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자판앞에 앉았네요. 여행하는 동안 라스베거스에는 이틀을 묶었는데 여행기를 쓰다보니 거의 한 달 동안이나 지체되었는데요, 또 달려가 보겠습니다.
화려한 밤거리를 다니다가 마침 배가 고파지는 데 눈에 들어온 게 한국식당 간판이었다. "Ginseng Korean BBQ" 라는 간판을 우리 셋이서 동시에 보았는데 반가운 마음에 일단 밥을 먹기로 하였다. 엘에이에서 출발해서 6일째였는데 그동안 계속 햄버거나 스테이크 류만 먹다보니 흰밥과 얼큰한 찌개에 김치가 갑자기 땡긴 것이리라. 식당은 메인도로에서 조금 들어가서 있었는데 저녁시간이 지나서인지 별로 사람은 없었고 현지 사람들이 몇 테이블 앉아 저녁을 먹고 있었다. 어쨋든 오랫만에 한식을 접하고 양껏 먹었지만 그래야 각 한 그릇이면 족하다. 계산하고 나오다가 다시 주인분께 공연(쇼)에 관해 문의를 드렸더니 오쇼나 카쇼를 보면 실패하지 않을 거란다. 카(Ka)쇼는 MGM. 오(O)쇼는 벨라지오에서 한다는 얘기도 잊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여기로 오는 동안 길을 잘못 들어 MGM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나오는 길에 인산인해 인파를 뚫고 나왔던 기억이 났다. 그렇다. 카쇼 시간에 거의 다 되었서 우리는 바깥으로 나오는 길이었는데 거의 천 명 가까운 사람들이 무리지어 들어가던 게 바로 쇼를 보러 입장하는 관객이었던 것이다. 마치 만원 야구장에서 경기가 끝난 직후 관중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상상하면 될 거 같다. 어쨋든 오늘은 못 봤는데 내일은 반드시 둘 중에 하나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또 거리로 나섰다. 시간이 밤 10시가 넘었지만 오히려 더 화려하고 사람들도 많아졌다. 여행오기전에 먼저 다녀왔던 사람들에게 이러저런 정보를 들었지만 갈무리해놓지 않은 바람에 그냥 걷다가 볼만한 게 있으면 둘러보는 식이다. 그렇게 코카콜라 샵에서 기념품도 사고 m&n 샵에도 들러 사진도 찍다보니 벨라지오 앞이다. 사람들이 카지노 앞 연못 주위에 모여서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눈치여서 우리들도 잠깐 머뭇거리고 있는데 밤 11시가 되자 분수공연이 시작되었다. 수십 개 분수에서 제각각 뿜어져나오는 물줄기와 음악. 조명이 합쳐져서 멋진 장관을 만들어낸다. 각 분수의 노즐은 물줄기 수압이나 방향, 순서같은 게 프로그램되어 있어 빨갛고 파란 불빛을 통과하면서 또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는 데 음악까지 더해지니 환상적이기 그지 없다. 길지 않은 공연이 끝나자 아쉬움을 뒤로 하고 또 볼거리를 찾아 헤메는 데 밤 12시가 넘어서도 여전히 손님을 부르는 가게들이 있고 또 그만큼의 인파들이 부나비마냥 몰려다닌다. 스포츠 신발 가게 몇 군데를 전전하다 드디어 가은이가 원하는 그 디자인에 사이즈 농구화를 찾게 되었다, 새벽 한 시까지 쏘다닌 보람이 있다.
## 자정이 가까울 무렵 쇼핑몰 내부, 천정을 돔 형태로 막고 페인트를 해서 실제 하늘 같음
하룻 밤 쉬고 나니 또 하루가 시작이다. 오늘은 라스베거스 자유여행이다. 다른 프로그램도 있었지만 굳이 참여하지 않고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좀 덜 바쁘게 이 도시를 즐기고 싶었다. 마침 어제 들렀던 식당 앞에 한인 여행사가 있었던 터라 무슨 즐길 거리나 볼 거리가 있는지 들려보기로 하였다. 아내가 먼저 가서 오쇼를 예약하고 왔는데 무슨 리플렛 하나를 들고왔다. 하루 투어나 반나절 투어를 안내하는 건데 낮에 시간도 많고하니 반나절 투어가 가능하면 한 번 참여하자고 결정하고 전화했더니 가능하단다. 다시 가서보니 주차장 입구를 사이에 두고 식당을 마주보고 있는 여행사는 말이 여행사지 다른 주택 현관을 막아 간이 사무실로 쓰는 거 같았다(물론 뒤쪽으로 다른 출입구가 있어야지 그 집은 출입가능할 것이다). 잠깐 기다리니 7인승 밴이 데리러 왔고 불의 계곡Valley of Fire에 가기로 하였다. 차로 한 시간 정도의 거리인데 네 다섯 시간 정도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고 하였다. 가면서 샘 김 사장님에게 이름이 왜 불의 계곡이냐고 물었더니 가보면 안다고 하였는데 가서 보니 정말 불의 계곡이다. 석회암과 붉은 사암들이 비바람에 깍이고 풍화되어 작열하는 태양빛에 반사되는 게 마치 불타는 계곡같다고 하여 불의 계곡이란다. 정식명칭은 Valley of Fire State Park라는데, 국립공원이 아니고 주립공원이냐고 물었더니 여기서 국립공원 되는 게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고 한다. 50개나 되는 주에서 주립공원인 관광지를 국립공원으로 하려다보니 경쟁도 치열하고 로비도 많지만 아직까지 주립공원이라고 하였다. 어쨋든 라스베거스에서 결혼식 올리는 부부는 여기와서 웨딩 촬영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마침 혼례식을 하던 신혼부부도 만나게 되었다. 기온이 거의 37~8도 정도 되는 땡볕에서 신랑신부와 하객 십 여명 정도가 모여 나름 화려하게 하는데(리무진을 빌려 타고 온 거 같다) 참 실속있게 한다는 생각을 해봤다. 이 곳에서는 또 자동차 광고도 많이 찍었다는데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붉은 암석들 사이로 시원하게 뻗은 도로가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런 길로 멋진 스포츠카나 레저용 자동차를 타고 달린다면 그림이 나오겠구나 싶다.
오며 가는 사이에 이 곳 생활이며 여행 관련한 얘기를 하는 중에 먼저 얘기했던 김득구 선수 얘기도 듣게 되었고, 김 선수 사후 태어난 유복자가 있는데 벌써 서른 가까이 되었겠다는 얘기도 나누었다. 또 여러 무료 공연도 여기저기 있어서 시간만 잘 맞추면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정보도 얻어 들었다. 대표적인 게 LG전자쇼와 어제 분수쇼 또 하나 다른 무료 쇼를 묶어서 투어 상품으로 만들어 한극인 관광객을 모시고 있다고도 했다.
## 불의 계곡 입구 간판
## 코끼리 바위, 진짜 코끼리 코랑 몸통같긴 하다
## 야외 웨딩 장면, 무지 더운데 땡볕아래에서 진행중임
## 고대 암각화, 수천년 전 원주민들의 수렵, 사냥 등의 기록이 새겨져있다 함
## 유명 자동차 광고에 많이 등장했다는 도로, 파란 하늘과 벌건 바위산을 배경으로 시원하게 뻗은 도로가 인상적임
어쨋든 저녁은 옛 다운타운 한 호텔의 뷔페식사, 그리고 저녁 8시 엘지전자쇼를 보고 택시타고 벨라지오에 가서 9시 반에 오쇼를 보는 걸로 하였다. 저녁먹고 시간맞춰서 나가니 이미 수많은 시민과 여행객들이 길을 점령하고 있었는데 머리위로는 3~4층 건물 천정위로 엘시디 화면이 수십 미터 길이 곡선으로 펼쳐져 있는데 화려한 화면과 음향이 순간순간 지나간다. 일명 엘지전자쇼인데 그 천정에 있는 곡면스크린이 무려 4만개의 엘이디LED 등으로 채워져 있다고 한다. 그 아래서는 여러 아마츄어 예술인들이 각종 공연을 하고 또 여러 분장을 한 사람들이 같이 사진 찍어주는 댓가로 팁을 받고 있고,, 참 사는 모습도 다양하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성인쇼에서나 볼법하게 가죽 팬티만 입은 남자 두 셋이서 지나가는 여자들 엉덩이를 슬쩍 만지고 같이 사진을 찍어주는 가 하면 반대로 비키니만 걸친 여자들이 지나는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고 팁을 받기도 하는 걸 보면 참 자유스러운 나라라는 게 절로 끄덕여진다. 정신없이 돌아보고 웃고 떠들다보니 벌써 공연시간이 다가온다. 그 말로만 듣고 극찬을 받은 쇼를 보러갈 시간이다.
## 호텔 야외카지노 광경
## 세계에서 가장 큰 금덩어리(?)라고 하는데 호텔 로비에 진열되어 있음
## 엘지전자쇼가 펼쳐지는 천정스크린과 길거리 난타 쇼
어제 카쇼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미 줄 서 있고 팜플렛을 판매하기도 하고 대기하는 공간 머리위로 조그만 화면에서 지난 공연 모습을 잠깐식 보여주는 데 글쎄 그렇게 유명한 지 싶다. 마침내 시간이 되어서 자리에 앉았는 데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다. 일주일에 월화요일 빼고 매일 2회 공연에 거의 전석 매진이라는 데 다행히 어찌 입장권을 구했으니 퍽이나 행운이다. 처음 시작부터 한 시간 반가량 소요되는 공연은 대사 한 마디 없이 오로지 몸짓과 음악으로만 표현하는데도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배우들은 전직 수영, 다이빙, 수중발레, 서커스 등의 전문영역에서 활동해 온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들로 구성되어 있고, 무대에는 500만리터 가까운 물을 담을 수 있는 수조가 있는데 몇 초만에 수조에 물을 가득 채우고 뺄 수 있는 무대장치라니 놀랍기만 하다. 이런 특별한 무대 장치때문에 오로지 이 곳에서만 10년 넘게 공연을 하고 있다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배우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하고 관객들은 웃음과 박수로 호응하는 아름다운 무대였는 데 그 중에서도 단연 압권은 가수다. 음악 역시 생음악으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여자 가수가 노래를 하는 데 어느 순간 무대 오른 쪽 2층 유리상자 안에 조명이 들어오면서 가수가 노래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그이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중간중간 가벼운 춤을 추면서 노래를 하는 데 물론 노래를 잘하기도 하거니와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과 행복한 표정에 조명이 있는 잠깐 동안 시선을 뗄 수가 없을 정도다. 마치 고대 신화에서 여신이 나와 노래하고 춤추나 싶을 정도로 혼을 쏙 빼놓았다.
어쨋든 예정된 한 시간 반이 지나고 끝나야 하는 아쉬운 순간이다. 배우들은 모두 무대로 나와 차례로 물속에 뛰어드는 퍼포먼스로 멋지게 피날레를 장식한다. 아! 어제도 카쇼를 볼걸 하는 후회가 들고, 나중에 다시 이 공연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참 아름다운 밤일수 밖에 없다. 브라이스 캐년이 자연이 만들어 낸 작품이라면 오쇼는 인간이 만든 작품이자 걸작이 아닐 수 없다. 혹시라도 라스베거스에 여행가는 분이 있다면 꼭 예약을 하여 오쇼를 보시라고 강추하는 바이다.
## 입장권
https://youtu.be/Vm11jzx7Ka0
## 오쇼 유투브 영상 트레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