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발상지에 따른 숫자 표현 방법
수학이 과학의 언어라면 숫자는 수학의 언어이다. 인류문명이 발생하면서 수의 개념이 도입됐고, 이를 쉽게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에 의해 오늘날 우리가 쓰는 아라비아 숫자 1, 2 ,3 … 이 생겨났다.
기원전 300년경부터 인도에서 발달한 아라비아 숫자는 <그림 1>과 같이 그 모양이 조금씩 변형되어 20세기에 이르러서는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글자체로까지 변천돼 온 것이다.
숫자는 나일·황하·메소포타미아·인더스 등 문명의 발상지에 따라 독특한 방법으로 표현돼 왔는데 그 다양한 표현 방법들에 대하여 알아보자.
이집트 숫자
B.C. 3500년부터 쓰여진 이집트 숫자는 자리수에 해당되는 그림을 필요한 수만큼 늘어놓아 원하는 수를 표현하였다. 즉 <그림 2>는 1,143,254를 나타내는데 백만자리의 그림은 하도 큰 수이기 때문에 사람이 손을 번쩍 들고 놀라는 모양이고, 십만자리 수는 올챙이 그림, 만자리는 굽은 손가락 또는 나일강변의 갈대모양, 천자리는 연꽃, 백자리는 꼰 새끼줄, 십자리는 발굽모양 또는 일의 자리 수를 굽힌 것이고 일의 자리는 그냥 한 줄을 그은 것이다.
60진법의 수 천문학에 사용
수메르 숫자
고도의 문명을 자랑하며 인류 최초로 글자를 사용했다고 알려진 수메르인들은 B.C. 3200년경부터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살았는데, 그들은 문자와 숫자를 진흙 판 위에 새겨 놓아 오늘날 그 역사를 더듬어 볼 수 있다. 수메르인들은 두 가지 숫자를 사용했는데 그 중 하나는 60진법의 수 표시로 주로 천문학을 위해 사용했다. 숫자를 나타내는 그림도 <그림 3>과 같이 망원경을 놓는 모양을 따라 만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숫자표기는 B.C. 2750년경부터 쓰기 시작한 <그림 4>와 같은 쐐기모양의 숫자표기 때문에 점차 쓰여지지 않게 됐다.
그리스 숫자
그리스인들은 그림을 사용하지 않고 <그림 5>와 같이 알파벳에다 값을 부여하고 이를 이용하여 <그림 6>과 같이 윗줄을 그어 문자와 구별해 수를 표현했다.
천자리는 알파에서 쎄타까지를 활용했는데 다만 글자의 왼쪽에 점을 찍어 1000, 2000 … 9000을 표시하였고, 만자리는 글자 M위에다 알파에서 쎄타까지를 써서 각각 10000, 20000 … 90,000을 표시하였다.
로마 숫자
로마의 숫자는 그리스 문자를 사용하여 <그림 7>과 같이 표현되었다.
특이한 것은 1000, 10000, 10만, 100만의 표기인데 이는 ‘C’ 또는 ‘(’를 사용해 자리수를 표현했다. 즉, (I)은 천, ((I))은 만, (((I)))은 십만, ((((I))))은 백만이 된다.
짝수는 발이 둘, 홀수는 발이 하나
중국 숫자
우리에게 친근한 한자의 숫자표기는 재미있는 성질을 갖고 있다. 즉 짝수를 표현하는 한자는 발이 두 개이고(四, 六, 八), 홀수를 표현하는 한자는 발이 하나이다(五, 七, 九). 한편, 중국이나 대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인들이 쓰는 숫자는 <그림 8>과 같다.
중국에서 약 2000년 전에 발명돼 동양문화권에서 150년 전까지 사용되던 막대숫자 표기는 <그림 9>와 같은데 이러한 표현은 한국과 일본에서도 사용돼 왔다. 숫자 표현의 혼동을 피하기 위하여 자리수에 따라 막대숫자를 교차 사용하였다.
<그림 10>은 마야, 로마, 한자, 막대숫자, 바빌로니아, 이집트, 히브리, 힌두-아라비아, 2진법들의 숫자가 어우러져 있다. 1,2,3,4 순으로 숫자를 찾아본 후, 그 중에서 소수(prime number)에 해당되는 점들을 이어보면 숨은 그림을 발견할 수 있다. 무슨 그림이 숨어 있을까. 독자들이 찾아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