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탄생) 생각 도구 패턴 인식
다빈치의 새로운 아이디서는 패턴인식에서부터
패턴 속의 패턴을 찾아내는 일은 많은 예술가들을 자극한다. 19세기의 유ㅑ리 공예가였던 에밀 갈레(Emille Galle)는 유리를 불었을 때 나오는 기상천외한 모양과 효과에서 일정한 패턴을 찾고자 했다. 그는 벽지의 대리석 무늬가 수천 개의 신기한 형상, 혹은 석양의 그름, 거대한 양 우리로 변한다고 말했다.
초현실주의 화가 막스 에른스트(Max Ernst)는 폭우로 인해 해안가 여관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게 되었을 때 불현듯 나무가 깔린 방바닥에서 한 가지 영감을 받게 된다. 그는 우툴두툴한 나무바닥에 종이를 대고 연필로 그 위를 문질렀다. 그러자 서로 들어맞지 않는 상들이 비현실적으로 이어진 무늬가 나타났다. 그는 당시 일을 이렇게 회상했다. "호기심이 솟고 흥분으로 가슴이 뛰었다. 나는 눈에 띄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거기에 대고 작업을 계속했다. 나뭇잎과 잎맥, 마대자루의 해진 가장자리, '현대' 유화의 붓놀림 자국, 실타래에서 풀린 무명실까지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
에른스트는 곧 패턴에 의한 열광을 밑걸음 삼아 몇 가지 새로운 미술기법을 만들어냈는데 이는 현대미술에 예기치 않은 혁명을 몰고 왔다. 에른스트가 개발한 기법으로 프로타주(frottage)가 있는데, 이것은 어떤 물체 위에 종이를 놓고 연필이나 크레용으로 그 위를 문질러서 질감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라타주(grattage)는 질감이 거친 물체 위에 캔버스를 덮고 그 위에 물감을 칠하는 것이고 데컬코나미(decalcomania)는 종이 위에 무작위로 물감을 떨군 후 그 위에 종이를 올려놓고 가볍게 문질러서 무늬를 떠내는 것을 말한다. '로르샤흐형 얼룩(Rorschach-type blot)'은 바로 이 데칼코머니 기법으로 만들어지는 것인데, 종이 한 장을 놓고 한가운데 잉크나 물감을 떨구고 그것을 반으로 접은 다음 다시 펴는 것이다. 여기서 생기는 선, 질감, 모양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이 경우 관찰자들은 각자 인식하는 이미지의 의미를 나름대로 해석하는 것은 물론, 어떤 면에서는 그 이미지를 '만든다'고도 볼 수 있다.
레오나르드 다빈치(Leonardo Davinci) 역시 '패턴인식'을 이용하여 새로운 생각을 내놓곤 했다. '마음을 일깨워 발명하는 방법'에 대해서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벽에 낀 얼룩이나 종류가 다른 돌들이 만들어내는 문양 속에서 하나의 장면을 떠올릴 수 있다. 산과 강, 바위, 나무, 평화, 넓은 계곡, 언덕으로 이루어진 풍경과의 유사성도 발견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전투장면이나 움직이는 형상, 기이한 얼굴과 의상, 그 밖에 어떤 완벽한 형상으로도 환원될 수 있는 무한히 다양한 대상들이 보일지도 모른다."
다빈치는 자신의 '발명기제'를 시각적으로뿐만 아니라 창작적으로도 사용했다. 이탈리아 궁정에서 열리는 여흥이나 즉흥연주회에 참여할 만큼 뛰어난 음악가이기도 했던 그는 패턴을 발견하는 데 있어서 눈만큼 귀로 예리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벽의 복잡한 문양 속에서 형상을 발견하는 것은 마치 시끄러운 종소리 속에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이름이나 단어를 찾아내는 일과 같다"라고 그는 말하고 있다.(저자 로비트 루트번스타인 ·미셀 루트번스타인, 번역 박종성, 출판사 에코의 서제, 2007)
- 김치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