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가 거의 끝나가는 간척지 방파제 뒤로
오후가 되면서 커다란 들판이 또 하나 생긴다.
매월 음력 보름과 그믐쯤에는 물이 가장 많이 들고 나는데
서너시쯤 되면 거의 드러난 갯벌로
저쪽 마량과는 한땅인 것처럼 보인다.
갯벌 가운데로
흐르는 조그만 강 같은 물길이 없다면
이 시간에 여기를 처음 와 본 사람은
물이 찰랑대던 바다를 상상도 못 할것이다.
요 며칠은 늘 물에 둥둥 떠다니던
죽도도 다리를 걷고 좀 쉬기도 한다.
죽도 뒤로 또 섬 같은 게 하나 보이는데
한쪽 발은 아직도 바다 쪽으로 뻗고 있는 걸 보니
그쪽도 간척을 하기 전에는
죽도와 쌍둥이 섬처럼 보여 예뻤겠다
육지로 시집보낸 누이가 저만치
보이는 데서 자꾸 손짓을 하니 죽도도 참 힘들었겠다.
어쩌면 매일 <바다가 육지라면>을 부르며
보름과 그믐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강진 앞바다는
외로이 떠 있는 죽도가 없었으면 꽤 삭막했을 거다.
요즘 세상은 참으로 복잡 다양하다.
색깔로 니누어진 인종도그러하지만,
나라마다.전통과 문화도 다르고 언어도 각각이다.
성경에 자면 인류는 아담과 하와의 후손이 되는데
어찌하여 하나님 말씀을 안 듣고
'삐딱선'을 타서 오늘날 인류를 이렇게 많이 헷갈리게
혜쳐놓아 힘센 나라의 언어를 배운다고 애들까지 고생시키나.
인류가 성경 말 처럼 아담과 하와의 자손이든,
부처님 말씀처럼 모든 인연이 모여 이루어졌든,
진화론자들의 주장대로
미생물에서 진화를 했든 최초의 출발점은 있었을 것이다.
아주 거대한 그물처럼 얽혀 있는 온갖 중생들도
아마 이 최초의 인간을 들어 올리면 한그물에 다 엮여 있을 것이다.
불교 용어에 '인드라'가 있다.
인도의 수많은 신가운데 하나로
한역하여 제석천 이라고도 하는데,
신력이 특허 뛰어나 부처님 전생 때부터
그 수행의 장에 출현하며
수행을 외호하는 신으로로 표현되고 있다.
바로 이 제석천의 궁전에는
보배 구슬로 만들어진 그물이 있는데
이 그물을 '인드라망'이라고 한다.
이 그물코마다의 투명구슬에는
우주 삼라만상이 휘황찬란하게 투영되는데
동시에 겹겹으로 서로 서로 투영되고 서로서로 투영을 받아들인다.
총체적으로 무궁무진하게 투영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불교의 연기법, 연기적 세계관도 바로 이와 같다.
이 세상 모든 법과 모든 중생들이 하나하나 별개의 구슬같이
아름다운 소질을 갖고 있으면서 그 개체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결코
그하나가 다른 것들과 떨어져
전혀 다른 것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서로 뗄려야 뗄 수 없는 하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존재가 서로
관계하면서도 서로 장애가 되지 않으며.
존재하는 모든 중생이알고 보면
따로 떨어진 개체가 아니고, 하나로 연결된 몸인 것이다.
나와 남이 둘이 아닌 경계.
나의 고통과 남의 고통이 따로 떨어져 있는것이 아니라
서로 이어져 한몸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경계.
곧 동체대비 사상이다.
지구라는 커다란 땅덩이 위에는
어마어마한 바다가 모든 땅들을 갈라놓고 있지만,
저 강진만 물이 빠지면 갈라졌던 두 쪽 땅이 하나가 되 듯이 .
깊은 바닷속도 그 끝은 결국 모두
하나의 땅 위에 존재하는 한 몸뚱이것이다.
다만 중생들이 미혹하여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떠다니는 섬만 보니
자타경계가 생겨나 허구한 날 서로
내가 옳으니 네가 그르니 하며 다툼을 일삼는 것이다
여기서 가까운 목포에 사형 스님이 계시는데
전에 가끔 일이 있을 때 가서 도와드리곤 했었다.
아마 이 스님처럼 다양한
수행 프로그램을 몸으로 체험한 이도 드물 것이다.
그 모든 것을 거쳐 당신 나름대로의
수행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많은 부분이 공감이 갔다.
주로 영가장애를 받는 사람에게
최면요법을 통해 독특한 방식으로 천도를 하는데 .
한번은 옆에서 지켜보며서
'아, 이런 세계도 있구나' 할 정도로
새로운 사실을 경험하게 됐다.
사형 스님의 이론은
모든 사람들의 잠재의식과
돌아가신 분들의 의식까지도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영가 치료를 하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환자가 전혀 모르는 몇 대 위의 조상이 있거나.
타인인 것 같아도 따져보면
어떻게든 환자하고 인연이 있는 영가가 장애를 주고 있었다.
그런 영가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나를 알아 달라' 라고 호소하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 중에 그래도
이 환자가 제일 자기 말을 잘 들을 것같아
자신의 한을 토로하느라
떼를 쓰는 것이 결국 몸에 병으로 나타나는것 이었다.
그 정도가 심한 경우는
직접 몸에
의탁을 해서 자기 몸처럼 쓰는경우이고,
조금 덜한 경우는
들락거리면서 몸을 아프게 하는 경우이며
직접 몸에 의탁을 하지 않다도
그 사람 주위나 집안에 늘 머물면서
가족의 몸을 아프게 하거나
집안에 우환을 조장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몸을 아프게 하거나 장애를 주면
그 사람이 견디다 못해
절이나 무당에게 가서 천도를 하게끔 하는 것이었다
종합해보면
우리의 몸들이야 서로 떨어져 있지만.
깊은 잠재의식끼리는 서로 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가끔 매체에서 접하는
초능력 소유자들이 가진 능력도 알고 보면
우리 모두 내면에 가지고 있는
능력들인데 써먹질 못하는 것일 뿐 이다.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 자식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본능적으로 그느낌을 평소 의지하고 있는 사람에게 보내면
그 파장이 강한 사람은 누나그 상황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느낌을 전달받은 사람의 도움으로
다시 기적처럼 살아난 남들의 체험담도 많이 있다.
그것은
깊은 잠재의식끼리는
서로 통하고 있다는 증거다.
뿌리가 하나인 것이다
인류의 시조가 누구였든지 간에
그 뿌리에서 내려온
유전인자가 모두의 의식 속에 남아 있어
결국 모든 중생은
나와 남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며 '우리'인 것이다
나는 출가 초기에 이른바
'눈물병'을 호되게 치른 적이 있다.
만행 중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그리도 안타깝고 슬퍼 보일 수가 없었다.
깊은 산 오솔길을 지나다 길가에 핀
이름 모를 들꽃을 앞에 두고 눈물을
펑펑 쏟아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 시절 내 고뇌와 고통들을 어쩌면
그들이 먼저 알아 의식이
서로 부대끼며 위로라도 주고받았는지 모른다.
다시 강진만이 바다로 변하고 있다.
다리를 쪽 뻗고 쉬고 있던
죽도도 주섬주섬 일어설 채비를 하고 있다.
세월이 갈수록 점점 색 바래져 가는 듯한
내 초발심 때의 순수한 의식의 흐름이 이 한 철,
들고 나는 저 바다를 보며 맑은 영혼으로 거듭나길 ....
그리하여 고통에 몸부림치는
온 중생들의 의식의 흐름가지도 모두 알아.
그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 수 있는
대자비심의 샘물이 영혼에 가득 넘쳐나길 기원한다
오후에 혜안 스님에게 부탁해서 편지지를 좀 갖다 달라 했다.
아무래도 의사한테 직접 편지라도 하는 게 좋을 듯싶어서..
무문관에 편지지를 펼쳐놓고 않으니
갑자기 왜 이리도 서러워지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내던져진 삶이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어서:"""
의사가 부탁대로 처방을 해주면 다행이고,
아니면 하는 수 없고.""" .
6.27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