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水滸傳•제 119편
고태위가 호연작에게 물었다.
“장군은 누구를 선봉으로 삼으려 하시오?”
호연작이 아뢰었다.
“제가 천거하려는 사람은 진주의 단련사인 한도(韓滔)입니다. 그는 원래 동경 사람으로, 일찍이 무과에 급제했고 대추나무로 자루를 만든 조목삭(棗木槊)이란 창을 잘 쓰는데, 사람들은 그를 백전백승의 장군이라는 뜻으로 ‘백승장(百勝將)’이라 부릅니다. 이 사람이 선봉이 될 만합니다.
또 한 사람은 영주의 단련사인 팽기(彭玘)입니다. 그 역시 동경 사람인데, 대대로 장수를 배출한 가문 출신으로 한 자루의 끝이 세 갈래이고 양쪽으로 날이 있는 삼첨양인도(三尖兩刃刀)를 잘 쓰고 무예가 출중합니다. 하늘에 눈이 달린 것처럼 적진을 잘 살핀다고 하여 사람들이 그를 ‘천목장(天目將)이라 부릅니다. 이 사람이 부선봉이 될 만합니다.”
고태위가 듣고서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한도와 팽기, 두 장수를 선봉으로 삼는다면, 어찌 미친 도적 따위를 근심하겠는가?”
고태위는 전수부에서 공문 두 장을 발송하여, 추밀원에서 밤새워 사람을 진주와 영주로 보내 한도와 팽기를 동경으로 소환하게 하였다. 열흘이 지나지 않아 두 장수가 경성에 당도하여, 전수부로 와서 고태위와 호연작에게 인사하였다.
다음 날, 고태위는 세 사람을 데리고 훈련장으로 가서 그들의 무예 시범을 참관하였다. 그리고 전수부로 돌아와 추밀원 관원들과 함께 군사 기밀을 의논했다. 고태위가 물었다.
“세 군데 군마는 숫자가 얼마나 되는가?”
호연작이 대답했다.
“세 군데 군마는 5천이고, 보군은 1만 정도 됩니다.”
“세 사람은 각자 자기 주로 돌아가, 정예병으로 마군 3천과 보군 5천을 선발하여 날짜를 정하고 양산박을 토벌하러 가시오.”
“이 세 군데 군병은 모두 훈련이 잘 되어 있어 사람은 강하고 말은 건장하니, 태위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갑옷이 아직 완전히 갖추어지지 않아 날짜를 지키지 못할까 염려됩니다. 태위께서는 기한을 늦춰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그대들은 동경 무기고에서 수량에 구애받지 말고 임의대로 갑옷과 투구, 무기 등을 수령하여 가시오. 군마를 잘 정돈해야 적을 무찌를 수 있는 것이니, 출전하는 날 내가 관리를 보내 점검하도록 하겠소.”
호연작은 명을 받고 두 사람과 함께 무기고로 갔다. 철갑옷 3천 벌, 가죽으로 된 말갑옷 5천 벌, 투구 3천 개, 장창 2천 자루, 칼 1천 자루, 숫자를 헤아릴 수 없는 활과 화살, 화포와 철포 5백여 대를 수령하여 수레에 실었다. 세 사람이 출발하는 날, 고태위는 전마(戰馬) 3천 필을 내주었다. 세 장군에게는 각각 금은과 비단을 상을 내리고, 삼군에게는 풍족한 식량을 지급하였다. 세 장군은 필승의 군령장을 제출하고, 고태위와 추밀원 관리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서 말에 올라 여녕주로 달려갔다.
여녕주에 당도하자, 호연작은 한도와 팽기에게 각각 진주와 영주로 가서 군사를 일으켜 여녕주로 와서 합류하라고 하였다. 보름이 지나지 않아 세 군데의 병마가 모두 준비를 마쳤다. 호연작이 경성에서 가져온 갑옷·투구·칼·창·깃발·말 등을 삼군에 나누어 주고 출전을 기다렸다.
고태위는 전수부의 군관 둘을 보내 점검하고 삼군에 상을 내리고 위로하였다. 호연작은 군대를 셋으로 나누어 성을 나갔다. 길을 여는 전군은 한도, 중군 주장은 호연작, 후군은 팽기가 맡아 기세당당하게 양산박을 향해 진격하였다.
한편, 양산박의 정탐꾼은 이 소식을 산채에 보고하였다. 그때 취의청에서는 조개·송강·오용·공손승 등 여러 두령들이 시진의 입당을 축하하면서 종일 연회를 열고 있었다. 여녕주의 쌍편(雙鞭) 호연작이 군마를 거느리고 토벌하러 온다는 보고를 받고, 적을 맞이할 대책을 상의하였다. 오용이 말했다.
“내가 들으니, 이 사람은 개국공신인 하동의 명장 호연찬의 적파 자손인데, 무예가 뛰어나고 두 개의 동편을 잘 써서 사람이 접근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반드시 용맹한 장수를 내보내 대적한 다음, 지략을 써서 사로잡아야 합니다.”
말이 미처 끝나기 전에, 흑선풍 이규가 나서서 말했다.
“내가 가서 그놈을 잡아오겠습니다.”
송강이 말했다.
“네가 어딜 간다는 거냐? 내가 배정하겠다. 벽력화 진명이 선봉, 표자두 임충이 제2진, 소이광 화영이 제3진, 일장청 호삼람이 제4진, 병울지 손립이 제5진을 맡는다. 다섯 부대가 물레 돌듯이 한 부대가 싸우다 물러나면 다음 부대가 그 뒤를 이어 싸운다.
내가 열 명의 형제와 함께 대부대를 거느리고 뒤를 받치겠다. 좌군은 주동·뇌횡·목홍·황신·여방이 맡고, 우군은 양웅·석수·구붕·마린·곽성이 맡는다. 수로는 이준·장횡·장순과 완가 삼형제가 배를 타고 접응한다. 이규와 양림은 보군을 이끌고 두 길로 나누어 매복했다가 구원한다.”
송강이 배정을 마치자, 선봉 진명이 먼저 인마를 거느리고 하산하여 넓은 들판에 진세를 벌렸다. 때는 겨울이었지만 날씨가 아주 온화하였다. 하루를 기다리자 멀리서 관군이 오는 것이 보였다. 선봉 백승장 한도가 병력을 인솔하고 와서 목책을 세우고 하채하였다. 그날은 출전하지 않았다.
다음 날, 날이 밝자 양군이 대치하여 북을 세 번 울리고 각각 장수가 진 앞으로 나왔다. 진명이 낭아곤을 들고 문기 아래 나타나자, 선봉장 한도가 창을 비껴들고 진명을 큰소리로 꾸짖었다.
“천병이 당도하였으니 빨리 투항하라! 저항하지 않으면 죽음은 면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호수를 메우고 양산을 박살내, 너희 반적의 무리를 사로잡아 동경으로 압송하여 만 갈래로 찢어 죽일 것이다!”
진명은 본래 성질이 급한 사람이라, 한도의 말을 듣자마자 아무 말 없이 말을 박차고 낭아곤을 휘두르며 곧장 한도에게 달려들었다. 한도도 창을 들고 말을 몰아 나와 진명과 맞붙었다. 싸움이 20여 합에 이르자, 한도가 힘이 모자라 막 도주하려고 할 때 뒤에 중군 주장 호연작이 당도하였다. 호연작은 한도가 진명을 이기지 못하는 것을 보고, 척설오추마를 타고 쌍편을 휘두르며 달려 나왔다. 진명이 보고 호연작과 싸우려 하자, 제2진의 표자두 임충이 달려 나오며 소리쳤다.
“진통제는 잠시 쉬시오! 내가 저놈과 3백 합쯤 싸우는 거나 구경하시오!”
임충이 장팔사모를 들고 곧장 호연작에게 달려들었다. 진명은 군마를 이끌고 좌측 산모퉁이 뒤로 돌아갔다. 호연작과 임충은 정말 호적수였다. 사모과 강편이 오고 가는 것이 마치 한 폭의 비단을 펼친 듯했다. 싸움이 50합이 넘도록 승부가 나지 않았다. 제3진 소이광 화영의 부대가 당도하여 진문 아래에서 소리쳤다.
“임장군은 잠시 쉬시오! 내가 저놈을 사로잡는 걸 구경하시오!”
임충이 말을 돌려 돌아가자, 호연작도 임충의 무예가 고강함을 알고 본진으로 돌아갔다. 임충은 본부군마를 이끌고 산모퉁이 뒤로 돌아가고, 화영이 대신 쟁을 들고 출전하였다. 호연작의 후군도 당도하여, 천목장 팽기가 삼첨양인도를 들고 황화마(黃花馬)를 타고 출전하여 화영을 꾸짖었다.
“나라를 배반한 역적은 말할 건더기도 없다! 나랑 승부를 내자!”
화영이 크게 노하여 대답도 없이 달려 나가 팽기와 교전하였다. 두 사람이 교전한 지 20여 합이 되자, 호연작은 팽기가 힘이 부족한 것을 보고 말을 몰아 쌍편을 휘두르며 곧장 화영에게 달려들었다. 3합도 채 싸우지 않았는데, 제4진 일장청 호삼랑이 당도하여 소리쳤다.
“화장군은 잠시 쉬시오! 내가 저놈을 잡는 걸 구경하시오!”
화영이 군사를 이끌고 좌측 산모퉁이 뒤로 돌아가자, 팽기는 일장청과 교전하였다. 제5진 병울지 손립의 군마가 당도하여, 진 앞에 말을 세우고 호삼랑이 팽기와 교전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이 먼지를 일으키며 싸우는데 살기가 등등하였다.
하나는 대간도를 휘두르고 하나는 쌍도를 휘둘렀다. 싸움이 20여 합에 이르자 일장청이 쌍도를 접고 말을 돌려 도주하였다. 팽기는 공로를 세울 요량으로 말을 몰아 추격했다. 일장청이 쌍도를 안장에 걸고 전포 밑에서 24개의 갈고리가 달려 있는 붉은 올가미를 꺼냈다. 팽기의 말이 접근하자 몸을 돌려 올가미를 공중으로 던졌다. 팽기는 손 쓸 사이도 없이 올가미에 걸려 말에서 떨어졌다. 손립이 군사들에게 명하여 팽기를 사로잡았다.
호연작은 팽기가 사로잡히는 것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