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보는 세상] 司直
‘염소 갖옷에 표범 가죽 소매를 다니(羔裘豹飾), 매우 늠름하고 힘이 있네(孔武有力). 저 우리 님께서(彼其之子) 나라 백성 바로잡는 일 맡으셨네(邦之司直).’
『시경(詩經)』 정풍(鄭風) 편의 시 ‘고구(羔裘)’의 일부다. 나라를 바로 세울 영웅이 나타나기를 바라는 노래다. 시종일관 절개와 정조가 변치 않는다는 ‘시종불투(始終不渝)’라는 성어가 이 시에서 나왔다. 여기서 사직(司直)은 공명정직(公明正直)을 맡는다는 뜻이다. 법에 따라 정사(正邪)·곡직(曲直)을 판단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사(司)는 신에게 기도하는 축사를 놓는 그릇[口]을 앞에 놓고 두 손을 조아린 채 허리를 굽힌 사람의 모습이다. 신의 계시를 받던 제관(祭官)에서 직무를 맡은 벼슬아치로 뜻이 변했다.
관직으로서 사직은 중국에서 한무제(漢武帝)때 처음 설치됐다. 승상(丞相)을 도와 불법을 저지른 관원들을 검거하는 것이 임무였다. 조선에서 사직 기능은 사헌부(司憲府)가 맡았다. 시정(時政)의 득실(得失)을 논의하고 관료들을 규찰(糾察)하여 기강을 떨치고 풍속을 바로잡으며, 억울함을 풀어주고, 참람(僭濫)한 것과 거짓된 것을 금하는 역할을 했다. 왕에게 쓴소리를 하고 관리들을 탄핵하던 사간원(司諫院)과 함께 양사(兩司)로 불렸다. 조선시대 관료들은 양사에서 일하는 것을 가장 영예롭게 여겼다. 근래에 들어서는 사정(司正)이 보다 자주 쓰인다. 검찰·경찰·국정원·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이 사정기관에 해당한다.
최근 청목회 로비의혹 수사와 청와대의 ‘대포폰’ 부실 수사로 사정기관 검찰의 형평성과 중립성이 도마에 올랐다. “임금에게 허물이 있으면 임금의 노여움을 거스르고 임금의 위엄에 항거하며 무서운 형벌도 사양하지 않는다. 또 장상(將相)이나 대신이 허물이 있으면 법으로 규탄하고, 종친·외척 중에 교만하고 사나운 자가 있으면 탄핵하고 공격한다. 소인이 조정에 있으면 반드시 내보내려 하고, 탐관(貪官)이 벼슬에 있으면 기어이 쫓으려고 한다. 곧은 자를 천거하고 굽은 자를 버리며, 흐린 것을 배격하고 맑은 것을 찬양한다. 정색하고 조정에 서면 백료(百僚)가 떨고 두려워한다.” 조선 초 대사헌(大司憲)을 역임한 서거정(徐居正)의 일갈이 새삼 떠오르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