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을 뛰어넘는다는 의미로 지었을 3년 전 아반떼의 수식, 슈퍼 노멀. 당시 이에 이의를 제기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만큼 좋은 방향으로 바뀐 디자인에 사람들은 지갑을 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지난달, 경기도 한 스튜디오에서 6세대 부분변경 신형 아반떼를 만났다.
육감적 매력의 시작
사회 초년생을 아우르는 국내 시장 타깃을 생각한다면 아반떼가 지녀야 할 가장 큰 덕목은 무난한 생김새에 있었다. 실제로도 이를 꾸준히 지켜온 게 아반떼였다. 슈퍼 노멀 버전에서 필요 이상으로 잘 생기게 바뀐 외모는 아반떼 마니아들의 기분을 한층 들뜨게 했다. 그랬던 과거와 비교할 때, 아반떼 부분 변경 모델의 디자인은 다소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파격적인 수준의 디자인 변화는 페이스리프트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다. 좋은 점수를 받았던 이전 디자인을 확 뒤집어 버린 거다. 안 그래도 보수적 성향을 띠는 자동차 회사에서 쉽지 않은 시도다. 기아 K5 경우만 하더라도 잘 다져놓은 틀 안에서 가지고 놀며 큰 변화 없이 지금까지 이어 왔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신형 아반떼의 변화는 라디에이터 그릴부터 시작한다. 현대차 패밀리룩 캐스케이딩 그릴이 보다 적극적으로, 아니 극적으로 쓰인다. 다소 둥글리며 부드러운 인상을 줬던 그릴에 각이 제대로 섰다. 삼각형으로 파격적으로 변신한 헤드램프는 라디에이터 그릴 안으로 침범해 들어간다. 이 디자인 덕에 다소 길고 거대해진 헤드램프가 적어도 사이즈 면에서는 전과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안개등이 자리한 범퍼 하단의 입체적인 면 구성은 기존 디자인과의 차이가 확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뒤로 가면 쏘나타 뉴 라이즈와 유사한 테일램프 디자인을 적용하되, 보다 날렵하게 표현해 혁신을 이어간다.
세대 변경에 가까운 변화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신형 아반떼는 스스로의 라이벌을 자기 자신으로 규정한다. 극기(克己)의 자세는 시야를 보다 넓게 가져갈 때 쓰는 전략이다. 아반떼 전체 판매량에서 한국 시장이 담당하는 숫자는 예전 같지 않다. 해외에서 훨씬 많이 팔리는 만큼 수많은 경쟁 모델 사이에서 눈에 띄기 위한 전략의 결과다. 안방 시장 수준의 디자인에서 벗어나야 하는 건 당연지사. 신형 아반떼는 현대차가 명명한 ‘센슈어스 스포티니스(sensuous sportiness)’ 디자인 철학의 시작이 되는 모델이기도 하다. 이 철학은 후에 공개될 신형 쏘나타에 보다 적극적으로 적용될 계획이다.
충만해진 스포티 감성
‘파격’이란 단어가 전혀 과장이 아닌 외관 변화와 달리, 실내는 그 변화의 정도가 옅다. 이전 모델의 레이아웃을 그대로 가져간다. 대신 소소한 디테일을 추가해 실내에 머무르는 즐거움을 한층 높였다.
신형 아반떼는 코나와 벨로스터에 쓰인 새로운 스티어링 휠을 더했다. 꽉 채워져 있어 밋밋했던 하단 스포크에 구멍이 뚫리며 멋과 완성도를 높였다. 센터패시아도 약간 다듬었다. 공조기 부위에 풍량 조절 다이얼을 달아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다. 큼직한 변화는 이 정도에 재미있는 디테일이 추가된다. 계기반 속 다이얼에는 모터스포츠에서 볼 수 있는 체커기 무늬가 들어가고 스포츠 모델이 아님에도 계기반 주위로 탄소섬유 패턴을 넣어 스포티 감성을 배가했다. 신형 벨로스터에 들어가던 모터스포츠 코스메틱을 이식한 거다.
편의 장비도 놓칠 수 없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거치대는 아반떼에는 처음 도입되는 것으로 일부 상위 차종이나 수입차에서 누리던 손쉬운 충전을 준중형 세단에서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멋부리기와 실용성을 추가한 변경 덕에 소재가 변함없음에도 인테리어에 보다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게 됐다.
하이퍼 노멀 세단
1.6L 가솔린 엔진과 무단 변속기의 조합은 현대차가 신형 아반떼에서 강력하게 밀고 있는 모델이다. 신형 아반떼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파워트레인까지 손을 보았다. 기존에 쓰던 직분사 엔진(GDi) 대신에 올 초 출시된 형제 모델 K3의 스마트 스트림 엔진(1.6 MPi)을 탑제한 것. 연료 분사 방식이 기존 직분사에서 포트분사로 변경됐다.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세팅이다. 이로 인해 동력 성능 지표인 출력과 토크는 살짝 낮아졌다. 이 같은 아쉬움은 보다 높아진 연비가 상쇄한다.
달리는 능력은 딱 엔트리급 세단에 어울리는 정도다. 고속 직진 주행 시에는 괜찮은 승차감을 전하다가도 코너링에서는 약간이라도 속도를 높이면 금방 그 하체의 한계를 드러낸다. 부분 변경 모델을 내놓으며 기존 하체에 부싱을 보강했다고는 하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저속 구간에서는 엔진 소음보다는 노면 소음이 더 크게 들릴 정도로 방음이 잘 이뤄졌다. 풍절음도 가격대를 생각해 본다면 괜찮은 수준. 하지만 페달을 깊게 밟기 시작하면 갑자기 엔진음이 치솟는다. 이 변화가 정말 한 끗 차이로 크게 변하다 보니 소음에서 오는 불쾌함이 고개를 든다. 노말 모드로 달리고 있음에도 스포츠 모드로 달리는 기분이랄까. 시승차가 길들이기도 채 끝나지 않은 새 차란 점을 고려해 본다면, 어느 정도 길들이기를 하고 나면 어느정도 줄어들 가능성은 있겠다.
안전주행을 위한 스마트센스 기능은 대거 강화했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는 물론 어댑티드 크루즈 컨트롤, 그리고 차로 유지 보조 기능까지 더했다. 이 정도면 살짝 못 미치긴 하지만 반자율주행 기능을 맛볼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에 신형 싼타페에서 봤던 안전 하차 보조 기능까지 더하니 준중형급 그 이상의 안전을 책임진다(최상위 트림에서 선택 가능)
이래저래 말들이 많았지만 현대차는 수준 높은 상품성으로 다시 한번 준중형 세단이 자신들의 주 종목임을 입증해 보였다. 게다가 SUV 인기에 밀려 세단의 위기라는 요즘, 신형 아반떼는 평범한 준중형 세단을 뛰어넘어 새로운 현대차의 변화를 앞장서서 이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