는 이즈음, 다시 보는 고향의 흙냄새 물씬 풍기게 하는 흥겨움의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거렸다.
단순히 풍악에 어우러진 반복적이고, 우스꽝스러우며, 때론 학처럼 멈춰서는 고풍스런 춤사위만 있는 것도 아니다.
허리를 굽혀 모를 심고, 두다리를 뻗어 김(잡초)를 매는 흉내의 움직임에선 어린시절 고향의 애환과 향수를 떠올렸다.
고향을 떠나 살면서 어린시절 그러한 정이 그리워 타향에서나마 그러한 문화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한 참가자와 대화를 나누며, 나는 과연 무엇으로 사는기?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여우가 죽을땐 고향을 향하고, 연어가 태어난 곳으로 회귀하듯, 우리네 인간도 태어남의 본향을 마음속에서 지우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 같다.
다만 그러한 풍습이 세대가 단절되고, 잊혀져가는 현실에서 안타까우며, 그것을 지켜가려는 그들의 몸부림이 고맙다는 생각에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밀양백중놀이]
[좌수영어방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