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식의 생활건강 에세이]<36> 존엄사
인간답게 이별할 권리 죽음, 재촉하지 말고 억지로 막지도 말아야
국민 70% 병원에서 삶 마감
연 15만명 연명치료 들어가
근본치료 없이 임종기간 연장
치료거부권·생명보호의무 상충
스위스 등 여러나라 존엄사 허용
우리나라도 법제화 추진 소식
사람이 죽음과 관련하여 두려운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가 암(중병)에 걸릴까 봐 두려운 것이고, 둘째가 자기 의사에 반하여 연명치료를 길게 받게 될까 봐 두려운 것이다. 의술의 발달로 암이 정복되고, 법의 제정으로 존엄사가 허용되면 이 두 가지 두려움이 없어지게 된다.
암을 대하는 과정은 검진과 치료다. 검진은, 과거에는 암세포가 1㎝쯤 자랐을 때 비로소 검사장비로 발견해 낼 수 있었는데, 최근엔 그것보다 작아도 포착해 낼 수 있다. 검진을 자주 하면 암세포를 조기에 발견해 낼 수 있다. 암세포가 발견되면 병원에서 수술을 하거나, 방사선 조사를 하거나, 약물을 투여한다.
그런데 여기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특히 약물이 암세포만 공격하지 않고 건강한 세포도 함께 공격하므로 많은 부작용이 생기게 되고, 이것 때문에 환자가 허다히 죽는다.
암세포만 골라서 공격하는 스마트드럭(Smart drug)이 나오면 수술과 방사선을 하지 않아도 되거나, 그것을 조금 해도 될 것이다. 검진을 통하여 조기 발견이 가능하므로 꿈의 스마트드럭만 나오면 암은 정복된다. 착한 항암약이 여기 저기서 개발되고 있어서 암으로부터 해방되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존엄사 이야길 해보자. 존엄사는 두 가지의 상반된 가치 위에 서 있다. 즉, 모든 환자는 헌법에 따라 자신의 행복에 반하는 특정 치료를 거부할 권리가 있고, 의식을 잃을 때를 대비하여 대리인을 통하여 자신의 진료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장과 국가와 병원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으므로 연명치료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환자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의 문제와 병원이 취하는 수익의 문제까지 섞여서 대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개 1년에 15만명의 환자가 연명치료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런데 2013년 중환자실에서 사망한 환자 중 76.7%가 심폐소생술 및 연명치료 거부동의서를 썼다는 자료가 있다. 어떻게 해야 되는가? 의사는 국민의 생명보호를 위하여 환자에게 연명치료를 해야 하고, 환자는 행복에 반하는 것이므로 연명치료를 거부한다. 그래서 법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
옛날과 달리 현대인들은 대다수가 병원에서 임종을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0년에 병원에서 세상을 떠난 사람이 그해 사망한 사람의 70%를 넘어섰다. 모든 사람이 의사의 손에서 죽는다.
연명치료란 근본적인 치료 효과 없이 환자의 임종 기간을 연장해 가는 의료행위인데, 법을 만든다는 것은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절차와 과정을 정하여 존엄사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환자가 사전의료 의향서를 작성하여 연명치료 중단을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 법이 제정되지 않아 의사들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많은 돈을 들여서 비참하게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 오리건주의 존엄사법은 1994년 제정되었다.
6개월 이하 시한부 환자로서 두 명의 의사로부터 같은 진단을 받으면 존엄사 허락을 받을 수 있다. 이곳에서 지금까지 존엄사 허가를 받은 사람이 1,170명에 이르며 그중 실행한 경우는 절반이 안 된다고 한다.
미국에는 오리건 외에도 존엄사법을 가지고 있는 주가 5개 더 있다. 존엄사를 허용하는 나라는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위스, 태국이고,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나라는 이탈리아, 일본이고, 일부 지역만 허용하는 나라는 미국이고, 불허하면서 사실상 묵인하는 나라로는 영국이 있다.
밤에 잠자리에서 떠나는 사람이 있다. 죽음 복을 타고난 사람이다. 누구나 깨끗하고 쉬운 죽음을 바란다. 그러나 뇌사 상태에 빠진 경우는 어렵다. 뇌사 상태에서 소생이 가능할 수도 있으므로 연명치료를 하며 기다려야 한다. 인도에서 42년간, 우리나라에서는 27년간 연명치료를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물론 소생하지 못하였다.
연명치료를 중단하면 대개는 16시간쯤 지나 사망하며, 1시간 후 사망하는 환자도 다수 있다는 자료가 있다. 죽음은 재촉하지 말고 억지로 막지도 말아야 한다. 떠날 때 떠나도록 해 줘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연명치료 중단법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지난 5월 초순 여당의 한 국회의원이 이 법을 준비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바 있다. 모든 국민이 겪는 일이니 조속히 법이 마련되길 바란다.
김건식 프로필
-1973년 고려대 졸업
-한국DMZ평화생명동산
행순환의 집 원장 역임
-생기마을 건강수련회 공동 운영
-(주)우리밀 대표이사 역임
출처 강원일보